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자란 잡초가 말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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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웃자란 잡초가 말해주는 것

북한이 동해상으로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10월 4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는 적막감이 짙었다. 이날 내·외신기자들 30여명이 판문점을 둘러보는 프레스 투어 행사가 열렸다. 판문점 남측에 사람들이 몰리면 북측 판문각에서 북한 군인이 나와 촬영을 하곤 했지만, 이날은 움직임이 없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북한군은 판문각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사진은 JSA 내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유리창을 통해 바라본 남북의 경계인 콘크리트 군사분계선의 모습이다. 남측과 달리 북측에는 어른 허리 높이의 잡초가 자라 있다. 국경을 닫고 고립을 자처한 북한의 현실과 악화일로를 걷는 남북관계를 보여주는 듯하다.

북한은 지난 9월 25일부터 수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높였다. 한미 군 당국은 북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지난 10월 5일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을 실시했다. 급기야 한미군사훈련을 마친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가 방향을 돌려 다시 한반도 해역으로 진입했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글 강윤중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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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찬은 중국 후한 말 북방민족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화북의 군벌이다. 오늘날 베이징 근처 유주를 근거지로 세력을 키웠던 공손찬은 백마의종이라는 막강한 기병대를 중심으로 황건적과 만리장성 넘어 이민족들을 토벌하며 군세를 넓혀갔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갖췄으나 성품이 포악했던 공손찬은 폭정을 일삼으며 민심을 크게 잃는다. 왕찬이 기록한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에 의하면 공손찬은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가 하면 유능한 관료들을 쫓아내고 점쟁이를 측근에 등용하는 등 막장 행각을 벌였다. 하루는 백성들 사이에서 덕망 높았던 관리 유우를 저자에 세워놓고 ‘네가 천자가 될 인물이라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말한 뒤 비가 내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분개한 수만의 유주 백성들은 유우의 아들과 합세해 공손찬을 공격했고, 라이벌 원소와 이민족들까지 연합해 공격하니 공손찬은 고립무원에 처한다. 사방이 포위된 공손찬은 기주 역현에 거대한 요새를 짓고 농성에 들어가니 이 요새가 역경성이다. 자신의 남은 전력을 요새 건설에 쏟아부은 공손찬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 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향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