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났다 하면 ‘대형 산불’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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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4일 11시 17분에 발생한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동해안 산불이 1주일 동안 2만ha 이상의 산림을 태웠다.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 면적을 넘어 새로운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산불이 빈도와 규모에서 점점 심각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조한 겨울 가뭄이 전례 없이 길어지는데다 산림에 쌓인 연료(에너지)의 양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나무 부피의 합을 임목 축적량이라고 부른다. 임목측정을 시작한 이후 2021년에 드디어 10억㎥를 초과했다. 1946년 560만㎥에 비하면 18배, 조림 원년인 1973년의 740만㎥에 비하면 14배 증가한 양이다. 짧은 시간에 이토록 나무의 양을 급격하게 늘릴 수 있었던 원인으로 크게 두가지를 꼽는다. 우선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현장 지도까지 실시하며 추진한 대규모 나무 심기 사업의 성과이며, 둘째로는 화석연료의 보급으로 가정에서 나무를 더 이상 난방 연료로 사용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 7일 강원 영월군의 야산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 신유근 제공

지난 3월 7일 강원 영월군의 야산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 신유근 제공

산림녹화엔 성공했지만 그만큼 어두운 그늘이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1970년대에 척박한 토양에서 생존할 수 있는 사방용(토사 유출을 막는 용도)과 연료용 속성수로 심었던 싸리나무, 아까시나무, 리기다소나무 등이 이제는 토양 안정화와 토양 개량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에 굵고 곧게 부피 생장을 하는 수종으로 변경해줘야 한다. 수종 갱신이 필요한 산림의 비중이 무려 70%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더해 산림의 ha당 입목 축적량이 2021년 165㎥에 도달했다. 나무들의 밀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얘기다. 경쟁에서 도태돼 죽고 쓰러지는 나무들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나무들이 쌓이는 만큼 하부에선 불쏘시개와 장작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던 셈이다. 이번 동해안 산불은 산림의 양 못지않게 질을 개선하는 쪽으로 숲 생태 관리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겉은 푸르지만 속은 죽은 땅

적절한 시기에 솎아주지 않은 숲은 겉은 푸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전혀 딴판이다. 낙엽과 마른 가지들이 바닥에 가득하고 햇빛이 들지 못하고 비가 적게 올 때는 물이 흙에 닿지 못해 토양이 건조해진다. 하층에 어떤 식물도 자랄 수 없는 불모의 토양으로 변해간다. 일반적으로 산에 어린나무를 심고 나면 초기 10년 동안은 풀베기와 넝쿨 제거 등 어린나무 가꾸기를 해 줘야 한다. 10년이 지나면 매 10~15년 주기로 간벌(솎아베기)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림녹화 사업은 심는 데 주력한 사업이었고, 관리도 입산통제와 벌목 금지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1973년 박정희 정부의 나무 심기 새마을운동과 그후 강력한 입산통제 정책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산은 함부로 들어가면 처벌받는 곳이고, 나무는 함부로 베어서는 안 된다는 관념을 뿌리 깊게 박아 놓았다.

[할 말 있습니다]③났다 하면 ‘대형 산불’ 무엇이 문제인가
적절한 시기에 솎아주지 않은 숲은 좌측 사진처럼 겉은 푸르지만 속의 사정은 우측 사진과 같다. / 신유근 제공

적절한 시기에 솎아주지 않은 숲은 좌측 사진처럼 겉은 푸르지만 속의 사정은 우측 사진과 같다. / 신유근 제공

일제강점기에 연간 500만㎥ 정도 생장하던 우리 숲은 1973년 산림녹화 사업의 본격화 이후 2008년 3500만㎥까지 증가한 후 지금까지 계속 감소세다. 나무 생장량이 감소한다는 건 숲의 광합성 능력이 쇠퇴한다는 얘기다.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감소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나무가 비슷한 시기에 심어 현재 40~50세 연령대에 접어들었다. 적절한 숲가꾸기 작업이 부족하다 보니 나무들 사이의 경쟁만 늘어나 오히려 숲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산림 하부에도 빛과 수분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땅이 돼가고 있다.

숲을 관리하고 가꾸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초 지원 시설이 임도라는 부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임도는 산지에 만든 도로를 말한다. 사람과 장비, 차량 등이 이동하려면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 특히 조림과 간벌, 병충해 방제 작업이나 산불 진화 등을 할 때 임도가 없으면 그 어떤 효율적인 작업도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ha(100mx100m)당 임도 밀도가 3.6m로 일본의 13m, 오스트리아 45m, 독일 46m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가지치기, 솎아베기 등의 숲 가꾸기 작업을 한 후 부산물 통나무와 가지류 등을 산에 버려두고 올 수밖에 없다. 산불이 발생해도 도로가 없기 때문에 20ℓ 물통과 쇠스랑, 삽 등의 도구를 메고 험한 산을 걸어 올라야 하는 ‘웃픈’ 장면을 연출할 수밖에 없다. 효율도 낮고 매우 위험한 진화 방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소방차와 물차, 살수차, 다양한 종류의 굴착기와 트랙터, 크레인 등 다른 산업 분야에선 상용화한 장비들을 산불 현장에는 투입할 수 없다.

