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정부는 수렁에 빠진 한일관계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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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정부는 수렁에 빠진 한일관계를 그대로 방치했다.”

윤석열 대통령 /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21일 한·일 정상회담 후 처음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며 “저 역시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편한 길을 선택해 역대 최악의 한일관계를 방치하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일 정상회담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며 정치권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정진석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당당하게 일본을 대하자. 제발 좀 식민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자”며 “이제는 우리가 일본을 추월하는 게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같은 당 소속 김웅 의원은 “나치의 인종학살에 대해 70년이 지난 지금도 이야기하는 것은 유대인 콤플렉스냐”며 “일본의 사과란 것은 고작 ‘통석의 염’이 전부다. 게다가 식민지 지배나 전쟁 책임을 두둔하는 자들이 (지금도) 버젓이 행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신을사조약에 버금가는 대일 굴욕외교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민주당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정조사 추진을 본격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낱낱이 진상을 규명하고, 굴욕외교를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덧붙였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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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찬은 중국 후한 말 북방민족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화북의 군벌이다. 오늘날 베이징 근처 유주를 근거지로 세력을 키웠던 공손찬은 백마의종이라는 막강한 기병대를 중심으로 황건적과 만리장성 넘어 이민족들을 토벌하며 군세를 넓혀갔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갖췄으나 성품이 포악했던 공손찬은 폭정을 일삼으며 민심을 크게 잃는다. 왕찬이 기록한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에 의하면 공손찬은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가 하면 유능한 관료들을 쫓아내고 점쟁이를 측근에 등용하는 등 막장 행각을 벌였다. 하루는 백성들 사이에서 덕망 높았던 관리 유우를 저자에 세워놓고 ‘네가 천자가 될 인물이라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말한 뒤 비가 내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분개한 수만의 유주 백성들은 유우의 아들과 합세해 공손찬을 공격했고, 라이벌 원소와 이민족들까지 연합해 공격하니 공손찬은 고립무원에 처한다. 사방이 포위된 공손찬은 기주 역현에 거대한 요새를 짓고 농성에 들어가니 이 요새가 역경성이다. 자신의 남은 전력을 요새 건설에 쏟아부은 공손찬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 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향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