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투성이가 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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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 진흙투성이가 된 일상

“집안에 냉장고도 다 넘어지고 쓸 수 있는 물건이 없어.” 대피소에서 돌아온 한 주민이 말했다.

지난 7월 10일 새벽 충청권과 전라권에 내린 집중호우로 대전 서구 용촌동 정방(정뱅이)마을 인근 제방이 무너졌다. 불어난 빗물은 무너진 제방을 넘어 삶의 공간으로 밀고 들어왔다. 논밭을 집어삼켰고, 도로와 주택에 토사를 밀어넣었다.

시간이 지나며 빗줄기가 약해지자 대피했던 30여명의 주민 중 일부는 토사로 뒤덮인 집안의 가재도구를 정리했다. 방바닥은 뻘밭으로 변했고, 냉장고와 침대 등이 모두 넘어졌다. 손댈 수 없이 망가진 집안을 살펴보던 주민들은 먹구름 가득한 하늘만 한참 바라보다 다시 집을 떠났다. 발에 진흙이 묻은 개 한 마리가 마당 한쪽에서 무너진 제방으로 잠긴 논을 향해 짖고 있었다.

일부 지역에 시간당 146㎜의 폭우가 쏟아진 이번 집중호우로 충청권과 전라권에는 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행정안전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하고 기관별 대응에 나섰다. 중대본에 따르면 일시 대피한 이재민은 2585세대 3568명에 이른다.

<조태형 기자 photot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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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찬은 중국 후한 말 북방민족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화북의 군벌이다. 오늘날 베이징 근처 유주를 근거지로 세력을 키웠던 공손찬은 백마의종이라는 막강한 기병대를 중심으로 황건적과 만리장성 넘어 이민족들을 토벌하며 군세를 넓혀갔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갖췄으나 성품이 포악했던 공손찬은 폭정을 일삼으며 민심을 크게 잃는다. 왕찬이 기록한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에 의하면 공손찬은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가 하면 유능한 관료들을 쫓아내고 점쟁이를 측근에 등용하는 등 막장 행각을 벌였다. 하루는 백성들 사이에서 덕망 높았던 관리 유우를 저자에 세워놓고 ‘네가 천자가 될 인물이라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말한 뒤 비가 내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분개한 수만의 유주 백성들은 유우의 아들과 합세해 공손찬을 공격했고, 라이벌 원소와 이민족들까지 연합해 공격하니 공손찬은 고립무원에 처한다. 사방이 포위된 공손찬은 기주 역현에 거대한 요새를 짓고 농성에 들어가니 이 요새가 역경성이다. 자신의 남은 전력을 요새 건설에 쏟아부은 공손찬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 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향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