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영웅 16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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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추천한 영화 <무도실무관>에선 배우 김우빈(오른쪽)이 무도실무관을, 김성균이 보호관찰관을 연기했다. 넷플릭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추천한 영화 <무도실무관>에선 배우 김우빈(오른쪽)이 무도실무관을, 김성균이 보호관찰관을 연기했다. 넷플릭스 제공

“MZ세대의 공공의식과 공익을 위한 헌신을 상기시키는 영화다. 공익을 추구하고 헌신하는 모습을 그린 이런 영화를 젊은 세대가 많이 봤으면 좋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렇게 강력히 추천한 영화는 <무도실무관>이다. 배우 김우빈이 법무부 무도실무관을 연기했다. 무도실무관은 보호관찰관과 함께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감독장치)를 부착한 대상자를 24시간 감시하며 범죄를 예방하는 직업이다. 대상자들은 재범 가능성이 큰 강간범, 살인범, 강도범 등이다. 무도실무관은 태권도·유도·검도·합기도 중 단일 종목에서 3단 이상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

나는 영화 담당 기자로 지난달 김우빈과 인터뷰했다. 김우빈은 무도실무관을 ‘일상의 영웅’이라고 불렀다. “부끄럽지만 시나리오를 받고서야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을 알았습니다. 일상의 영웅 덕분에 제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며 촬영에 임했습니다.”

나는 이전에 법무부 출입기자로 3년을 일했기 때문에 무도실무관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상의 영웅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기사는 한 줄도 쓰지 않았다. 김우빈의 말을 들으면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기사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무도실무관은 이렇게 일한다. 전국 58개 준법지원센터(보호관찰소)에서 보호관찰관과 한 조를 이뤄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를 감독한다. 대상자가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망치거나, 외출 제한 시간에 집에 없거나 전화를 받지 않고 이상한 행동을 보이면 즉시 출동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자발찌 대상자는 4188명, 보호관찰관은 381명, 무도실무관은 165명이다. 무도실무관 1명이 약 25명의 대상자를 관리하는 셈이다.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에선 전자감독 직원 1명이 10명 이내를 관리한다.

무도실무관은 공무원인 보호관찰관의 업무를 보조하는 무기계약직 직원(공무직 근로자)이다. 주간과 야간으로 3교대 근무를 한다. 한 달에 10~12차례 야간 근무를 서면 야근 수당을 포함해 월급을 280만원 정도 받는다. 호봉 승급이나 승진이 없어서 1년차나 10년차나 급여가 비슷하다. 폭력과 흉기에 맨몸으로 맞서야 하지만 위험수당이 없다. 만 3년 이상 근무하면 직급수당 3만원이 나온다.

직업에는 귀천(貴賤)이 없다지만 나는 무도실무관이 특히 귀한 직업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나는 길거리에서 시비만 붙어도 무서워 다리가 떨린다. 그런데 무도실무관은 흉악범과 마주하며 때로는 설득하고 때로는 제압해야 한다. 영웅적인 용기와 사명감으로 하루하루를 버티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일상의 영웅 165명이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너무 초라한 대우를 받고 있다.

역대 법무부 장관들은 취임하면 어김없이 보호관찰소를 방문해 전자발찌를 구경하고 직원들의 고충을 청취했다. 그런데 장관들이 거기서 뭘 느꼈는지 무도실무관의 근무 여건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무도실무관의 근무를 ‘공익을 추구하는 헌신’이라고 추켜세웠지만 이렇게 대우하면서 헌신 운운하면 모욕이 된다. 정부가 무도실무관의 영웅적인 헌신에 마땅히 어울리는 대우를 해주길 바란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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