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차 간격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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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상 기자

이효상 기자

“초등학교 졸업하고 3명이 이사 갔어요. 중학교 문제 때문에.”

충남 홍성군 장곡면에 학교는 초등학교 하나만 있습니다. 이 초등학교 졸업생들은 인접한 읍·면에 있는 중학교에 다닙니다. 거리 자체가 엄청 멀다고 할 수는 없는데, 교통이 문제입니다. 버스 노선 자체가 많지 않고, 배차 간격도 깁니다. 이 지역 중학생들은 부모님 도움이 없으면 새벽같이 일어나 첫 버스를 타고 등교해야 합니다. 험난한 등하교에 10명 남짓의 졸업생 중 3명이 이사를 했다고 합니다.

지역 학생들의 등하교 문제를 작은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학교가 없다면, 등하교가 여의치 않다면 주민들은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있던 사람도 떠나는 판에 새로운 이웃이 모여들기를 기대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학생들의 등하교 문제를 방치한다면 지역소멸은 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역소멸은 배차 간격을 바꾸고, 노선을 조정하는 작은 부분에서부터 해법을 찾아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취재하면서 지역의 대중교통망이 성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어느 정도는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대부분 지역이 면적은 넓고 사람은 적습니다. 그렇다고 차를 아예 안 보낼 수도 없으니 노선 자체가 많습니다. 한정된 자원에 노선이 많다 보니, 자연히 노선별 배차는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막차 시간이 오후 6~7시로 이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빨리 끊기는 막차는 청소년들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있거나,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은 자정을 조금 앞둔 시간에 귀가합니다. 마땅한 교통편이 없으니 지역 학생들의 선택은 기숙사 생활이나 부모님 도움, 과도한 택시비 지출 중 하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체 이동수단 마련을 고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버스회사의 반발에 부딪히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버스회사의 적자 노선 보전을 위해 지자체는 수십억원을 지출하고 있는데 여전히 대중교통망은 열악하고, 이를 지자체가 다른 수단으로 보완하고자 하면 버스회사가 적자 심화를 이유로 반발합니다. 어쩌면 버스회사 운영에서 공공의 책임을 늘리는 것이 해법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요.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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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오늘을 생각한다
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관료 출신으로 경제와 통상의 요직을 두루 거쳐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고,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국무총리를 지냈으며,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다 21대 대통령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사퇴해 공직에서 물러난 자연인 한덕수씨에게 몇 가지 궁금한 것을 묻는다. 2007년 첫 총리 지명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이 제기한 ‘2002~2003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재직 시절 외환은행 매각 사태(론스타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첫 총리직과 주미대사를 역임하고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12년부터 3년간 무역협회장으로 재직하며 받은 급여 19억5000만원과 퇴직금 4억원, 2017년부터 5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18억원, 2021년 3월부터 1년간 에스오일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8000만원 등 퇴직 전관 자격으로 총합 42억3000만원의 재산을 불린 일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은 지금도 그대로인가? 이처럼 전관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다 다시 윤석열 정부의 총리 제안을 수락해 공직으로 복귀한 것 역시 관료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문제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