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태계의 위기

(3) ‘멸종위기종’ 증가는 인간 멸종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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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보호생물 실태 파악 시급… 해양보호구역 확대 검증 필요

지구온난화와 수온 상승, 미세플라스틱 오염, 무분별한 포획 등으로 해양생물 서식지와 생태계 다양성이 무너지고 있다. 모두 인간이 먹고 쓰는 활동에서 비롯되는 유해 요인들이다. “2100년 안에 해양생물 절반이 사라질 것”(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경고음도 나온다. 해양생물의 위기는 인간 삶의 위기로 직결된다. 때문에 전 세계가 멸종위기 해양생물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고 해양보호구역을 늘리고 있다. 우리 정부도 해양생물의 보전과 보호, 생태계 복원, 동물 복지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전문가들은 국내 해역에 서식하는 해양생물의 종과 규모 등에 대한 면밀한 실태 파악이 우선돼야 하고, 해양보호구역 지정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도 빠른 시일 내에 제시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점박이물범 / 해양수산부 제공

점박이물범 / 해양수산부 제공

과거 울릉도와 독도에서 주로 서식했던 독도강치는 1976년 독도에서 목격된 이후 자취를 감췄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항공기 기름과 군복, 식량 등으로 쓰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남획한 이후 개체수가 급격히 줄었다. 1904년 한해 동안 약 3200마리가 희생됐다고 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1996년 강치를 지구상에 사라진 절멸종으로 분류했다.

해양보호생물은 현재 88종

해양의 최상위 포식자인 고래도 개체수가 급감했다. 해양수산부의 ‘남방큰돌고래 등 고래류 해양보호생물 폐사 현황’을 보면 이른바 ‘웃는 돌고래’로 유명한 상괭이는 2017~2020년 4년간 총 4069마리가 국내 연안에서 폐사했다. 어획 활동 중에 잡혀 죽은 혼획이 2890마리로 전체의 70.3%를 차지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고래 1만8000~2만5000마리가 매년 선박과의 충돌로 죽는다(세계지속가능성기구·WSO)고 한다. 고래는 긴 수명 동안 한마리당 평균 33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나무 1500그루가 매년 흡수하는 양과 같다. 고래의 배설물은 철분과 질소가 다량 포함돼 있어 식물성 플랑크톤의 생존에 기여한다.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한다.

갯게 / 해양수산부 제공

갯게 / 해양수산부 제공

해양생물 개체수가 줄고 생태다양성이 훼손되면 그 피해는 인간에게 돌아간다. 수산자원의 고갈, 이상기후 현상 심화, 환경오염과 자연재해의 증가 등이다. 해양생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미세플라스틱이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의 몸속에 흡수된다. 지난해 6월 해수부가 국내 연안과 외해역의 해수·해저 퇴적물에 있는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측정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국내 연안과 해양의 미세플라스틱 양은 계속 늘어 2100년에는 연안의 82%, 바깥 해역의 22%가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될 것으로 예측된다.

저어새 / 해양수산부 제공

저어새 / 해양수산부 제공

정부도 해양보호생물 지정을 늘리면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해수부는 우리나라 고유종을 비롯해 개체수가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는 종, 학술적·경제적 가치가 높은 종, 국제적으로 보호가치가 높은 종들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보호·관리하고 있다. 현재 지정된 해양보호생물은 남방큰돌고래 등 포유류 19종, 기수갈고둥 등 무척추동물 36종, 거머리말 등 해조류(해초류 포함) 7종, 장수바다거북 등 파충류 5종, 가시해마 등 어류 5종, 청다리도요사촌 등 조류 16종을 합해 모두 88종이다. 학술연구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해양보호생물을 포획하거나 채취, 유통하는 등의 행위는 전면 금지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지난 10월 18일에는 해양보호생물의 ‘해양보호생물 관련 광고 및 관찰 활동’에서 이동이나 먹이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추가한 해양생태계법 일부개정법안이 공표됐다. 이 역시 위반할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부는 해양생태계 교란생물과 유해해양생물도 별도 지정해 관리한다. 해양생물을 보전·보호하는 해양보호생물 지정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노무라입깃해파리 등 유해해양생물은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주는 해양생물로, 총 17종이 지정됐다. 해양생태계 교란생물은 외국에서 들어온 유전자변형 생물체 중 해양생태계 균형을 교란하는 생물로, 유령멍게 1종이 지정돼 있다.

붉은바다거북 / 해양수산부 제공

붉은바다거북 / 해양수산부 제공

해양보호구역 작년까지 32곳

해양생물 보전·보호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정책 수단은 해양보호생물 지정과 함께 해양보호구역을 늘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해양보호구역 지정으로 멸종위기 생물의 서식지를 안전하게 확보하고, 생태계 복원 등을 기대할 수 있다. 해양생물다양성보전(BBNJ) 협약 등 국제사회는 전 세계 해양면적의 7.93%에 불과한 보호구역을 오는 2030년까지 30% 이상(30×30)으로 늘려야 한다고 권고한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5월 P4G 정상회의에서 “2030년까지 30%의 공해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한다”면서 ‘30×30’ 캠페인 지지를 공식 선언한 바 있다.

