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일반지능은 실현될 수 있을까?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단지 정해진 작업만을 수행하도록 프로그래밍된 제한적인 기능의 인공지능과 달리 다양한 업무 수행 및 지적 판단이 가능한 인공지능을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인공일반지능)’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범용 인공지능이다. 이미 여러 기업이 AGI 개발에 뛰어든 상태로, 근래 들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오픈AI의 GPT(Generative Pre-Training)-3를 통해 AGI의 현황과 미래를 살펴보자.

오픈AI 로고/페이스북

오픈AI 로고/페이스북

오픈AI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링크드인 공동창업자, 페이팔 공동창업자, 구글 출신 딥러닝 전문가 등이 참여해 만들어진 인공지능 연구기관이다. GPT-3의 기술적 성취는 무엇보다 시스템의 작동 규모와 성능에 있다. 인간의 뇌를 흉내 낸 GPT-3의 신경망은 특정 단어가 입력되면 서로 다른 노드 간의 네트워크 매개변수를 기반으로 해당 단어에 뒤따를 가장 가능성이 높은 단어를 찾아낸다. 참고로 매개변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에서 학습 모델의 작동 및 성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값이다.

2018년에 출시된 GPT-1은 1억1700만개의 매개변수를 사용했고, 2019년 GPT-2는 15억개의 매개변수를 사용했는데, 올해 6월 선보인 GPT-3는 무려 1750억개의 매개변수를 통해 엄청난 성능 향상을 이뤄냈다.

그 결과 GPT-3는 단일 문장이 아니라 대화의 문맥을 파악하고 창의적인 답변을 내놓는 수준에 도달했다. 인공지능 연구에서 GPT-3의 주요 성과는 매우 방대한 데이터에 기반을 둔 자연어 모델이 인공지능의 성능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는 점에 있다.

GPT-3를 이용한 결과물을 살펴보면, 요구사항을 알려주는 것만으로 화면을 디자인하거나 프로그래밍 코드를 작성하고, 소설가나 화가처럼 창작물을 만들 수 있고, GPT-3를 특정 역사적 인물로 설정해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GPT-3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으로 설정하고 과학에 관한 대화를 할 수도 있다. 심지어 GPT-3는 거짓말도 한다.

오픈AI는 2015년 비영리 기업으로 설립되었지만 2019년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해 사실상 영리 기업으로 변신했다. GPT-3를 비롯한 연구 성과물을 상업적으로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2019년 7월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0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오픈AI가 설립 초기에 내세운 “모든 인류의 이익을 위해 AGI를 구축하고 사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거창한 선언문이 과연 지켜질지 의심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여전히 GPT-3는 미흡한 점들이 많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로 볼 때 AGI가 실현될 가능성이 보다 높아진 것만은 확실하다. 현재 전 세계에서 최소 50여개 이상의 기관이 AGI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45년 내에 AGI가 개발돼 특이점을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AGI는 실현 불가능한 기술이며 과대평가됐다는 주장도 있다. 만일 AGI가 실현된다면 AGI는 과연 우리에게 노동 해방을 가져다줄 것인가? 아니면 실존적 위험을 가져다줄 것인가? 어쩌면 우리는 예상보다 빨리 그 진실을 마주하게 될 것 같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

IT칼럼바로가기

이미지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