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대한 빌 게이츠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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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산업에 뚜렷한 업적을 남긴 후 현직에서 물러난 빌 게이츠는 부인과 함께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만들어 세계 질병 및 빈곤을 줄이는 일에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 전염병과 관련해 빌 게이츠가 다시금 주목받는 일이 있었다.

[IT칼럼]코로나19에 대한 빌 게이츠의 조언

빌 게이츠는 과거 테드(TED) 행사를 비롯해 여러 강연이나 인터뷰에서 전염병 대유행이 인류에게 가장 큰 위협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과거에 핵전쟁이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면 지금은 전염병이 가장 두려운 재난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염병과 관련된 가장 큰 문제는 세계 각국이 이에 대한 대책과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라고도 했다.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 아예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2월 말 빌 게이츠는 의학 저널 <NEJM>에 코로나19와 관련해 글을 기고했다. 서두에서 그는 코로나19 전염병으로 인해 그간 자신이 우려해온 일이 현실화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위협적인 이유를 소개한 다음,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의 의료시스템 강화를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빌 게이츠는 의료 전문가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수년간 전염병 퇴치에 많은 자금을 투자했을 뿐만 아니라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그의 조언에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세계화와 항공 운송으로 인해 전염병은 더 이상 일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문제가 됐다. 또한 세계적 전염병은 단지 의료상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경제·물류·환경 등 세계 각국의 복잡한 요인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거시적이고 복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빌 게이츠와 같은 ‘제너럴리스트(많은 분야에 대하여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의 조언이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다.

성공한 기업가답게 빌 게이츠는 기고문에서 △백신 개발 방법의 혁신과 시스템의 구축 △백신의 대규모 생산체계 △국제 협력 및 데이터 공유를 위한 외교적 노력 △국경을 초월한 대규모 임상시험 및 라이선스 계약 △전염병 감시 및 대응을 위한 대규모의 자금 마련 △백신을 공공재로 만드는 방안 △정부와 산업계의 합의 등 산업적 측면을 고려한 현실적인 이슈들을 조언했다.

많은 전문가는 코로나19가 지나가도 또다시 새로운 전염병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백신을 빠르게 개발·대량 생산하고 신속하게 보급될 수 있는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백신이 기업에 의해 개발·제조·공급될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정부와 산업계의 협력에 초점을 둔 빌 게이츠의 조언은 의료산업과 인류 보건이라는 목표 사이에서 상당히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준다.

특히 그의 기고문에서 인상적인 문구는 “이번 사태가 그렇게 나쁘지 않길 희망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때까지는 그럴 것이라고 가정해야 합니다”라고 한 부분이다. 희망과는 별개로 우리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빌 게이츠의 문구는 ‘리스크 관리’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개념을 담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각국 지도자들이 위기 상황에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금언이 아닐까.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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