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지킬 것인가 보를 지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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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강을 지킬 것인가 보를 지킬 것인가

‘강을 막힘없이 흐르게 하라!’

4대강 보 존치를 골자로 하는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 공청회가 열린 지난 9월 5일, 경찰이 보 해체를 주장하며 기습시위에 나선 환경단체 회원들을 상대로 강제 해산에 나서자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이 손팻말을 펼쳐 들고 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은 ‘보 처리방안을 마련한다’라는 방침을 삭제하고, ‘자연성 회복’이라는 표현을 ‘지속가능성 제고’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7월 20일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해체·상시 개방 결정이 무리하게 이뤄졌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지난 정부 때 물관리위원회가 내린 결정을 뒤집은 셈이다.

이날 환경단체는 공청회 중단과 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 철회, 배덕효 국가물관리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한 활동가는 “감사원 감사는 환경부 산하였던 ‘4대강 조사 평가위 기획위’의 구성이 편향됐다”며 “법률적 근거 없이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정보다 약 40분 늦게 시작된 공청회에서 배덕효 위원장은 “우리나라 물·하천 관리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라고 본다”며 “부정적인 의견도 수렴해 반영하겠다”고 했다. 배 위원장은 공청회 후 “4대강 보의 필요성을 과학적으로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정책의 긍정적 측면을 봐 달라”고 답했다. 변경안은 9월 중 확정될 예정이다.

<사진·글 성동훈 기자 zenis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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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역경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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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역경루
공손찬은 중국 후한 말 북방민족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화북의 군벌이다. 오늘날 베이징 근처 유주를 근거지로 세력을 키웠던 공손찬은 백마의종이라는 막강한 기병대를 중심으로 황건적과 만리장성 넘어 이민족들을 토벌하며 군세를 넓혀갔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갖췄으나 성품이 포악했던 공손찬은 폭정을 일삼으며 민심을 크게 잃는다. 왕찬이 기록한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에 의하면 공손찬은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가 하면 유능한 관료들을 쫓아내고 점쟁이를 측근에 등용하는 등 막장 행각을 벌였다. 하루는 백성들 사이에서 덕망 높았던 관리 유우를 저자에 세워놓고 ‘네가 천자가 될 인물이라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말한 뒤 비가 내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분개한 수만의 유주 백성들은 유우의 아들과 합세해 공손찬을 공격했고, 라이벌 원소와 이민족들까지 연합해 공격하니 공손찬은 고립무원에 처한다. 사방이 포위된 공손찬은 기주 역현에 거대한 요새를 짓고 농성에 들어가니 이 요새가 역경성이다. 자신의 남은 전력을 요새 건설에 쏟아부은 공손찬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 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향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