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 쇼’를 벌이는 인권위원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2022년 7월 1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군인권보호관이 설치됐다. 군인권보호관 출범식에는 군에서 자녀를 잃은 유가족이 여럿 자리했다. 군에서 발생한 숱한 사망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기구였기 때문이다. 2014년 윤 일병 사건 이후 10여 년간 유가족들이 국회와 거리를 다니며 입법을 촉구한 결과이기도 했다. 출범식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저마다 눈물을 닦았다. ‘이런 제도가 좀더 빨리 생겼더라면’ 그런 무망한 회한으로. 인권위 역시 이들의 아픔을 잊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유가족과 함께 인권위 건물 10층에 ‘군인권보호관’ 현판을 걸었다.

[오늘을 생각한다]‘감금 쇼’를 벌이는 인권위원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현판식 기념사진에 담긴 유가족은 전부 군인권보호관으로부터 수사 의뢰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김용원 군인권보호관은 지난 10월 18일 유가족들이 자기 사무실에 난입해 자신을 감금하고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며 이들을 모조리 경찰에 넘겼다. 하지만 현장에 있었던 이들과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유가족들은 김 보호관 사무실에 들어가기는커녕 문조차 열어보지 않았다. 이날 유가족들이 찾아갔던 사람은 김 보호관과 같은 층에서 집무를 보는 송두환 인권위원장이었다. 이들은 군인권보호관이 정파적 이해관계에 매여 군 인권침해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고(故) 윤 일병 사망 사건 조사를 중단·각하시킨 상황에 대해 기관장인 위원장의 해법을 듣고자 인권위를 찾았다. 아무도 자기 방에 들어오지도, 문을 막지도 않았건만 김 보호관 스스로 밖에 나오지 않았던 것뿐이다. 그런데 유가족들이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간 뒤, 마치 여러 사람이 자신에게 위력을 행사하며 가둬둔 양 일방적 언론플레이를 하며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인권위는 하루도 조용할 날 없이 엉망진창이다. 지난 11월 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렸다. 증인석에는 장관급 위원장과 차관급 상임위원들이 나란히 앉았다. 보통 국감에서는 의원과 감사 대상 기관 간에 공수 관계가 형성되는데 이날 감사에서는 위원장과 김 보호관이 여야 의원의 입을 빌려 서로 다투는 씁쓸한 싸움판이 벌어졌다. 여의도 정쟁의 대리전이 인권위에서 벌어진 셈이었다. 그뿐인가. 요즘 김 보호관은 마음대로 기관 엠블럼을 걸고 출입기자들에게 공식 보도자료인 양 자기 입장문을 배포하고 위원장을 비방한다. 마치 대법관들이 대법원장의 재가도 받지 않고 대법원 명의로 현안에 대한 개별 입장을 발표하는 격이다. 세상 어느 국가기관에서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일부 인권위원들의 패악은 이제 인권위를 찾은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금도를 넘었다. 지금의 패악을 막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인권위는 언제나 지금과 같은 난장판일 것이고, 그렇게 점차로 무력해질 것이다. 도와달라고 했더니 수사를 의뢰하는데 이제 어느 피해자가 인권위를 찾아가겠는가. 인권위 스스로 이 기막힌 수사 의뢰부터 철회시켜야 한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오늘을 생각한다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