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IT 공룡, 육식일까 초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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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IT 분야만이 아니라 이번 주 최고의 비즈니스 뉴스는 라인과 야후재팬의 통합이다. 표면적으로는 서비스 통합으로 아시아 최대 1억 명이 넘는 사용자의 플랫폼이 등장하는 일이지만 그 이면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Z홀딩스를 매개로 피를 섞는 동맹이 몰고 올 지각변동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것은 분명 눈여겨볼 중요한 맥락이다.

2016년 라인주식회사 관계자들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오프닝 벨을 울리고 있다./연합뉴스

2016년 라인주식회사 관계자들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오프닝 벨을 울리고 있다./연합뉴스

지구적 비즈니스 변화구조를 거시적으로 훑어보도록 하자. 최근 유럽연합(EU)은 미국 주도의 IT 기업이 벌어들이는 수입에 대해 약 2% 내외의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프랑스·이탈리아 등은 찬성이지만 낮은 세율로 이들 기업을 유치하고 있는 아일랜드·룩셈부르크 등은 반대입장으로, 유럽 내에서도 찬반이 갈린다.

이 디지털세 도입 과정을 보면 전통적 자유무역의 권역이 IT 비즈니스의 블록 형성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어렴풋이 파악할 수 있다. 전통무역의 권역은 미주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유럽의 경제공동체로 양대산맥을 이뤘다. 반면 아시아 권역은 유명무실해진 일본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최근 중국 주도로 겨우 틀만 만들어진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에 그친다. 여전히 불완전한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21세기 발흥한 IT 시장 지도를 겹쳐보자.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로 대표되는 미국 플랫폼 제국의 공세에 유럽은 과세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 각국은 여전히 파편화돼 있다. 연대한다면 세계 최대의 사용자 생태계를 이룰 수 있음에도 과도기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IT 시장의 가장 큰 권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아시아가 가장 수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형편이다. 납득하기 어렵다.

다시 처음의 화두로 돌아가보자. 라인과 야후재팬이 서비스를 통합한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한 가족으로 자본을 결합한다. 이해진과 손정의가 손잡고 미래로 뛰어든다. 뒤늦게 출범한 아시아의 공룡은 얌전히 서비스를 개선하는 초식공룡으로 서식할 것인가, 아니면 금융자본까지 융·복합해 흉포한 포식자, 육식공룡으로 포효할 것인가. 이미 양자결합의 윤곽은 핀테크를 포함하는 복합 서비스 플랫폼 창출의 야심을, 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런데 그 대척점에는 이미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구글이 빅테크를 앞세워 내년 ‘캐시’라는 이름의 금융서비스를 예고하고 있다. 글로벌 IT 공룡들은 이제 돈이 되는 서비스 모델을 벗어나 돈 자체를 집어삼키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마침, 혹은 하필 이때,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와 구글 모두에 대해 불공정행위에 대한 특별전담반을 구성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새로운 격변 속 격돌을 앞두고 착한 공룡이 살아남기를 기대하는 건 터미네이터가 사이버다인 시스템을 이기리라 기대하는 순진한 관객이라는 씁쓸한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최영일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 이사·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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