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따라 졸졸졸…즐거운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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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 어미 따라 졸졸졸…즐거운 나들이

지난 6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샛강. 새끼를 둔 청둥오리 어미는 예민했다. 사람들의 낮은 발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날씨가 더운 탓에 시원한 수풀 속에 몸을 숨긴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호기심 많은 새끼 한 마리가 무리를 벗어나 물가로 나오지 않았다면 찾지 못했을 것이다. 부화한 지 꽤 된 듯 여섯 마리의 새끼는 제법 컸다. 수풀에서 물가로 나온 새끼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어미가 경계의 의미로 날갯짓을 하자 새끼들도 작은 날개를 퍼덕이며 응답했다. 30여 분 모습을 드러낸 청둥오리 가족은 유유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청둥오리는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오리류 중 가장 흔한 겨울 철새다. 4월 하순에서 7월 상순까지 한배에 6∼12개의 알을 낳는다. 샛강에서 만난 청둥오리 새끼는 여덟 마리였는데, 보름 사이에 두 마리를 잃었다. 매일 샛강 모니터링을 하는 여의샛강센터 직원이 전해준 말이다. 또 한 번 생사를 가를 여름 장마철을 잘 버티고 가을이 되면 새끼 오리들은 꽤 성장할 것이다. 힘차게 날갯짓을 하며 샛강을 날아오를 청둥오리 가족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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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역경루
오늘을 생각한다
용산의 역경루
공손찬은 중국 후한 말 북방민족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화북의 군벌이다. 오늘날 베이징 근처 유주를 근거지로 세력을 키웠던 공손찬은 백마의종이라는 막강한 기병대를 중심으로 황건적과 만리장성 넘어 이민족들을 토벌하며 군세를 넓혀갔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갖췄으나 성품이 포악했던 공손찬은 폭정을 일삼으며 민심을 크게 잃는다. 왕찬이 기록한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에 의하면 공손찬은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가 하면 유능한 관료들을 쫓아내고 점쟁이를 측근에 등용하는 등 막장 행각을 벌였다. 하루는 백성들 사이에서 덕망 높았던 관리 유우를 저자에 세워놓고 ‘네가 천자가 될 인물이라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말한 뒤 비가 내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분개한 수만의 유주 백성들은 유우의 아들과 합세해 공손찬을 공격했고, 라이벌 원소와 이민족들까지 연합해 공격하니 공손찬은 고립무원에 처한다. 사방이 포위된 공손찬은 기주 역현에 거대한 요새를 짓고 농성에 들어가니 이 요새가 역경성이다. 자신의 남은 전력을 요새 건설에 쏟아부은 공손찬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 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향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