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정권의 보수 유튜버 vs 보수 정권의 진보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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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6월 2일, GZSS와 안정권 지지자를 자처한 괴한들이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던 송영훈씨를 폭행하고 있다. / 유튜브 강수산TV 캡처

지난 2020년 6월 2일, GZSS와 안정권 지지자를 자처한 괴한들이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던 송영훈씨를 폭행하고 있다. / 유튜브 강수산TV 캡처

2020년, ‘선을 넘은 우파 유튜버들의 폭주, 누가 멈출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표지 이야기를 썼습니다. 당시 안정권이라는 ‘아스팔트 우파 유튜버’가 유명했는데 안씨와 그를 지지하는 우파 유튜버들이 안씨의 행태를 비판하는 다른 유튜버를 찾아가 폭행하고, 그게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별도 기사로 “최근 해제된 미 국무부 비밀문서에 따르면 5·18 최초 희생자는 광주 일원을 장악한 과격한 시민군들이 인민재판으로 죽여놓고 계엄군이 죽인 것으로 조작했다” 등의 허위사실을 주장한 유튜버 배인규씨 사례를 다뤘습니다. 배씨의 미 국무부 기밀문서 해석은 엉터리였습니다. 저는 당시 기사에서 이런 폭력·허위사실 유포 영상을 유튜브 측이 버젓이 방치하는 것을 비판했습니다.

정용인 기자

정용인 기자

‘취재가 시작되자’ 유튜브 측은 뒤늦게 관련 영상들과 채널에 조처를 했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안씨는기자와 주간경향을 겨냥해 협박 방송을 하다가 영구퇴출 처분을 받았습니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 당시 고위 임원으로부터 관련 영상을 방치한 데 대한 비공식 사과도 받았습니다. 지금도 간혹가다 안씨가 출연한 다른 채널의 영상이 눈에 띄긴 하지만 더 이상 그의 이름을 건 채널은 개설할 수 없게 됐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의 일입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 앞으로 가 욕설 시위를 벌이다가 결국 구속됐습니다.

보수 정권이 들어서자 ‘데칼코마니’처럼 양상은 정반대로 바뀌었습니다. 관련 수치들을 보면 유튜브 정치 시사 채널 생태계의 중심축도 보수에서 진보로 넘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정권 때는 이른바 ‘우파 코인’, 유튜브 슈퍼챗 1위를 두고 안정권과 당시 잘 나갔던 ‘가로세로연구소’가 다퉜던 것처럼 이번에는 진보 성향 유튜버들 사이에 대립이 생겼습니다.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둘러싼 논란에서부터 한 유튜브 채널의 경영권을 두고 벌어진 폭행 사건이 생중계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엔 조국혁신당에 대한 평가를 둔 입장 차가 잠재적 갈등 요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에 기사를 기획하면서 접촉한 관련 연구자들은 유튜브가 정치 양극화 주범이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정치 양극화로 치닫는 오프라인 현실이 온라인에서도 똑같은 양상으로 벌어진 것일 뿐이며,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한다면 촉진자(facilitator) 정도의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궁금합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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