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북한은 이중적 존재다. ‘민족적 동반자’이면서 동시에 ‘적’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북한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진보’와 ‘보수’ 진영을 가르는 주요한 기준으로 작동한다. 각 진영을 대표하는 정당 역시 자연히 북한에 대한 태도를 기점으로 갈라져 있다. 진보정당은 북한을 ‘민족적 동반자’로, 보수정당은 ‘한반도의 주도권을 놓고 다투는 적’으로 강조하는 식이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반대 위치에서 탄생했다. 보수를 표방하는 진영과 정당을 기반으로 당선된 만큼 ‘대북 노선’은 사실상 정해진 상황이다. 이명박(MB) 정부의 ‘비핵·개방 3000’과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윤석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적 경계쯤 된다. 실제로 이러한 상황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인력구성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외교안보 분과를 담당하는 인물 대부분이 MB 정부 시절 ‘활약했던’ 사람들이다. 다음 5년은 북한 도발에 대한 강경대응과 상호주의가 한층 강화될 것임을 예측해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 별개로 남북관계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지점은 북한의 행보다. 대북정책은 사실상 ‘반응정책’이다. 한국 정부가 어떤 정책을 쓰느냐와 관계없이 대북정책의 성과는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간의 노력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한번에 빛이 바래는 식이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10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 결과적으로 대북 강경노선 기조를 드러낸 윤석열 정부와 2018년 이후 중단한 도발을 재개하는 북한이 만나는 상황이다. 남북관계의 교착상태가 장기화하거나 본격적인 대결국면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주간경향은 북한, 외교안보 전문가들과 남북관계의 미래를 전망했다.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 윤석열 정부와 MB 정부 대북정책 간의 유사성, ICBM 시험발사에 나선 북한의 속내 등을 전방위로 살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대북 인식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다만 ‘한반도의 평화 정책을 위해 결국 북한과 대화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선 공통점을 보였다.
진보와 보수 정부의 대북정책 ‘뒤집기’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대외환경적 변수, 예측이 어려운 북한 정권, 진보와 보수가 팽팽하게 맞선 국내여론 등으로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이는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이 순환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0년을 주기로 대북정책 뒤집기를 시도한 5년, 전임 정부 정책을 계승한 5년을 반복하는 구조다. 윤석열 정부의 등장으로 이 주기는 5년으로 단축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진 ‘진보’ 정권은 북한에 대한 적극적 관여정책을 추진했다. 햇볕정책, 평화번영정책으로 이어진 두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이 ‘민족적 동반자’라는 인식하에 교류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이었다. 10여년간 지속한 관여정책은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의 성과를 남겼지만 ‘퍼주기 논란’과 ‘북핵 고도화’ 문제로 비판받았다. 다음 10년, 보수 정권이 집권하는 계기의 하나로 작용하기도 했다.
2008년 출범한 MB 정부는 앞선 두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에 대한 조건 없는 보상’이라는 비판적 인식에서 출발했다. 상호주의에 착안한 MB 정부는 ‘비핵·개방 3000’을 내세웠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에 나선다면 10년 후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가 되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구체적 수치가 주목받았지만 방점은 북한의 ‘핵 폐기’와 ‘개방’이라는 ‘전제조건’에 찍혔다. MB 정부는 남북 간에 진행되는 각종 협력사업을 일방적 지원이 아닌 상호이익 관점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남북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였다.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의 선순환 구조 정착을 목표로 했다.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에 대한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며 ‘상호신뢰 문화’를 정착시키려 했다. ‘드레스덴 선언’이나 ‘통일 대박론’은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시기 만들어진 남북관계의 실질적 변화는 2016년의 ‘개성공단’ 폐쇄였다. 결국 보수 정권 10여년간의 대북정책을 요약하면 MB 정부의 ‘분단상태의 현상유지’, 박근혜 정부의 ‘남북교류 중단 및 봉쇄’ 전략으로 정리할 수 있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남북 ‘대결’ 분위기를 다시 ‘평화’ 분위기로 돌려놓았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앞세운 문재인 정부는 2018년에만 세차례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이를 통해 ‘완전한 비핵화’, ‘종전 선언’ 등을 담은 이른바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 등을 도출했다. 북미관계 등의 외부 변수로 ‘선언’이 실질적 ‘결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오히려 2020년 6월 한국 정부 예산으로 건립한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됐고, 같은해 9월 해양수산부 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이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문재인 정부가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성공했지만 실질적 ‘변화’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음 5년은 MB 정부의 귀환?