검은머리물떼새 / 해양수산부 제공

검은머리물떼새 / 해양수산부 제공

국내 해양보호구역은 해양생물보호구역, 해양생태계보호구역, 해양경관보호구역, 습지보호지역 등으로 구분된다. 해양생태계와 해양경관 등을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있는 경우 국가나 지자체가 특정 공유수면을 지정하고 관리한다. 지정된 지역 내 어민들의 어업활동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해양생물의 채취나 유통이 금지되고, 건축물 증축이나 토지의 개발 등 생태계 훼손 행위가 제한된다. 반대로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생태탐방로, 방문객 센터 등 생태관광 시설이 설치되고, 주민복리 증진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 등이 지원된다.

해양보호구역은 2001년 전남 무안갯벌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모두 32곳을 지정했다. 전체 면적은 서울시(605.25㎢) 면적의 2.97배 수준인 약 1798.7㎢다. 가장 최근에 지정한 곳은 포항 호미곶 일대다. 지난해 12월 말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포항 호미곶 일대(약 25만㎡)는 해양보호생물인 게바다말과 새우말이 주로 서식한다. 게바다말과 새우말은 잘피종의 하나로,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의미하는 블루카본 중 하나다. 호미곶 일대 수심 1∼6m에 걸쳐 약 8.3㏊ 규모로 큰 군락을 형성하고 있는 게바다말과 새우말은 벼나 부추처럼 생긴 여러해살이 식물로, 광합성을 하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특히 물고기들의 산란장과 서식지 역할을 하면서 생태학적 가치를 높게 인정받고 있으나 수온 상승과 해양산성화 등으로 인해 개체수가 급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IUCN은 게바다말을 멸종위기종, 새우말을 취약종으로 지정해놓고 있다. 포항시는 우수한 해양생태계를 보전하고 활용하기 위해 호미곶 일대를 국가해양정원으로 조성하기로 하고,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173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2030년까지 전 세계 해양의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국제적인 해양보호구역 확대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 매년 2개소 이상을 지속적으로 확대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해양보호구역 효율적 확대방안은

해양보호구역을 지금보다 더 늘리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역 어민들을 설득하는 일이다. 예컨대 수십년간 민통선 규제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이면서 건축행위 등 재산권 행사 등에 제한을 받고 있는 강화군 일대의 경우 또다시 보호구역으로 묶이는 것에 대해 지역 어민들의 기류가 대체로 부정적이다.

해양보호구역 지정 현황도 / 해양수산부 제공

해양보호구역 지정 현황도 / 해양수산부 제공

이러한 이유 등으로 국내 해양보호구역 면적 규모도 큰 편이 아니다. 미국의 해양보호구역은 영해의 26%를 차지하는 반면 한국은 2.46%에 그친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6년 8월 기후변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하와이 인근의 파파하노모쿠아키아 보호구역을 기존의 4배 면적인 150만㎢로 늘리는 계획을 내놨다. 한반도 면적(22만㎢)의 7배 수준이다. 이 지역은 10년 전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에 해양국립기념물로 처음 지정됐다. 류종성 안양대 해양바이오공학과 교수는 “다른 국가의 경우 인구 밀집도가 낮거나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로 보호구역을 지정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민과 어촌계 등 밀집도가 높아 무작정 보호구역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해양보호구역 지정의 성공 사례도 많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생물다양성을 보유하고 있는 전남 신안군은 전국 습지면적(1421.65㎢)의 약 77%를 차지하고 있는 신안갯벌(1100.86㎢)이 있는 곳이다. 신안갯벌은 퇴적층 내 산소가 풍부하고 생물다양성이 우수해 철새들의 기착지로도 유명하다. 신안군은 과거 간척과 매립 등 개발로 전체 습지보호지역 면적이 크게 쪼그라들면서 갯벌 생태계 훼손 우려가 커지자 2010년부터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추진해왔다. 이후 2018년부터 신안갯벌 습지보호지역을 크게 늘려 지정·관리 중이다. 신안군은 습지보호지역 확대 지정으로 인한 해양생태계 보호 효과와 더불어 생태관광 활성화와 어업인 소득 증대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양생물 보호를 위한 정부 정책은 크게 2가지 관점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는 해양보호생물의 서식지, 규모, 이동경로 등 실태 파악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만 이들의 보전과 보호 대책을 꼼꼼하게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출입이나 취사를 원천 봉쇄하는 육상 보호구역과 달리 해상은 넓고 깊기 때문에 효율적인 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보호구역 지정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사후 관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인력과 예산 지원을 늘려야 하는 이유다.

해양보호구역 지정 이후 해양생물 증식과 생태계 복원 효과 등에 대한 신뢰도 높은 결과도 내놔야 한다. 류종성 교수는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의 해양생물 보전, 생태계 복원, 경제적 효과 등에 대한 연구 사례가 아직 없어 미국 등 외국 사례를 참고삼아 보호구역을 확대하고 있다. 구역 지정에 따른 여러 긍정적 효과를 연구해 결과치를 내놓게 되면 해양보호구역 확대와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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