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특집 | 암 정복의 최신 의술

암 정복, 의료진·장비·진료시스템 선진화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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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등 암 전문센터 원스톱 진료 유리… 조기 발견하면 생존율 높고 경제적 부담 크게 줄어

# 30대 후반의 직장여성 이모씨는 언젠가부터 잠깐 의자에 앉기만 해도 졸음이 쏟아지고, 몸이 무거워 일상생활에서 의욕을 잃을 만큼 만성피로에 시달렸다. 먹는 양은 평소와 비슷했지만 체중은 불어났다. 얼마 전 건강검진을 앞두고서는 감기몸살을 앓는 것처럼 몸이 쑤시고 두통에 시달렸다. 건강검진에서 뇌혈류 검사와 갑상선 검사를 추가했고, 갑상선 초음파 결과 암이 의심되는 혹이 발견되어 곧바로 강북삼성병원 유방갑상선암센터를 찾았다. 정밀검사를 통해 갑상선 전절제 수술을 받아야 했다. 암을 늦게 발견한 탓이다.

건국대병원은 전문적인 암 치료를 위해 암센터 내에 암 종류별로 세부적인 센터를 만들어 긴밀한 협진체계를 운영한다.

건국대병원은 전문적인 암 치료를 위해 암센터 내에 암 종류별로 세부적인 센터를 만들어 긴밀한 협진체계를 운영한다.

# 40대 주부 모순자씨는 3년 전 머리가 깨질 듯 아프면서 어지럽고 사물이 여러 개로 보이는 증상이 계속되다 갑자기 쓰려져 며칠 전 경희대병원에 실려왔다. 진단 결과 다행히 양성 뇌종양이 발견됐다. 하지만 뇌종양이 뇌 깊숙한 곳에 있어 수술이 불가능했고, 신경외과 감마나이프센터에서 최신 감마나이프 시술을 통한 치료를 받게 되었다. 2년이 지나고 나서 뇌종양의 크기는 2.8㎝에서 1.3㎝로, 부피는 4분의 1로 줄어들었고 현재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

# 최근 강북삼성병원 유방갑상선암센터에서 유방암 수술을 받은 장모씨(61·여). 자가검진을 통해 올해 초 오른쪽 가슴에 멍울을 발견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10개월이 지나서야 상태가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 ‘암 선고를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병원을 찾기 힘들게 만든 요인이었다. 장씨는 결국 오른쪽 가슴을 완전히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암 늘어나지만 열 명 중 여섯 명은 완치
우리나라 국민 세 명 중 한 명은 평생 한 번은 암에 걸리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인 81세 생존자를 기준으로 할 때 평생에 암에 걸릴 확률은 36.2%로 나타났다.
2009년 1년 동안 새롭게 암으로 진단받은 암 발생자는 19만2561명으로 2008년 18만465명보다 6.7% 증가했다. 암 증가의 원인으로는 노인 인구의 증가, 암 진단기술의 발달 및 조기 검진 활성화, 식생활과 생활습관의 서구화 등이 지목된다.

2011년도 국가암등록사업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이 62%로 암환자 10명 중 6명이 5년 이상 생존한다. 10명 중 6명 이상이 암을 극복한다는 얘기다.

암 생존율 향상은 국가적인 암 조기진단 정책에 따른 조기 발견, 최신 치료법 개발, 적극적인 의료적 치료에 힘입고 있다. 최근 전문 암센터의 등장과 최신장비의 도입은 암 치료율 향상을 견인하며 암 정복의 대장정에 청신호를 안겨주고 있다.

암 전문 의료진, 센터의 전문화, 최신 치료장비 보유는 암 치료의 성적을 좌우하는 삼박자다.

암센터 전문화… 전반적 수준 높아져
암환자의 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빠른 치료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에서 암환자가 진단과 동시에 신속하고도 제대로 된 암 치료를 받고 있을까?

한국 의료계의 암환자 쏠림현상은 매우 심각하다. 모든 수술의 60%가 대형병원 5곳에서 이뤄질 정도다.

환자들이 암에 걸린 채 몇 개월씩 진료 날짜를 기다리고, 외래를 통해 검사에서 입원, 그리고 시술까지 또 몇 개월이 소요되는 일이 허다하다.