10년 주기로 뒤집혔던 대북정책은 5년 만에 다시 변화를 맞게 됐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북한의 각종 합의 불이행 시 파기’, ‘3축 체계 강화’, ‘사드 추가 배치’ 등을 언급했다. 북한이 군사합의 등을 어기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뒤집기부터 시작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MB 정부와 집권 환경, 공약, 인력 구성 등에서 유사점이 많다. 전임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 변화를 주요공약으로 내세웠고, 참모진도 MB 정부 시절 사람들로 채우고 있다. 지난 3월 15일 발표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외교안보 분과에는 MB 정부 당시 대북정책을 주도했던 인물들을 대거 발탁했다. 간사를 맡은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MB 정부에서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2차관을 지낸 바 있다. 인수위원으로 참여한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 역시 MB 정부에서 대외전략기획관을 지냈다. 이들이 당시 ‘비핵·개방 3000’ 구상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MB 정부에서 이들과 함께 일한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두 사람 모두 원리·원칙주의자라는 게 대체적 평가였다”며 “당시에는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우리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입장이 확고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대체할 정책으로 ‘비핵·번영의 한반도’ 구상을 내놓았다. ‘비핵·개방 3000’과 명칭부터 유사하다. 정책의 특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윤 당선인 측은 “문재인 정부와 달리 대화 재개를 위한 선 제재 완화가 없다”는 걸 차별점으로 꼽았다. MB 정부가 ‘북한에 대한 조건 없는 보상’을 이유로 노무현 정부를 비판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북한의 전향적 변화가 대화나 보상 시작 여부의 주요 변수가 될 거라는 점도 유사하다. 다만 이를 뒤집어 보면,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을 시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고 무력 도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MB 정부가 이러한 ‘문제점’을 잘 보여준 사례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MB 정부와 유사성을 보일 거라는 전망에 대체로 동의한다. MB 정부에서 위기정보상황팀장(현 국가위기관리센터)을 지낸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윤 당선인은 보수정당, 세력을 기반으로 당선된 만큼 이명박 정부와 정책적으로 닿아 있을 수밖에 없다”며 “북한과의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상당히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기대와 우려는 엇갈린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윤 당선인의 공약을 살펴보면, 비핵화가 대화나 협상을 위한 선결 조건인 것만은 아니다”며 “그보다는 사라진 비핵화 의제를 되살리고 대화를 병행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대화와 협상을 중시했지만 비핵화를 통한 대북 제재 해제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한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반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도 출범 후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으로 유화적 변화를 시도했지만 결국 비핵·개방을 선결조건으로 하는 정책이 중심이 됐다”며 “각종 조건이나 상호주의 원칙을 내세우면 앞으로 5년은 사실상 남북관계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만들 외교안보 상황을 ‘역대 최상의 한미동맹이 될 것’, ‘북한의 핵 능력 역시 최고로 고도화될 것’,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 긴장은 최대화될 것’ 등으로 예측했다. 양 교수는 “윤석열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정책도 비슷하고, 사람도 비슷하고, 심지어 파트너인 미국 정부가 동맹을 중시하는 진보정부라는 점도 유사하다”며 “윤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 때 안보 상황이 최악이었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대화를 통해 해법 찾기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역시 비슷한 우려를 나타냈다. 정 센터장은 “윤석열 정부가 북한을 힘으로 억눌러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보는 것”이라며 “북한과 강 대 강으로 부딪치는 것을 당당한 외교라고 말하지만 이 과정에서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처럼 일반 국민, 청년들이 희생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을 힘으로 제압하겠다고 생각하면 북한 역시 같은 생각을 갖고 군비경쟁을 시작할 것”이라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와 큰 차별화를 만들기 어려울 거라는 분석도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비핵화는 미국도 이상적으로 잡아 10년이 걸린다고 보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도 결국 비핵화 협상과 남북대화를 동시에 할 수밖에 없다”며 “남북이 강 대 강으로 대치하는 걸 미국이나 중국 역시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북강경책을 강조하다 뒤늦게 평화가 중요하다고 깨닫는 오판을 해서는 안 된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ICBM이냐, 정찰위성이냐
실제로 역대 진보·보수 정부는 모두 대북정책에서 ‘한미동맹 강화’나 ‘자강’의 원칙을 내세웠다. 이는 양쪽 진영이 각각 사용해볼 수 있는 정책을 모두 동원해도 뾰족한 수 없이 같은 해답으로 수렴했다는 의미다. 대북정책이 ‘반응정책’이 되는 것도 결국 이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중요한 문제는 북한이 ‘왜’, ‘지금’, ‘무슨’ 미사일을 쏘는가로 모아진다.
