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사 시점을 보면… 컨벤션 효과가 맥시멈에 도달해 있어야 했다.” 10월 13일 주간경향과 통화한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의 말이다. 한길리서치는 민주당 경기경선이 치러지던 9일부터 서울경선·후보확정(10일), 그리고 그다음 날까지 3일간 여론조사를 했다. 쿠키뉴스의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휴대전화, 유선전화 RDD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표본을 추출했으며, 응답방식은 유선 전화면접 19.2%, 무선 ARS 80.8%이었다.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
“사실상 절반 이상의 조사가 후보 확정되고 나서 한 것이었다. 이런 시점에서 조사했으면 적어도 9월 조사보다는 좋은 결과를 보였어야 한다. 게다가 국민의힘 토론회에서 윤석열 후보가 근근이 버티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양자대결에서 윤석열은 2.2%포인트 지지율이 떨어진 반면(40.3→38.1%), 이재명은 4.0%포인트가 빠졌다(38.6→34.6%). 윤석열에게도 오차범위 내에서 밀리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번달에는 지난달 앞섰던 홍준표와 양자대결에서도 역전을 허용했다(33.0%:35.3%). 당 대선후보로 선출됐으므로 지난달 윤석열에게 1.7%포인트 정도 뒤졌으면 이번에 5%포인트 정도는 역전해야 했는데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졌다.”
‘컨벤션 효과가 없었다’는 데는 주간경향이 접촉한 대부분의 여론조사 전문가, 선거 컨설턴트, 정치평론가가 동의하는 대목이다. 왜 나타나지 않았을까. “대장동 의혹이 만만치 않게 보인다. 박근혜 탄핵 전이라면 쉬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통치자 또는 행정책임자의 책임에서 정치적 책임을 강조하는 식이 돼버렸다.” 홍 소장의 설명이다. “박근혜가 삼성에 직접 돈을 안 받았어도 최순실에게 말도 사주고 돈도 주고 하는 것을 경제공동체가 성립하는 것으로 포괄적으로 가버렸다. 구속된 전 성남시 직원 유동규는 이재명 밑에 있던 사람이다. 이재명 후보가 측근이 아니라고 부인해도 ‘썼겠지’가 돼버린다. 법 해석과 무관하게 국민은 일종의 정치공동체로 받아들인다.” 그는 대통령 후보자로 선출된 이재명 지사가 현재 놓인 상황이 1997년 대선 때 이회창 전 신한국당 총재의 아들 병역비리 꼴과 유사하게 돼버렸다고 덧붙였다. “도덕성 논쟁 같은 것이다. 법 이전에 원칙과 사회적 책임 같은 문제다. 이재명의 대장동 의혹과 윤석열의 고발사주는 단순 의혹사건이 아니라 현재 형사 수사가 진행되는 사건이며, 여야 대선 유력후보의 최측근이 고발된 사건으로 형사책임을 묻는 검경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여론조사업을 시작한 1987년이나 1992년 이래 역대 대선 레이스 중 여야 후보가 수사 선상에서 치열하게 논쟁하는 꼴은 처음 본다.”
지지율 정체, 결국 대장동 때문?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지난 4개월 동안 경선과정에서 벌어진 ‘갈등’이 쉽게 치유되기 어렵다는 점이 ‘컨벤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로 봤다. “이재명캠프의 희망사항대로 2017년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을 상회하거나, 버금가는 득표율로 깨끗하게 가르마가 타졌으면 여당후보로 확정되면서 약간의 컨벤션 효과를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경선이 끝나자마자 사사오입 논쟁이 벌어지면서 그쪽(이재명 후보)도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결국 과반저지-결선투표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한 이낙연 후보 쪽을 지지자들이 경선불복 프레임으로 공격하면서 분위기를 냉각시켰다는 것이다. 실제 경선 막판 3차 선거인단 결과가 이낙연 압승(62%), 이재명 참패(28%)를 기록하자 이재명 지지입장 팟캐스트·유튜버를 중심으로 “이재명에 반감을 품은 신천지·부동산카페 개입설” 등 음모론에 가까운 주장을 적극 내놓기도 했다. 안 대표의 말이다. “정치인들이야 원팀을 구성하겠지만, 지지층 사이에 벌어진 감정의 골을 달래고 얼러 서운한 감정은 털어내고 원팀을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민주당에 그런 지도력이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 역시 여야 후보에게 제기된 고발사주 의혹, 대장동게이트가 지지여론에 큰 역할을 하지만 국민 내지는 유권자의 시각에서 볼 때 두 이슈의 성격은 다소 다르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후보의 고발사주 의혹은 어떻게 보면 정치권력을 가진 ‘그들만의 쟁투’였고, 공수처나 대검에서 수사하고 있으니 잘못하면 윤석열이든 누구든 처벌될 수는 있다. 반면 대장동 의혹은 서민 주머니를 털어 수천억 돈잔치를 한 사안이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부동산이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게이트로 몰아가려고 하는데 프레임 전환이 먹혀들지 않았다. 