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보다 더 중요한 다짐과 각오
<욕망과 파국> 최성각 지음·동녘·1만6000원
코로나19로 온 세계가 시름에 잠긴 시대.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백신이 개발된 것이다.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부풀었다. ‘생태작가’ 혹은 ‘환경운동작가’로 불리는 저자 최성각은 모두가 희망에 부푼 지금, 백신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는 목소리를 낸다. 이번 팬데믹이 야생에 대한 인간의 침입, 넘으면 안 되는 선을 넘었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럼에도 ‘다른 삶’에 대한 다짐이나 각오는 증발해버렸다고 비판한다. 오로지 팬데믹 이전에 누리던 풍요와 소비의 질서 속으로 무사히 귀환하는 것만이 지구촌 집단의 똑같은 소망인 것 같다는 것이다.
책에서 다른 환경운동가와 환경책을 만날 수 있는 것도 묘미다. 고전인 소로우의 책부터 평생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동화작가 권정생, 지난해 세상을 떠난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코로나19로 사망한 소설가 루이스 세풀베다와 기후위기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이다. <새끼 표범>이나 <초록 눈 코끼리>와 같은 그림책을 다룬 것에도 눈길이 간다.
그는 환경책들이 밝은 내용은 아니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이 사태는 우리가 의도한 게 아니다”라는 책임 회피에 안주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환경책에는 인간의 위대성에 대한 믿음과 아름다운 선택과 실천을 만날 수 있고, 나아가 인간이 한 번도 실현해보지 못했던 전망을 제시한다고 말한다.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김규항은 추천사에서 “이 책의 미덕은 책들을 요약해 떠먹여 주는 게 아니라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책들을 제대로 읽도록 다리 역할을 한다는 데 있다”고 말한다.
▲과잉존재 | 김곡 지음·한겨레출판·1만3800원
인터넷 강국인 한국에서 왜 유독 소통 장애와 이상 범죄, 신경학적 질환이 유행할까? 저자는 그 원인을 ‘과잉’된 존재들에서 찾는다. 여기서 과잉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니라 경계를 잃고 비대해진 자아의 종말이다.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 미야노 마키코, 이소노 마호 지음 김영현 옮김·다다서재·1만4000원
말기 암으로 죽음을 앞둔 철학자가 의료인류학자와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책이다. 두 여성 학자는 20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인간에게 우연히 찾아드는 질병, 반드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이별과 죽음 그리고 이 운명 앞에서도 계속되는 인간의 삶에 대해 근본적인 화두를 던진다.
▲나를 지키는 법, 내가 고치는 법 | 공현 외 지음·교육공동체벗·1만3000원
가상의 사례를 구성해 청소년이 겪을 수 있는 법적 문제를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다룬 책이다. 가정, 보호, 교육, 노동, 정치 다섯가지 키워드로 사례를 다룬다. 판례와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례 등을 통해 현실에서 법이 어떻게 집행·해석되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