한국은 산림국가다. 산림면적이 국토의 63%로 국토 면적 대비 산림비율이 세계 4위다. 짧은 기간에 산림의 양적 성장과 확대에선 큰 성과를 거뒀지만, 그 이후 단계에 필요한 산림의 관리 및 질적 개선을 위한 사업(솎아베기, 죽은 나무 수집, 임도 확대, 수종 갱신, 사방 및 계류 보존 사업 등) 분야에선 거의 손을 놓다시피 하면서 홍수 발생 시에는 나무쓰레기가 강과 바다로 유입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산불이 났다 하면 대형화재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상태가 더 심각해질 뿐이다.

산림 가꾸기가 중요하다

해외에서도 숲가꾸기의 중요성에 일찍부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산림청 홈페이지에 지난 3월 2일 올라온 ‘산림 건강과 생태 다양성 증진 효과에 관한 연구 결과 보고서’를 보면 기후 변화에 의한 가뭄과 산불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산림 가꾸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태평양남서부연구소의 생태학자인 에릭 냅(Eric Knapp)과 그의 연구팀이 작성한 보고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솎아베기 처리 후 나온 부산물을 숲에 쌓아 둔 모습 / 신유근 제공

솎아베기 처리 후 나온 부산물을 숲에 쌓아 둔 모습 / 신유근 제공

“지나치게 밀집도가 높아진 숲은 현재 미국 서부에서 대형 산불을 불러오는 중요 요인 중 하나다. 산불 위기에 대처하는 산림청의 전략은 산불로 인한 지역사회의 위험을 줄이고 숲의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해 간벌과 계획적 사전 발화 작업이 필요함을 확인했다. 10년 전, 에릭 냅 연구팀은 캘리포니아의 스타니슬라우스 투올러미(Stanislaus-Tuolumne) 실험숲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그들은 3개의 실험숲 구역을 만들었는데 제1구역에서는 일정한 간격으로 간벌했고, 제2구역에서는 산림 원형을 기준으로 수종과 식물군락지에 따라 불규칙적으로 간벌했고, 제3구역은 간벌을 하지 않았다. 3개 구역의 절반은 사전에 설계된 방법으로 계획적 발화 조치를 취해 총 6개 구역을 상호 비교했는데, 3개 구역 6가지 방법으로 조치가 취해진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나무와 하층식생과 포유동물 개체수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평가했다. 주요 연구 성과로 첫째, 캘리포니아주 전체에 걸쳐 1억4700만그루 이상의 나무를 죽인 심각한 가뭄이 지난 후 간벌(솎아베기) 처리가 된 2개의 구역이 간벌하지 않은 비교구보다 나무 고사율이 훨씬 적었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이는 간벌이 경쟁을 줄임으로써 나무들이 햇빛과 물, 영양분을 더 많이 섭취함으로써 건강과 활력이 증진됐기 때문이다. 둘째, 연구팀은 계획 산림 발화 산불 처방을 통해 숲이 원래 보유했던 것보다 더욱 활기차고 다양한 하층식물 군집을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하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계획발화는 하부 잡목과 풀 등을 제거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산에 불을 놓는 기술) 일부 사람들은 간벌이 건강한 숲과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동 비교 실험을 통해 간벌된 숲이 가뭄과 산불에 직면했을 때 생물다양성과 회복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다.”

고창 편백림과 대관령 금강송

우리나라에도 임도 인프라를 구축하고 주기적인 숲가꾸기를 통해 우량한 생태숲을 만든 모범사례가 없지는 않다. 전북 고창의 편백림과 대관령 금강송 군락지 등이다. 활기차고 종의 다양성이 살아 있다. 관리만 잘하면 얼마든지 양질의 숲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숲에 철조망을 치고 사람의 출입을 막는다고 되는 건 아니고 사람의 땀과 정성이 들어가야 가능하다. 다양한 수종과 여러 세대가 공존하는 숲이 되려면 우선 토양의 수분과 영양분이 높아야 한다. 1세대 나무들이 가지와 뿌리를 한껏 뻗을 공간이 있어야 활발한 광합성이 가능하다. 이처럼 큰 나무들이 충분한 거리와 공간을 확보하면 하층에 빛과 수분도 충분히 공급되므로 2세대, 3세대의 하층 식생을 활성화할 수 있다. 이런 숲이야말로 병충해와 가뭄에 저항력이 강한 숲이라 하겠다. 끝으로 이렇게 숲을 가꾸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임도를 만들고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화재가 발생해도 차량과 장비가 진입해 쉽게 진화 가능하기 때문에 산불을 조기에 잡을 수 있다. 어렵게 가꾼 산림을 한번의 실수로 깡그리 태워버리는 불상사를 바람, 가뭄 등 천재지변이나 기후위기 탓으로만 돌린 채 계속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박정희 정부가 1973년 산림녹화를 시작한 지 50년의 세월이 흘렀다. 성공한 산림녹화의 성과를 계승하는 동시에 ‘압축 성장’의 부작용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시점이다. 답은 우리 산림의 현장 속에 존재한다. 변화하는 우리 산림의 현실과 실태를 냉철히 조사하고 성공한 임업 선진국의 사례도 벤치마킹해 단순 조림을 넘어 산림경영의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인공위성에도 잡힐 정도로 거대하게 번져가는 산불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이 글을 썼다. 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심은 만큼 사후에도 계속 돌봐달라, 산에 못 들어가게 하는 산림 통제의 시대를 끝내고 산림 친화적인 정책을 수립해달라며 자연이 외치는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도와달라는 간절한 호소로 들리는 건 나만의 환청일까?

<신유근 녹색탄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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