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국세청 긴급 진단

국세청은 ‘빅 브라더’가 되려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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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금융거래정보 직접 접근 추진에 비판 목소리

박근혜 정부 초기 4대 권력기관(검찰·경찰청·국정원·국세청) 중 국세청이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증세 없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복지분야 재원 마련의 임무를 맡을 수 있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숨어 있는 세금을 찾아내려면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수집하고 있는 개인 금융거래 정보에 직접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개인과 기업의 정보가 많이 축적된 기관으로 꼽히는 국세청이 개인 금융거래 정보에까지 접근한다면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권력이 센 ‘빅 브라더’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월 5일 경찰청은 기업 세무조사 과정에서 국세청 직원들의 뇌물수수 의혹 등과 관련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한 것은 2009년 5월 이후 약 4년 만에 처음이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종로5길 국세청 본청. | 이상훈 기자

3월 5일 경찰청은 기업 세무조사 과정에서 국세청 직원들의 뇌물수수 의혹 등과 관련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한 것은 2009년 5월 이후 약 4년 만에 처음이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종로5길 국세청 본청. | 이상훈 기자

3월 15일 4대 권력기관장이 모두 내정됐다. 재계의 주목을 받은 국세청장 내정자는 김덕중 중부지방국세청장이다. 김 내정자는 대전지방국세청장, 국세청 기획조정관, 징세법무국장 등을 역임했다. 김 내정자에게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박근혜 정부 초대 국세청장이 많은 역할을 부여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재원 마련’을 이야기하고 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관은 국세청이기 때문이다.

2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은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증세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공약사항 이행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국민 세금을 거두는 것부터 생각하지 말라”고 발언했다. 저항이 클 수밖에 없는 증세보다는 숨어 있는 세금을 찾아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해법으로 내놓고 있다.

숨어있는 세원 발굴 전문인력 증원
지하경제 양성화를 앞장서서 해결하려는 기관이 국세청이다. 2월 27일 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각 지방국세청 조사국에 세무조사 전문인력 400여명을 증원하는 인력 재배치를 단행했다. 역외탈세, 고소득자영업자, 불법사채업자, 가짜석유·양주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FIU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국세청이 가장 강하게 원하는 것이 FIU 정보다. FIU는 금융기관을 이용한 범죄자금 세탁과 불법 외화유출을 막기 위해 2001년 11월 설립됐다. 처음에는 재정경제부 소속 독립기관이었지만, 2008년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금융위원회 소속으로 이관됐다. FIU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정금융거래보고법)에 따라 2000만원 이상의 현금거래 내역과 1000만원 이상의 계좌이체, 현금거래 가운데 의심되는 거래 내역이다. FIU는 이런 정보 중 불법의 혐의가 있는 관련 정보를 검찰총장, 국세청장, 관세청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제공하고 있다. 이 기관들 중 국세청이 FIU 정보를 가장 많이 받고 있다.

국세청 첨단탈세담당 관계자는 “FIU가 분석한 자료는 각 집행기관에 보내는데, 국세청이 가장 많이 받는다”면서 “하지만 FIU가 가지고 있는 정보 중 분석하는 비율은 5% 정도라고 알고 있다. FIU가 중요한 자료를 쌓아놓기만 하는 것이다. 국세청이 이를 받아서 분석하면 세금을 더 거둬들일 수 있고, 세무조사도 더욱 확실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FIU 정보에 직접 접근해서 활용하게 되면 4조5000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2년 8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특정금융거래보고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위해 FIU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조세전문가들은 “국세청이 세금 징수를 잘 할 수 있도록 FIU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동조한다.

국세청의 이런 요구에 대해 반발이 상당히 크다. 금융권 전문가들과 FIU는 국세청의 주장을 반박한다. 1월 29일 국회 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금융외환팀 최지현 입법조사관이 발표한 ‘국세청의 금융거래정보에 대한 접근권 확대 요구 관련 쟁점’을 보면 FIU는 범죄 관련성이 의심되는 정보 외에 과세 목적의 정보를 국세청에 제공할 경우 FIU 제도의 근간이 훼손된다고 보고 있다. 고액 현금거래 중에는 전세금, 차량구입비 등 선의의 현금거래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데, 이러한 거래까지 열람하는 것은 사생활 비밀보장에 배치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23일 이현동 국세청장이 국회에서 열린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의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3일 이현동 국세청장이 국회에서 열린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의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개인 사생활정보 어떻게 사용할까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과)는 “FIU 정보에 국세청이 직접 접근하는 것은 국가의 과세권과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 결정권 등 두 개의 헌법적 권리가 충돌하는 것”이라며 “국세청이 FIU 정보를 들여다보는 것은 범죄행위가 없는 사람들의 금융거래까지 보는 것이다. 국세청의 과잉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세청에 개인정보가 많이 쌓여 있는데, 금융거래 정보까지 들어가게 되면 ‘빅 브라더’가 되는 것이다. 이런 정보가 어떻게 사용될지 모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세청에서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는 방대하다. 국세청 전·현직 인사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70년대 말부터 개인의 기록이 전산화하기 시작했다. 이중 부동산거래 정보는 1981년도부터 기록되어 있다. 국세청은 금융기관에 의뢰해 개인의 금융거래 내역도 확인할 수 있다.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 개인이 자발적으로 내는 서류를 통해 가족관계는 물론 병력까지 알 수 있다. 개인의 사업내역, 체납내역 등 개인의 신상에 대해서는 대부분 국세청이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00년 7월 제정된 ‘과세자료의 제출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정부 기관이 가지고 있는 세금 관련 정보를 국세청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개인·법인의 정보에다가 정부 기관의 정보까지 국세청에 취합되는 것이다. 이 방대한 기록은 서울 양평동에 있는 국세청 전산센터에서 관리하고 있다.

