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플레이 ‘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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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자신에게만은 진실할 수 있어야

기억 속에 각인된 듯한 장면이 있다. 도서관에서 조지 오웰의 <1984>를 읽으면서 콜드플레이의 노래를 듣던 때가 그렇다. 벌써 10년이 넘은 옛일이다. 무늬만 고시생이던 시절 집에서 도망치듯 나와 도서관을 찾았다. 그렇다고 공부가 머릿속에 들어오진 않았다. 시험이 다가올수록 평소 읽지 않던 소설책을 읽는 때가 많았다. 해야 할 일에서 도망칠 때는 이상한 해방감을 느꼈다.

[내 인생의 노래]콜드플레이 ‘옐로’

원서로 봤던 조지 오웰의 소설은 원래 그런지,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읽어선지 모르지만 몽환적이었다. 생각마저 감시당하는 것이 당연한 <1984>의 세상에서 사랑은 일종의 저항 운동이었다. 전체주의는 자신 안에서 행복을 찾을 수 없는 사람들의 지지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저항은 실패하고, 끝내 고통 속에서 철저한 결별이 이뤄진다. 세상을 바꾸려던 이들은 죽은 듯 사라지거나 백치 상태의 고독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기억하는 내용을 읽어가는 동안 들었던 노래들을 지금에서야 자세히 살펴본다. 콜드플레이의 1집 <낙하산(Parachutes·2000년)>에 실린 ‘옐로(Yellow)’, 2집 <머리 속 피의 돌진(A Rush of Blood to the Head·2001년)>에 실린 ‘나의 공간에서(In My Place)’였다. 2005년 발매된 싱글 앨범 <널 고치겠어(Fix you)>, 2006년 발매된 네 번째 앨범에 수록된 ‘인생만세(Viva la Vida)’도 재생목록에 있었다. 그중 사랑하는 사람을 예찬하는, 노란빛 속에 모든 감정이 뒤섞인 듯한 ‘옐로’는 이 모든 노래의 도입부처럼 여겨진다.

소설 <1984>와 콜드플레이의 궁합이 맞다고 보는 건 나만의 생각일 뿐이다. 하지만 적어도 콜드플레이는 1집에 실린 노래 ‘스파이들(Spies)’에서 <1984>에서 체제에 대한 불순한 생각을 ‘사고범죄’라고 묘사한 것과 비슷한 내용을 담았다. “나는 아무도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도망자입니다. 우리가 사는 방식을 보세요. 여기 아래에서는 두려움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습니다.”

몽환적이고, 서정적이고, 때론 어둡지만 아름답다. 내가 유일하게 읽은 오웰의 소설과 콜드플레이의 노래가 닮았다고 생각하는 지점이다. 영국 출신이라는 공통점 외에 유사점도 있다. 폴 매카트니가 시작한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을 지원하고, 팔레스타인 해방을 지지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등 콜드플레이는 오웰처럼 사회문제에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가짜뉴스가 ‘대안적 사실’로 거리낌 없이 회자될 때, 우리가 끝내 잊지 않고 기억할 만한 진실이 있을까. 누구에게서 들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깊은 고민 끝에 나온 생각과 판단이라면 그것은 진실은 아니라도 최소한 자신에게만은 진실할 수 있다. 인생은 그런 진실함을 찾고 쌓아가는 일이다. 여기서 음악이 조력자가 될 수 있다. 요즘 자주 듣는 노래는 콜드플레이의 ‘어메이징 데이’이다. 아이들도 무척 좋아한다. 이 노래가 나올 때 아이들과 손을 잡고 거실에서 원을 그리고 뛰면서 춤을 췄다. 다음 10년 후 이때를 아름답게 기억하지 않을까.

별들을 봐, 그것들이 널 위해
밝게 빛나는 것을
그리고 네가 하는 모든 행동은, 노란빛으로 빛이 났어
네 피부, 네 피부와 뼈들이
무언가 아름다운 것으로 변해
너, 내가 정말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니
내가 널 정말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니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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