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4월 음성인식 전문기업 뉘앙스 커뮤니케이션즈(Nuance Communications)를 197억달러(약 22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뉘앙스는 1992년 설립된 기업으로 나스닥에도 상장돼 있다.
뉘앙스는 음성인식 분야에서 최고 기술력을 가진 기업으로 ‘포춘’지 선정 100대 기업의 85%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또한 애플이 ‘시리’를 개발할 때 협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뉘앙스는 음성인식 및 인공지능 기술을 의료, 금융, 통신, 유통 등 여러 산업용 솔루션에 도입하고 있는데 특히 의료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뉘앙스는 의사와 병원이 필요로 하는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55만명 이상의 의사와 1만개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이용 중이다. 솔루션의 일부 기능을 살펴보면 음성인식을 통한 문서 자동화, 인공지능 기반 데이터 분석 및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 대화형 IVR(Interactive Voice Response) 기술을 통한 환자 약속 관리 및 환자 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무엇보다 모바일 앱이나 전용 장치를 통해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정확하게 인식하면서 자동으로 문서화하는 기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치료 품질을 개선하고 효율성을 높이고 의사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뉘앙스를 인수한 이유는 명백하다. 뉘앙스의 음성인식 기술과 헬스케어 솔루션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 및 산업용 솔루션을 모두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는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등의 여러 첨단 기술이 가장 적극적으로 응용되고 있는 분야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5월 의료 업계를 위한 ‘헬스케어 클라우드(Microsoft Cloud for Healthcare)’를 공개하고 능동적 환자 참여, 의료진 협업 강화, 운영 및 임상 데이터 관련 통찰력 증대, 상호운용성·보안·신뢰를 강화한 클라우드 등을 강조하며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뉘앙스 인수를 통해 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인수는 우리에게 두가지 교훈을 준다. 첫째, 차세대 기술 및 비즈니스에서 인수합병의 중요성이다. 뉘앙스는 이번에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됐지만, 그간 뉘앙스도 50여개에 달하는 여러 경쟁사와 스타트업들을 인수합병하면서 성장한 기업이다.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몸집을 불리는 전략은 시장경제적 성장 모델의 정석이라 할 수 있다. 국내 기업 문화에서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둘째, 의료 산업에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해 효율성과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산업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환자의 의료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라도 몹시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의료 산업과 첨단 기술의 융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