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 거금도와 완도 금당도 사이의 작은 섬. 바다 위에 뜬 연(鳶)을 닮아 연홍도라고 부르는 이곳은 섬 전체가 지붕 없는 미술관이다.
섬은 초입부터 온갖 조형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커다란 뿔소라가 뱃머리에서 보이고, 그 뒤로는 철사를 구부려 만든 듯한 조형물이 늘어서 있다. 마치 섬의 아이들이 강아지를 데리고 동네방네 뛰노는 듯한 모습. 들어서는 발걸음부터 기분이 좋다. 벽화도 많다. 그중에서도 반가운 건, ‘박치기왕’ 김일의 그림이다. 김일은 연홍도와 이웃한 거금도 출신이다.
해안선이라고 해봐야 4㎞ 정도다. 마음먹고 나서면 섬 한바퀴 둘러보는 건 금방이다. 그럼에도 시간을 오래 두고 걸었던 건 그만큼 이 섬에 볼거리가 많아서다. 이곳을 단장한 모든 재료는 바다 아래에서 건져올린 부표, 밧줄, 폐목, 철근 같은 폐자재다.
일본 나오시마가 예술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곳이었다면, 여기는 아기자기하고 정감 있는 풍경이다. 속 깊은 이 땅의 사람을 닮았달까. 자꾸만 이곳이 생각나고 그리워지는 건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