국세청의 무기는 이런 방대한 정보다. 국세청이 FIU 정보에 직접 접근하는 것을 찬성하는 측이나 반대하는 측이 모두 걱정하는 점은 국세청이 이런 방대한 정보를 가지고 어떻게 사용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개인이나 기업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해도 마땅히 견제할 기관이나 방법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방법은 정기조사와 수시조사가 있다. 문제는 수시조사다. 전직 국세청 인사는 “정기조사는 전산시스템을 통해 여러 데이터를 검토해 전산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 사람이 물리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면서 “수시조사는 탈루혐의나 내부고발이 들어올 때 하는 방식인데, 수시조사에서 정치적인 사건들이 많이 이뤄진다. 수시조사 대상을 선정할 때 정치적인 의도나 관리자의 의사가 개입할 수 있는데, 이를 밝혀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형식요건을 다 갖춰놓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근래의 사례로 거론되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표적조사 의혹을 산 태광실업 세무조사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안민석 의원(민주당)은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권한을 더 부여할 경우 국세청은 정치적 탄압 수단으로 계속 이용될 것”이라며 “국세청을 견제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금융정보 제공 확대는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국세청 첨단탈세담당 관계자는 “국세청이 자료를 볼 때는 모두 전산기록에 남게 된다. FIU 정보를 받아도 조회 기록이 남기 때문에 나중에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회에서 검증을 하든지, 아니면 FIU가 직접 모니터링을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국세청을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이 현실적으로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우려가 쏟아져나온다. 국회의원이나 특검이 국세청에 정보공개 요청을 해도 거부당하는 일이 다반사다.

[특집| 국세청 긴급 진단]국세청은 ‘빅 브라더’가 되려는걸까

“정치적 탄압수단으로 이용” 지적
국세청의 비밀주의는 악명이 높다. 국세청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것인 국세기본법 81조 13항(비밀유지)이다. ‘납세자의 자료나 국세 부과 징수를 위해 업무상 취득한 자료를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하거나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무기로 국회의 자료 요구를 다반사로 거부한다. 국회가 요구한 자료를 국세청이 내놓는다고 해도 중요한 정보는 숨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박원석 의원(진보정의당)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탈세액 1~100위 고액탈세자와 탈세기업 현황’ 자료에는 정작 중요한 기업명과 개인의 이름이 빠져 있다.

이에 비해 국세기본법 85조 5항에서는 고액·상습체납자의 명단은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박원석 의원은 “조세포탈범 명단 공개제도는 2011년 말 국세기본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제도다. 조세범처벌법에 의해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 중 포탈세액이 5억원 이상인 자에 대해서 2012년 7월 1일 이후 명단을 공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단 1명도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세청의 표적 세무조사에 대한 문제점이나 비리 문제가 바깥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은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참여정부 때 각 부처 고위직을 개방하라는 지시에 강하게 저항했던 부처로 국세청이 꼽힌다. 외부 인사에게 국세청 내부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높다. 국세청 개방형 직위를 통해 2년 동안 일했던 한 인사는 “국세청은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만 승진이 잘 되는 곳이다. 자리가 별로 없어서 윗사람의 말을 듣지 않으면 승진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인사는 임기가 끝난 후 국세청 인사로부터 “당신이 오기 전 국세청에서 국세청 정보를 어느 선까지 보게 할 것인지를 결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현직 국세청 인사는 “직원들이 지방청에 들어가려면 지방청 국장의 신임이 두터워야 한다. 자연히 순종할 수밖에 없다”면서 “또한 세무조사를 할 때 은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도 있다. 최근 터진 직원비리도 그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이 견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국회, 감사원, 언론으로부터 수많은 견제를 받고 있고, 타당한 이야기라면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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