경희의료원의 다빈치S 로봇수술 장면. 개복수술의 이점과 복강경수술의 장점을 모두 가진 원격로봇수술 시스템이다.

경희의료원의 다빈치S 로봇수술 장면. 개복수술의 이점과 복강경수술의 장점을 모두 가진 원격로봇수술 시스템이다.

하지만 최근 서울대병원의 연구에 따르면 암에 걸렸을 때 빠른 치료를 받지 못하고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환자에게 큰 스트레스를 초래해 치료성적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멀리 떨어진 병원을 찾아 하염없이 기다리기보다는 주요 지역에 위치한 대학병원들의 전문화된 암센터와 전문센터에서 원스톱 진료를 통해 빠른 시간에 암을 치료하는 것이 완치에 빨리 도달하는 길이라는 얘기다. 국내 주요 의료장비와 치료기술은 이미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

장성구 대한암학회 회장(경희대병원 비뇨기과 교수)은 “우리나라의 암 치료에 따른 생존율 증가는 이미 선진국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며, 암 종류에 따라서는 선진국을 뛰어넘고 있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의 암환자 관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현대의학의 학문적 발전에 힘입은 것”이라고 밝혔다.

장 회장은 “암 치료는 단순히 의학적인 측면만 부각되어서는 안 되며 암을 진단받은 환자가 겪게 되는 정신적 공황상태와 스트레스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이 받게 되는 심적 고통도 함께 치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암센터는 단순히 암을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한 개인의 삶을 치유하고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희망을 품게 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게 장 회장의 지론이다.

암 조기검진과 예방수칙 실천해야
국내 암환자의 30~40% 이상이 진단 당시 이미 암이 전이된 상태라는 것이 문제다. ‘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은 상황을 악화시키는 결과만을 가져온다. 조기검진을 통해 암을 미리 발견하여 수술과 항암치료 등 환자의 부담을 최소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암의 조기진단과 치료는 의료비 절감과 국가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유익하다.

이대목동병원에서 가동 중인 최첨단 방사선 암치료기 ‘트릴로지’. 암 정복의 신무기로서 각종 암에 우수한 치료성적을 보유한 장비다.

이대목동병원에서 가동 중인 최첨단 방사선 암치료기 ‘트릴로지’. 암 정복의 신무기로서 각종 암에 우수한 치료성적을 보유한 장비다.

서현숙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장은 “이제 암은 의학적인 관점에서 암 발생 인구의 3분의 1은 예방 가능하고, 3분의 1은 조기진단만 되면 완치할 수 있으며, 나머지 3분의 1의 환자도 적절한 치료를 하면 완치 및 완화가 가능하다”면서 “평소 일상생활에서 암 예방 생활습관을 실천하고 생애 주기에 맞는 적절한 시기에 검진을 통해 조기에 암을 발견한다면 더 이상 암은 그리 두렵지 않은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유근영 서울대 교수(예방의학)는 “생존율이 낮은 암들은 치료가 어려운 암 자체의 특성도 있지만, 조기검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암의 진행 정도는 암 완치율의 결정적인 변수다. 의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암에서 병기가 1기인 경우 완치율은 90% 이상이다. 2기에서는 60~70%로 뚝 떨어진다. 3기에서는 30~50%이고, 4기에서는 10~20% 내외이다. 암은 한 번 발생한 사람에게서 완치 후에도 재발하거나 다른 부위에서 새로 생겨날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기진단에 의한 조기검진 자체가 지속적인 치료나 다름없다.

강북삼성병원 유방갑상선암센터에서 윤지섭 교수가 갑상선암이 의심되는 여성을 진료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유방갑상선암센터에서 윤지섭 교수가 갑상선암이 의심되는 여성을 진료하고 있다.

양정현 건국대의료원장은 “무엇보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조기검진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40대 이상 연령층, 흡연자나 음주자, 위험작업장 근무자,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 등 고위험군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대여성암병원 문병인 유방암·갑상선암센터장은 “암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고기만 선호하는 식습관도, 식물성만 좋다는 채식주의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지방질로 보충되는 열량을 전체 열량의 20% 미만으로 줄이는 균형 있는 식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문 센터장은 “평소 식사에서 소금의 양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며, 이와 함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효순 경향신문 의료전문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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