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비 - 권력의 민낯과 ‘나쁜 놈’의 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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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권력의 이면에 있는 추하고 비열한 민낯”을 말했다. 다만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이 되는 과정이 즐거울 이는 많지 않다. 반복되는 “원래 세상은 더럽고 인생은 서럽다”는 대사는 작품 밖에서도 적용된다.

제목 대외비(The Devil’s Deal)

제작연도 2023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115분

장르 범죄, 드라마

감독 이원태

출연 조진웅, 이성민, 김무열

개봉 2023년 3월 1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이원태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다양한 작품의 스토리 기획, 시나리오 집필에 참여하며 기본기를 쌓아온 그는 2017년 백범 김구 선생의 청년기를 극화한 <대장 김창수>로 데뷔했다. 범죄 보스와 열혈형사가 손을 잡고 연쇄살인범을 뒤쫓는다는 내용의 두 번째 작품 <악인전>(2019)은 336만 관객을 동원하고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며 안정적 성장세를 보여왔다. 기본적으로 무난한 상업영화를 내놓은 전력으로 볼 때 이전보다 커진 제작 규모와 뚜렷한 사회의식까지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대외비>에 조심스레 기대를 걸게 된다.

1992년 부산,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야망 하나를 위해 살아온 전해웅(조진웅 분)에게 드디어 꿈을 이룰 기회가 찾아온다. 하지만 오랫동안 협력하며 믿어왔던 부산 정치판의 실세 권순태(이성민 분)의 변심으로 당선과 다름없는 공천에서 제외되고 만다.

배신감에 이를 갈던 해웅은 무소속 출마를 결심하고 평소 빚 독촉으로 자신을 괴롭혀왔던 조폭 김필도(김무열 분)를 찾아가 당선 후 보상을 담보로 전폭적 후원을 이끌어낸다. 이렇게 각자의 이득만을 위해 엮인 세 사람의 속고 속이는 관계가 시간이 지날수록 비정하고 잔인하게 꼬여만 간다.

구체적 시공을 무대로 한 허구 이야기

이원태 감독은 <악인전> 촬영을 막 시작할 당시 작가 이수진(영화 <한공주>, <우상>을 연출한 감독과는 동명이인)에게 시나리오를 건네받았다. 이번 작품의 출발점이었다고 한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익히 비슷한 소재의 한국영화들이 있었다. 필연적으로 앞선 작품들과의 비교와 상대적 평가는 피해갈 수 없다.

시사회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한 기자는 “이성민이 연기한 숨겨진 권력의 실세인 권순태란 인물의 직업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장내에 짧게 웃음이 터졌다. 감독은 의도적으로 구체적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많은 부분 이성민의 아이디어로 구축된 캐릭터의 모습을 통해 관객 각자가 상상할 수 있기를 바랐다고 했다. 관람 후 이런저런 의구심이 든다면 영화가 의도한 대로 제대로 만들어졌다는 의미라고도 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어지는 의문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단 1992년이라는 특정 시기와 부산 해운대라는 구체적 배경을 꼭 집어 설정한 것부터 그렇다. 아무리 순수한 창작이라고 해도 근대사의 한 부분을 배경으로 했으니 분명 당시의 실존인물들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을 텐데 아무 문제도 없는 걸까?

특정 등장인물과 관련한 의구심도 순태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감독은 “<대외비>는 인간의 부조리와 권력의 속성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겉으로 드러나 있는 권력의 이면에 얼마나 추하고 비열한 민낯이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런 측면에서 영제 ‘악마의 거래(The Devil’s Deal)’는 주제를 더욱 뚜렷이 드러내는 작명이다.

세상은 더럽고 인생은 서럽다

이는 ‘보편적’ 인물로 상징되는 주인공 전해웅이 권력의 중심에 다가갈수록 점차 흑화돼가는 과정을 통해 가시화된다. 다만 명예욕 하나로 온갖 권모술수를 가리지 않으며 20년을 버텨왔다는 해웅이 과연 ‘보편적’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이냐는 문제가 남는다. 애초부터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이 돼가는 고단한 과정을 목도하는 시간이 즐거울 이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의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인간적 연민이 끼어들 틈조차 없이 명예, 권력, 금전만을 위해 내달리는 군상의 아비규환은 관객들에게 굳이 간섭하고 싶지 않은 ‘남의 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시나리오 설계부터 무리수가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이를 관습적으로 너무 무난하게 영상화한 연출도 아쉬움을 남긴다. 기획 의도나 투지가 어땠느냐와 별개로 완성 작품은 결국 결과로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영화 속에서 반복되는 “원래 세상은 더럽고 인생은 서럽다”는 말은 유감스럽지만, 작품 밖에서 역시 고스란히 적용되는 성찰이기도 하다.

영화 중반에 등장하는 가수 전철의 ‘해운대 연가’가 인상적이다. 또 다른 삽입곡인 정수라의 ‘환희’처럼 대중에게 널리 익숙한 곡이 아니어서 더욱 가치 있는 선택과 활용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언론시사회 옆 기자간담회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개봉을 앞둔 영화를 공식적으로 가장 먼저 공개하는 자리가 언론시사회다. 단 영화제 출품작은 예외다. 유명 영화제일수록 그곳에서의 첫 공식 공개가 출품 조건 중 중요한 하나이기 때문이다. 영화제에서 공개됐던 작품도 정식 개봉을 앞두게 되면 보통은 언론시사회를 연다. 기사화돼 한 번이라도 더 대중의 눈에 띄어야 하기 때문이다.

언론시사회장의 분위기는 아무래도 일반적 극장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관객 다수가 일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다 보니 경직된 분위기를 피할 수 없다. 관람에 방해가 될 만한 작은 행동도 서로 주의하게 된다. 감정을 드러내는 일도 드물다. 그렇다고 그리 숨이 막힐 정도는 아니다. 오랫동안 경험을 통해 익숙해진 사람들에겐 되레 편안한 분위기라는 말이 맞겠다.

시사회가 끝나면 국내 작품의 경우 대개 기자간담회가 뒤따른다. 외화의 경우는 관계자가 내한하면 주로 간담회를 마련한다. 감독이나 주연배우들이 참석해 기자들과 문답 시간을 갖는다. 영화가 완성되고 처음으로 공개된 직후인 만큼 간담회의 분위기는 흥행의 성패를 예측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참여하는 관계자들의 긴장도 또한 커진다. 기자들의 질문만큼이나 감독·배우들이 답변하며 보여주는 자세, 말투 등이 작품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정보일 뿐 아니라 참여자 개인의 됨됨이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많은 홍보 부탁드려요”라든가 “입소문 좋게 내주세요”라는 인사말을 종종 듣는다. 솔직히 당황스럽다. 아무리 솔직한 게 좋다지만, 화자 자신이나 청자 모두를 싸잡아 얄팍한 장사치 정도로 폄하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어서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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