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를 벌면 우리 사회 상위 1%에 들어갈 수 있을까. 월급쟁이들이 곧잘 던지는 질문이다. 정답은 2021년 근로소득 기준으로 약 1억7000만원 이상이다. 약 1억원을 넘으면 근로소득 상위 5%에 들어간다. 물론 소득에는 근로소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진짜 부자들은 금융소득, 사업소득 그리고 임대소득으로 큰돈을 버는데 이들을 포함한 통합소득 기준으로는 1억9000만원을 넘게 벌어야 상위 1%에 들어갈 수 있다. 상위 0.1% 커트라인은 훨씬 높아 근로소득 기준 약 6억8000만원, 그리고 통합소득 기준 약 12억원이 넘어야 한다.
상위 1%와 같은 부자들의 소득은 이제 불평등의 경제학에서도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이들이 전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상위소득집중도가 불평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흔히 각국 정부는 가계금융복지조사와 같은 가구조사 자료들에 기초해 가구소득의 불평등 정도를 지니계수와 같은 지표로 계산한다. 하지만 가구조사 자료는 보통 큰 부자들이 자신의 소득을 정확히 대답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높은 소득을 제대로 측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최근에는 객관적인 소득세 자료에 기초해 개인 수준의 불평등을 측정하는 연구들이 발전됐다. 연구자들은 1%나 상위 10%의 소득집중도를 추정하고 그 변화를 분석하며 또한 국제 비교를 수행한다. 피케티 교수 등의 연구 이후 상위소득 집중도에 관한 연구들이 발전됐는데 각국에 관한 조사 결과는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도 김낙년 교수 등이 소득세 자료에 기초해 상위소득 집중도에 관한 연구를 발전시켰다. 역사적으로 한국의 상위소득 집중도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들어 빠르게 높아져 왔다. 또한 국제 비교를 해보면 주요 선진국 중에서 한국의 상위소득 집중도가 높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2010년대 종합소득 상위소득 집중도 상승
2010년대 들어서는 근로소득에서 상위소득 집중도가 하락한 반면 사업소득이나 금융소득을 집계하는 종합소득에서 상위소득 집중도가 높아졌다. 2018년 발표된 김낙년 교수 논문은 소득세 자료를 기반으로 2016년까지 한국의 소득집중도를 업데이트했다. 연구에 따르면 근로소득에서 상위 1%가 차지하는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010년에 피크를 친 후 2016년까지 약간 하락했다. 그러나 사업소득이나 금융소득에서 상위 1%의 몫은 2010년대에 오히려 높아져 전체소득에서 상위 1%의 몫은 별로 변화가 없었다. 결국 노동소득에서 부자들의 몫은 줄어들었는데, 이는 자산과 같은 다른 소득에서 부자들의 몫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코로나19를 겪은 이후의 변화는 어떨까. 얼마 전 발표된 노동사회연구소의 보고서는 국세청 천분위 소득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고한다. 이에 따르면 2018년과 2019년 상위소득 집중도가 하락했지만 2020년 팬데믹 이후 다시 높아졌다. 2021년 평균 근로소득은 4024만원으로 5.1%나 늘어 지난 10년새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소득분배는 불평등해졌다. 근로소득에서는 상위 1% 소득집중도가 2019년 7.2%에서 2021년에는 7.9%로 높아졌고, 상위 10% 소득점유율도 31.1%에서 32.1%로 높아졌다. 통합소득에서도 상위 1% 점유율은 2019년 11.2%에서 2021년 12.1%로 높아졌고, 상위 10%의 몫은 36.6%에서 37.8%로 높아졌다. 근로소득의 세전 지니계수는 2012년 0.483에서 2019년 0.444까지 크게 낮아졌지만, 2021년에는 0.452로 높아졌다. 통합소득 세전 지니계수도 2012년 0.528에서 2019년 0.509까지 약간 낮아졌다가 2021년에는 0.520으로 높아졌다.
코로나19 이후의 변화를 보면 2020년 하위계층의 근로소득과 통합소득이 줄어들었다가 2021년에는 늘어났지만, 상위계층의 소득 증가가 훨씬 컸다. 상위 10% 소득계층은 2020년에도 상대적으로 소득이 크게 증가했고, 특히 2021년은 근로소득과 통합소득 모두 7%가 넘게 증가했다. 이는 팬데믹 기간 동안 취약한 비정규직 저소득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가게 문을 닫는 등 큰 피해를 입었지만, 상위계층은 소득이 증가해 소득의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보고서에서도 소득분배 변화에서 근로소득과 통합소득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상위 10% 근로소득 집중도는 2012년 32.8%에서 2017년 32%까지 하락했고, 2019년 31.1%까지 낮아졌다. 상위 20%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즉 문재인 정부 초기였던 2018년과 2019년은 상위 10%와 20% 집중도가 하락해 소득분배가 상당히 개선됐다. 하위 50%의 소득비중은 2012년 이후 꾸준히 높아졌는데 2018년과 2019년 더욱 빠르게 증가했다. ‘근로소득 상위 10%/소득 하위 40%’의 비율인 팔마비율은 2012년 3.02에서 2019년 2.33까지 하락했고, 2021년 2.44로 약간 높아졌다.
반면 금융소득과 사업소득을 통합한 통합소득의 상위 10% 점유율은 2012년 37.3%에서 2018년 이후 약간 하락해 2019년 36.6%를 기록했지만 이후 높아졌다. 상위 1% 집중도는 2012년 10.8%에서 계속 높아져 2019년 11.2%가 됐고, 2021년에 더 높아졌다. 특히 상위 0.1%의 통합소득 점유율은 2012년 4%에서 2017년 4.3%, 그리고 2021년 4.8%로 크게 높아졌다. 통합소득에서 하위 50% 점유율도 소폭 상승했지만, 근로소득보다는 그 상승폭이 훨씬 낮았다. 결국 2010년대와 코로나19 이후 통합소득의 상위소득 집중도와 불평등은 근로소득에 비해 더욱 높아졌다.
상위 0.1% 평균소득, 소득 중간값의 70배
실제로 2021년 통합소득 상위 0.1% 평균소득은 약 18억5000만원, 상위 1% 평균소득은 약 4억7000만원으로 소득의 중간값에 비해 각각 약 70배, 18배나 높았다. 통합소득에 증여나 상속, 그리고 자산 매매로 얻은 소득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결과도 자산가격 급등으로 인한 소득불평등을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현실은 가구소득 기준의 불평등 변화와는 다른 모습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소득의 2021년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2019년에 비해 약간 낮았고,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개인소득 기준의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근로소득과 통합소득 모두 세전과 세후 지니계수가 2020년과 2021년에 약간 높아졌다.
팬데믹 이후 개인 기준의 소득분배가 악화된 현실에는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불황의 충격과 함께 부분적으로 낮은 최저임금 인상도 한 요인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역전시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경기관리와 소득분배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 심화되고 있는 비근로소득의 불평등 심화를 개선하기 위해 부의 불평등을 개선하고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를 위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문제는 재정건전성을 강조하고 부자 감세를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이 그와 정반대라는 점이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