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 태양광 발전 설치, 경제성 높고 국토 훼손 우려 낮은 장점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137개 국가(2021년 6월 기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한국은 산업화 역사가 짧지만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누적 배출량이 전 세계 13위에 올라 있다. 2018년 기준 영국(-42%), EU(-24%), 일본(-2%), 미국(4%) 등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상당량 줄이거나 억제했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149% 증가했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해달라는 요구가 나올 만하다.
산업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녹색으로 재편되면서다.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다.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GM, BMW 등 331개 기업(2021년 9월 기준)이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는 캠페인인 RE100에 가입했다. 이들은 협력업체도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길 요구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부품사는 거래처를 잃고 대기업들은 재생에너지 구입이 용이한 해외로 생산시설을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
옥상 4분의 1만 활용해도 발전량 18% 충당
일본 산업계가 재생에너지 공급을 2030년까지 50%로 높여야 한다고 수년째 정부에 요구하는 배경에 이런 국제적 흐름이 있다. 국내에선 원전이 정쟁의 수단이 돼서 발목을 잡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확보는 이미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정책대학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의 최근 연구를 보면 RE100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산업 수출액이 각각 15%, 31%, 4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은 저탄소 발전원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경제성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 결과 2025년경 미국, 프랑스, 중국, 인도 등 주요 국가에서 태양광에 역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원전의 건설 비용이 예상외로 높아지면서 신규 건설이 중단되고, 재생에너지가 늘면서 대형 원전의 출력을 조정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중국은 원전을 늘리고 있지만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충에서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한국은 제9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원자력 발전 비중을 2019년 25.9%에서 2030년 25%로 제시해 점진적인 원전감축을 지향하고 있다. 신재생은 같은 기간 6.5%에서 20.8%로 늘어난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는 데도 건설기간이 긴 원전이 기여할 부분은 적다. 원전은 최대한 수명대로 유지하면서 재생에너지 투자에 박차를 가할 시점이다.
관심사는 국내 재생에너지 자원 잠재량이 어느 정도 되는가이다. 잠재량을 알아야, 그에 맞춰 보급 계획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격년으로 발간하는 <신재생에너지 백서>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의 기술적 잠재량(지리적·기술적 영향요인을 반영해 활용 가능한 양)은 5025GW(설비용량 기준)이다. 현재 국내 총 발전설비용량 130GW의 약 38배이다. 재생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입지자원은 풍부하다는 의미이다. 경제적 영향요인과 지원·규제 등 정책 요인을 적용해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에너지량인 시장잠재량은 916GW이다. 이중 태양광 시장잠재량만 356GW(설비용량 기준), 495TWh/년(발전량 기준)이다. 2018년 국내 총발전량(570TWh)의 86.7% 수준이다.
특히 건물 옥상에 설치한 태양광의 우선공급 잠재량은 무시 못 할 정도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의 연구결과 2050년 시점에서 건물에 설치 가능한 태양광 설비는 145GW(옥상 면적 25% 사용 가정)로 평가된다. 평균 이용률을 15.38%로 가정하고, 2050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태양광 모듈 효율 34%를 적용하면, 발전량은 연간 177TWh로 예상된다. 현시점의 태양광 모듈 효율(20%)을 적용하면 연간 발전량은 104TWh 정도이다. 옥상 면적은 국토의 1.5%에 불과한데 그 일부만 활용해도 총발전량의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다.
건물 옥상은 이미 개발된 지역이고, 유휴부지라 개발에 따른 환경 파괴와 비용 문제에서 자유롭다. 의지가 있고, 적절한 지원만 뒤따른다면 지금 당장 설치 가능하다. 태양광 시장잠재량을 조사한 윤창열 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산림·경관 훼손 문제 때문에 산지형·수상태양광은 포함하지 않았고, 기술개발·보급 초기 단계인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도 넣지 않았다”며 “보수적인 관점에서 임대료가 들지 않는 건물 옥상에도 임대료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중립성을 두고 공격이 들어올 수 있어서 오히려 많은 부분을 쳐냈는데도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태양광 시장잠재량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BIPV 보급이 늘고, 임대료를 뺄 경우 건물형 태양광 발전의 시장잠재량은 훨씬 커질 수 있다.
태양광 발전 경제성, 2028년 원전 앞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국토가 훼손된다는 논란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배정환 전남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젠 계획입지로 변경되면서 태양광 초기처럼 난개발로 진행될 우려는 없다”면서 “건물 옥상에 설치한다면 초·중·고와 대학교 등 일정 규모 이상의 교육시설에 먼저 의무적으로 설치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적 효과도 큰데다 민원이 없어 설치하기도 쉽고, 전기 낭비도 큰 곳이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은 100만달러를 투자할 때 15.7명의 일자리가 생길 정도로 높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 에너지 수요가 많은 오후 2~5시의 피크타임에 전력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특성이 있어 과설비 문제 해결에도 효율적이다. 태양광은 분산전원이라 생산된 지역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어 송배전망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송배전에 따른 환경 파괴의 위험도 줄어 지속가능성이 높다.
태양광 분야 기술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내에서도 그리드 패리티 달성이 머지않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결과 대형(3㎿ 이상) 상업용 태양광 발전소의 경우 2028년 이후 원자력에 비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선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중국만 이득을 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신규 발전 투자는 대부분 태양광인데 중국이 점령할 것이 두렵다는 이유로 포기한다면 이 시장을 다 내주는 꼴이 된다. 정우식 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중국이 태양광 모듈 1㎿ 라인에 15명을 투입하면 우린 8~10명을 투입해 모듈 자체로는 경쟁력이 있다”면서 “중국에 비해 3분의 1에서 4분의 1 정도만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게 해주면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면 내수 확대가 필요하다. 김성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은 “확대된 내수시장을 통해 기업경쟁력 강화, 고용 확대, 세계시장 진출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