북한은 올해에만 10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 특히 지난 2월 27일과 3월 5일의 발사 후에는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중요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밝힌 미사일 발사의 명분은 ‘정찰위성개발’이다. 지난 10일에는 정찰위성 시험발사를 통해 얻었다는 사진 일부도 공개했다. 두차례의 미사일 발사를 분석한 한미 당국은 이를 ‘신형 ICBM(화성-17)과 관련된 것’으로 판단했다. 국방부는 지난 3월 11일 “두차례의 시험발사가 ICBM 사거리에는 미치지 못했다”면서도 “미사일의 최대사거리 시험발사를 앞두고 관련 성능을 시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북한이 ‘정찰위성개발’을 명목으로 ICBM 시험발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의 미사일 발사는 지난 3월 16일 포착됐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고도 20㎞를 오르지 못하고 공중에서 폭발했다. 이 역시 신형 ICBM을 시험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정찰위성’이 아닌 ‘신형 ICBM’ 시험으로 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일각에서는 정찰위성을 ICBM과 구분하지 않고 ‘로켓 탑재물로 인공위성을 싣느냐, 탄두를 싣느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말한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쏜 게 맞더라도 결국 이는 ICBM 기술을 시험한 것과 같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북한이 ‘왜 우리만 위성개발을 못 하게 하느냐’고 한미를 비판하는 주요 근거이기도 하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미사일 전문가인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둘 사이에는 분명한 기술적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위성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은 기술의 목표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위성발사체는 운용 궤도 진입을 목표로 하는 반면, 탄도미사일은 우주의 정점고도에 다다른 후 지상타격을 위해 대기권 재진입을 목표로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각각은 전혀 다른 궤적과 최대 고도를 이용한다. 장 교수에 따르면 위성발사체의 최대 고도는 500~700㎞ 정도다. 반면 ICBM은 1000㎞ 이상의 최대 고도에서 낙하한다. 국방부는 지난 2월 27일과 3월 5일에 각각 발사한 미사일은 정점고도 600㎞, 사거리 300㎞ 안팎의 중거리탄도미사일을 고각발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상의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통해 어떤 기술을 시험했는지 추정이 가능하다. 장 교수는 “일각에서 북한이 ICBM의 대기권 재진입기술을 시험했다고 하지만 고도 600㎞에서 하강하며 재진입을 하면 하강속도가 낮아 ICBM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만약 신형 ICBM과 관계가 있다면 1단 추진시스템으로 장착되는 두 세트의 쌍둥이 백두산엔진(4기의 엔진)에 대한 로켓기술 검증을 진행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찰위성개발 주장을 두고는 “소형위성의 주요 기술 및 구성품에 대한 우주환경시험을 수행한 것으로 추정할 수는 있다”면서도 “아직도 미사일 발사를 통해 우주환경시험을 수행하는 수준이라면 위성 발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정체된 위성 기술을 시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형 ICBM 시험발사를 의심하는 쪽이 더욱 합리적인 건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무슨 의도’로 ICBM을 시험발사하고 있는 것일까.
시기와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주목받는다. 정 센터장은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의 관심이 분산된 시점을 ICBM 시험발사 절호의 기회로 봤을 수 있다”며 “미러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북한이 ICBM을 발사하더라도 유엔 안보리 제재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만큼 제재에 동의하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의도에 대해서는 대미 협상 전략의 일환이라는 지적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양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 행보를 보면 1차 엔진실험, 2차 탄도미사일 발사 두 단계 방식이 대부분이었는데 현재는 살라미 전술(한번에 목표를 관철하는 것이 아닌 문제를 부분별로 세분하고 쟁점화하는 것)을 쓰고 있다”며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되는 내용을 공개하고 발사 준비과정을 보여주는 건 한편으로는 미국을 압박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레드라인’을 넘지 않도록 태도 변화를 보여달라고 미국에 요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 역시 “북한이 핵실험, ICBM 발사 유예를 선언한 ‘모라토리엄’을 아슬아슬하게 건드리며 미국의 제재 해제를 노리는 전략”이라며 “궁극적으로는 핵보유국 인정이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밝힌 국방력 강화를 일정대로 추진하는 것일 뿐이라는 해석도 있다. 북한이 대외환경과 관계없이 자신들이 정한 시간표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한국 새 정부 길들이기’ 주장에 관해서는 “북한이 이번 대선만큼 무관심했던 적이 있느냐”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윤석열 정부와 북한의 관계는
의도가 무엇이든 북한의 ICBM 시험발사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도발에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윤석열 정부와 초반 불편한 관계를 형성할 것이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각각의 시각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조언했다. 차 위원은 “2008년 이명박 정부 때와 현재는 북한의 핵 능력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며 “이명박 정부와 유사한 정책을 고집해서는 한계에 부딪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핵화를 해야 경제협력 등이 가능하다는 차원이 아닌 일정 수준의 틀만 넘으면 협력할 수 있다는 탄력적 운용이 필요하다”며 “북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동안 핵 대응 능력도 증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차 위원의 주장은 북한이 핵 능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비핵화 요구를 관철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군비를 통제하려면 불가피하게 군비경쟁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한국이 북핵에 대응하겠다고 군사력 증강을 지속하면, 북한 역시 군비 증강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2~3년 지속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열세인 북한이 먼저 한계에 도달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결국 핵 감축을 포함한 군축 회담으로 이어지리란 게 차 위원의 분석이다.
정 센터장은 대내적 환경에 주목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출범하는 만큼 협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이번 기회에 누가 집권하더라도 쉽게 바꿀 수 없는 대북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질적 조치로는 내각 구성과 정책 수립을 위한 여·야·정협의기구부터 만들라고 제안했다. 정 센터장은 “노태우 정부 시기에 만든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두고 어떤 정부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며 “이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야당과 긴밀히 협의해 정책을 만들라고 지시했기 때문임을 윤 당선인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