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와 인공기도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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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 태극기와 인공기도 기싸움?

바람 잘 날 없는 남북의 분위기는 여전하다. 지난 6월 23일 접경지역인 경기 파주시 파평산에 올랐다. 해발 500m가 넘지 않건만, 고갯마루의 바람은 지쳐 있었다. 북쪽의 공기도 힘은 없어 보였다. ‘오물 풍선’을 날리기엔 적당한 날이 아니다. 북한의 선전마을인 기정동에는 사람 한 명 얼씬거리지 않았다. 낮잠에서 뒤척이던 휴전선의 바람이 간혹 기지개를 켤 참이면 남북의 대형 깃발이 품고 있던 중심의 문양이 잠시 드러날 뿐이었다.

땅은 쪼갤 수 있겠지만, 하늘은 그러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비무장지대의 바람 장단은 철조망을 넘지 못한 채 따로따로 불었다. 북쪽 기정동의 인공기가 펼쳐지면, 남쪽 자유의 마을 대성동의 태극기는 깃을 여미었다. 주거니 받거니 기싸움을 하는 것일까? 북한과 러시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자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재검토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던 터였다.

20㎞는 족히 넘는 거리에서 바라본 남과 북의 풍경이다. 북한 인공기의 깃대가 좀더 길어 보이는데 그 차이는 자그마치 60m다. 휴전 후에 심었던 남과 북의 솟대가 경쟁적으로 치솟더니 북한은 160m, 한국은 100m까지 올라갔다. 아파트로 치자면 태극기는 30층이 넘는 옥상에서 펄럭이는 것이다. 한국이 100m에서 멈춘 이유를 나는 잘 모른다. ‘100’이라는 숫자의 완결된 느낌 때문일까? 서울 한복판에 100m 높이의 국기 게양대를 세우자는 이야기가 나온 이유는 알고 싶지도 않다.

사진·글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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