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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점 운명 건 '변신 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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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최근 대형 할인점의 핵심 경영 키워드다. 장기 불황에도 최근 몇년간 백화점과 재래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실한 매출실적을 올렸던 대형 할인점들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Economy@Life]할인점 운명 건 '변신 대작전'

실제로 이마트를 비롯해 삼성테스코, 월마트코리아 등 대형 할인점들이 앞다퉈 리모델링에 나서는가 하면 '세컨드 숍' 도입과 종전에 볼 수 없던 고급-전문화 전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싼값에 많이 팔아치우는 종래의 '박리다매' 이미지에서 벗어나 더 다양하고 더 고급스럽게 물건을 팔기 위해 전문 매장을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백화점에나 설치되어 있던 어린이 놀이방과 미용실, 고급 레스토랑, 병원, 골프숍, 문화센터 등도 속속 입점시키고 있다. 사통팔달의 입지 조건은 물론이며 시설 고급화로 오지에 위치한 창고형 할인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싸게 파는 창고형은 '옛말'

이런 변화로 백화점과 할인점의 구분이 모호해질 정도다. 삼성테스코 PR팀의 정선희씨는 "싸게 팔기만 하면 그만이던 창고형 할인점 시대는 이제 옛말이 됐다"면서 "소비자들의 생활패턴 변화로 최근 할인점은 상품과 시설,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백화점의 고유영역으로 여기던 부분까지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할인점들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 전문매장화 전략이다. 백화점에나 있음직한 고급 전문매장이 할인점에도 잇따라 들어서서 지난 10월 오픈한 이마트 서울 용산점은 여러 전문매장을 시험적으로 도입한 대표적인 할인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이곳에는 400여 유기농 제품을 구비한 풀무원의 '올가홀푸드'가 들어섰다. 유기농 건강제품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소비자를 위한 마케팅이라는 게 이마트측의 설명이다. 또 이마트는 서울 천호점과 대구 반야월점 등에 이른바 '웰빙존'을 만들어 치과, 한의원 등 병원과 동물병원 등을 입점시켰다.

월마트코리아도 최근 대구점을 시작으로 일산-인천-대전-강남점 등 지은 지 5∼7년 된 매장을 리모델링하고 있다. 리모델링을 통해 전문 매장을 입점시키거나 매장을 고급화한다는 전략이다.

롯데마트도 전문 매장 도입에 적극적이다. 리모델링중인 영등포점과 신규 점포에는 인테리어 전문매장과 유기농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영등포점의 경우 250평 규모로 '홈 솔루션 라 메종'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마련해놓고 있다. '메종'이라는 통합 브랜드 아래 집꾸미기에 필요한 각종 아이템을 갖추고, 고급스러운 쇼룸을 마련해 인테리어 제안 공간을 만들 예정이다.

삼성홈플러스는 이에 앞서 지난 6월 청주점에 250평 규모의 홈인테리어 전문 매장을 들여놨다. 점포 한쪽 면 전체를 여러 개의 방으로 꾸며 각각 인테리어 공간으로 꾸몄다. 유통 컨설턴트 하영선씨는 "대형 할인점들이 앞다퉈 전문 매장 구성에 적극 나서는 것은 기존 업태로는 치열한 마케팅 전쟁에서 살아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각 할인점은 특색있는 인테리어와 상품군으로 차별화를 꾀해야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할인점 규모가 커져 독특한 매장을 도입해야 하는 환경변화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마트 권혁구 표준화팀장은 "할인점간 서비스나 상품력 경쟁은 이제 정점에 달했기 때문에, 앞으론 전문 매장 같은 차별화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전문점과 함께 편의시설을 얼마만큼 갖췄느냐가 할인점의 성공여부를 가름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Economy@Life]할인점 운명 건 '변신 대작전'

골목 상권 파악하는 안테나

전문-고급화와 함께 최근에는 대형 할인점들이 앞다퉈 미니형 점포로 운영되는 '세컨드 숍' 사업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통 전문가들은 "골목 상권에 위치하며 소비자의 구매성향을 탐지하는 안테나 숍 구실을 하는데다 적은 비용을 들여 사업다각화 및 브랜드 파워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세컨드숍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테스코는 지난 10월 경기도 분당신도시에 320평 규모의 미니형 슈퍼마켓 '수퍼익스프레스' 수내점을 오픈했다. 지난 6월과 7월 연달아 문을 연 중계점(250평)과 서초점(150평)에 이은 3호점이다. 이승한 삼성테스코 사장은 수퍼익스프레스와 홈플러스를 쌍두마차로 유통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야심이다.

삼성테스코는 이를 위해 연말까지 수퍼익스프레스 매장을 8개로 늘리기로 했다. 내년엔 30개, 2008년엔 130개까지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삼성테스코가 수퍼익스프레스에 주목하는 것은 평당 매출이 일반 할인점보다 2~3배 높게 나타나는 등 영업효율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세컨드 숍에 호감을 갖기는 이마트와 월마트도 마찬가지다. 이마트는 1,000평 미만의 도심형 할인점 '에브리데이' 2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900평 규모인 신월점과 800평 규모의 수내점이 그것이다.

외국계 할인점인 월마트도 미국의 슈퍼마켓을 축소한 1,000평짜리 '네이버후드 마켓'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슈퍼마켓을 건설하기 위한 부지 물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테스코 마케팅기획팀 신영석 과장은 "할인점간 경쟁을 넘어 점점 백화점 대 할인점, 홈쇼핑 대 가전쇼핑몰 등 서로 다른 업태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이와

같은 추세에서 할인점의 고급-전문화는 백화점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at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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