‘바스락’ 가을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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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가 내린 지난 11월 3일 서울 중구 정동길에 잎이 떨어져 있다. 권도현 기자

가을비가 내린 지난 11월 3일 서울 중구 정동길에 잎이 떨어져 있다. 권도현 기자

경향신문사가 있는 서울 중구 정동길은 사계절이 아름답지만, 가장 멋진 계절은 역시 가을입니다. 울긋불긋 물든 단풍이 어우러진 이 길은 초가을부터 ‘만추’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정취를 느끼기에 그만이지요. 유독 따뜻했던 날씨 탓에 올해는 단풍이 좀 천천히 왔습니다. 예년보다 늦게 물들었지만, 거리에는 노랗고 붉은 가을이 가득했습니다. 오가는 시민들과 점심시간 산책하는 직장인들이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휴대전화를 꺼내듭니다.

가을비가 내리던 지난 11월 3일, 정동길을 걸었습니다. 거센 비와 바람 탓에 고운 빛깔을 뽐내던 녀석들이 서둘러 바닥에 내려앉았습니다. 유독 짧은 가을이 아쉽다고 생각하던 찰나, 한 시민이 낙엽을 밟으며 걷는 모습이 카메라 앵글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발끝에 느껴지는 푹신하고 포근한 감각까지도 이 근사한 계절의 정취가 아닐까요.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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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역경루
오늘을 생각한다
용산의 역경루
공손찬은 중국 후한 말 북방민족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화북의 군벌이다. 오늘날 베이징 근처 유주를 근거지로 세력을 키웠던 공손찬은 백마의종이라는 막강한 기병대를 중심으로 황건적과 만리장성 넘어 이민족들을 토벌하며 군세를 넓혀갔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갖췄으나 성품이 포악했던 공손찬은 폭정을 일삼으며 민심을 크게 잃는다. 왕찬이 기록한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에 의하면 공손찬은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가 하면 유능한 관료들을 쫓아내고 점쟁이를 측근에 등용하는 등 막장 행각을 벌였다. 하루는 백성들 사이에서 덕망 높았던 관리 유우를 저자에 세워놓고 ‘네가 천자가 될 인물이라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말한 뒤 비가 내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분개한 수만의 유주 백성들은 유우의 아들과 합세해 공손찬을 공격했고, 라이벌 원소와 이민족들까지 연합해 공격하니 공손찬은 고립무원에 처한다. 사방이 포위된 공손찬은 기주 역현에 거대한 요새를 짓고 농성에 들어가니 이 요새가 역경성이다. 자신의 남은 전력을 요새 건설에 쏟아부은 공손찬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 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향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