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16과 함께 등장한 최신 모바일 운영체제 iOS 18. 가장 큰 캐치프레이즈는 애플판 인공지능 애플 인텔리전스였는데 별로 홍보되지 않는 큰 변화가 하나 더 있다.
SMS/MMS를 잇는 차세대 문자메시지 표준 RCS(Rich Communications Services)를 드디어 지원하게 된 것. 독과점이라고 사방에서 압박받던 애플이 백기를 들었다. 등 떠밀려 탑재했어도 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기능인데 이번에도 한국에선 무용지물이다.
사실 카카오톡이 있으면 RCS가 아쉽지 않다. 통신사에 비용을 내지 않아도 장문과 사진을 전송할 수 있고, 무엇보다 단톡방을 만들 수 있다. 스티커도 보낼 수 있고, 읽었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상대방이 뭔가를 입력할 때 궁금해하며 기다릴 수도 있다. 통신사 기본 문자는 제공해 주지 못하던 체험은 강렬했다. 그렇게 카카오톡은 한국에서, 비슷한 위챗과 라인은 각각 중국과 일본에서 왕국을 건설했다.
휴대폰 대리점에서도 새 휴대전화기를 산 어르신들에게 카톡을 대신 설치해 주는 친절을 베풀어야 할 정도니, 차원이 다른 의존도였다. “사실상 국가 기간망”이라던 대통령의 말도 틀리지 않는다. 먹통 사태마다 그 독과점이나 과의존에 벗어날 때가 됐다고 말은 해도 이런 앱은 나 혼자의 의지로 벗어날 수 없다.
명색이 통신사인데 메신저 역할 하나 제대로 못 해 국가 기간망 역할을 일개 앱에 양도해 버리다니. 통신사들은 카카오톡이 지녔던 각종 장점을 흡수한 표준을 함께 만들기로 한다. 그런데 통신사들은 인터넷 기업들처럼 소프트웨어를 친절히 만들 줄 몰랐고, 협업마저 서툴렀으니 될 리가 없었다.
이런 통신사의 실태에 답답해진 이가 있었다. 마침 자기네 메신저 앱이 잘 안 되던 구글이다. 반면 아이폰에 기본 탑재된 아이메시지의 위력은 날로 커졌다. 아이폰끼리는 기능이 풍부한 파란 말풍선을 띄웠지만, 안드로이드는 일반 문자로 차별하며 녹색으로 칠했다. 녹색은 파란 친구들 단톡에 초대될 수도 없었다. 이 차별을 겪어 본 아이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아이폰을 사고 싶어지게 마련이다. ‘블루 버블 그린 버블’이라는 사회현상이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를 통합하는 메신저가 필요했던 구글은 정리되지 않은 RCS에서 마지막 희망을 봤다. 대신 나서서 국제표준도 정리하고 공짜 문자 앱도 만들어줬다. 애플만 RCS를 지원하면 된다고 조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iOS 18은 국제표준을 이제 지원한다.
그런데 이번 신기능도 한국에서는 되지 않는다. 한국 통신사들은 국제표준과 미묘하게 다른 방식으로 RCS를 구현해 버린 갈라파고스 상태라서다. 갤럭시에 기본 탑재된 RCS 앱 채팅 플러스도 국내용은 이미 비표준 신세.
비표준 RCS를 쓰는 중국이 있어서 외롭지 않으려나 했는데, iOS 18.1 업그레이드에서 중국용 RCS를 애플이 특별히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은 통신사가 국제표준으로 바꾸든 애플이 삼성처럼 한국식으로 고쳐주든 해야 할 텐데 SMS 과금에 맛 들인 통신사는 만사 귀찮고, 애플도 한국을 중국처럼 편애할 것 같지 않으니 카카오톡 왕국은 당분간 별 이상 없어 보인다.
<김국현 IT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