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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설 대목만 같아라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월 31일 인천 남동구 남촌농산물도매시장에 과일 상자가 수북이 쌓였다. 시장은 장을 보는 시민들로 붐볐다. 시민들은 부쩍 오른 과일값 앞에서 지갑 열기를 망설였다. 한 시민은 “성수품용 과일이 많이 들어온 영향도 있겠지만 확실히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무슨 과일을 살지 고민 중이다”라고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기상 악화로 생산량이 감소하며 사과, 배, 딸기, 단감 등 주요 성수품 과일 가격이 상승했다. 특히 감귤(10개 기준)은 1월 31일 기준 5422원으로 조사돼 27년 만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시민들의 한숨과는 별개로 시장은 바쁘게 돌아갔다. 상인들은 분주히 과일상자를 나르고, 포장하고, 손님을 맞았다. 과일상자를 나르던 한 아르바이트생은 “손님이 계속 와서 쉴 틈 없이 배달하고 재고를 채워야 한다”며 급히 달려갔다.

인천 남촌농산물도매시장은 설 대목을 맞아 오는 2월 9일까지 영업시간을 평소보다 2시간 늘린 오후 5시에 마감한다고 밝혔다. 또한 가격 안정을 위해 선물용으로 많이 판매되는 사과와 배 등 9개 품목을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린 9990t가량 공급할 예정이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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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