물론 곽상도 아들 50억원에서 보듯 법조카르텔과 보수 진영 인사들이 더 많이 연루될 가능성은 있어 보이지만 문제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민간기업에 특혜를 몰아준 것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벗어날 수 없는 본질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내홍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안 대표를 비롯해 “대장동 이슈는 내년 3월 대선까지 간다”는데도 주간경향이 접촉한 선거전문가들은 일치된 의견을 냈다. 안 대표의 말이다. “선거기간 내내 여권의 딜레마가 될 것이다. 수사는 이제 시작된 것이다. 계속 관계자들이 검찰에 출두하고 성남 쪽에 불리한 이슈들이 계속 나오는데 예컨대 국정감사에 나와 원샷으로 나와 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수사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파고드는 국민의힘 선거전략에 호응해 정부에 적대 세력화된 영끌 2030 청년들, 집 없는 무당파층, 중도층이 이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정치평론가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10월 10일 민주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통합 관련 메시지가 거의 없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강경일변도의 포도대장과 같은 스탠스로는 중도층을 끌어오는 건 쉽지 않다. 대통령은 포도대장을 뽑는 것이 아니다. 여든 야든 국민을 하나로 통합한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야 국민은 안심한다. 이번 정부를 평가해보면 진영으로 나뉘어 극단적인 대결구도를 보였는데, 다음 정부 5년을 또 이런 극단적인 국가분열 속에서 지낸다고 생각한다면 여든 야든 누가 지지하겠는가.”
그는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두가지라고 밝혔다. 대통합과 대전환이다. 민주당 경선에서 후보가 된 이재명 지사가 대전환 쪽이라면 이낙연 전 대표가 차지하고 있던 포지션이 대통합 이미지였다. “이낙연 후보는 네거티브를 하면서 대통합 이미지가 훼손됐다. 나는 이낙연캠프가 전략적으로 실수한 것으로 본다. 반면 이재명은 통 크게 껴안는 스탠스를 좀더 가져야 한다. (이재명이 보여주는) 문제해결 능력의 측면은 대중이 인정하는 부분은 있으나 불안해하는 것은 통합 이미지가 없는 것이다. 이런 것을 앞으로 어떻게 전략적으로 가져갈 수 있을지, 이게 앞으로 이재명 앞에 놓인 중도확장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 될 것 같다.”
“가장 큰 리스크는 이재명 자신”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을 역임한 시사평론가 신철우씨는 경선과정의 내홍이 선거 끝까지 갈 것으로 전망했다. “내면적으로는 수습이 어렵다. 외형적으로는 민주당 원팀으로 가겠지만 그간 지지자들끼리 서로 상처에다 소금을 뿌리는 멘트를 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결국 과반의 지지로 승리한 이재명 후보 쪽이라는 것이 신 평론가의 진단이다. “어차피 진 사람들에게는 패배의 상처가 있다. 이긴 쪽에서 관용을 베풀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안티들이 서로 강한 상태에 양측 지지자들의 골 깊은 상황에서 ‘신천지와 손잡았다’는 식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고, 또 그런 음모론의 진원지가 당 밖이다 보니 통제가 되지도 않는다. 실제 본선에 갔을 때는 외부의 적보다 무서운 것이 내부의 적이다. 본선캠프가 새로 꾸려진다고 하더라도 그런 상처를 봉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는 “과거의 사례를 비춰볼 때 ‘용광로 캠프’ 역시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세균이나 이낙연 쪽 초·재선을 받기는 하겠지만, 결국은 주요 포스트는 경선과정에서 공신들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그 안에서 화학적 결합이 어렵다면 직능1본부와 2본부를 나누듯 그런 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이재명의 가장 큰 취약점은 국방·외교와 같은 외치를 전혀 모른다는 점”이라며 시급히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아무리 사람을 쓰고 보강하더라도 후보자 자신이 흐름을 알아야 하는데 성남지사와 경기도지사와 같은 행정경력만으로는 국방·외교 경험을 쌓을 수 없었다는 것이 이 후보가 극복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 11월이면 국민의힘도 후보가 결정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한편이 큰 표 차로 이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결국 위기관리를 어느 쪽에서 잘하느냐가 관건인 선거가 될 것 같다.”
그는 “무엇보다 가장 큰 리스크는 이재명 후보 자신”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은 항상 싸움을 붙여서 커온 정치인이다. 싸움에는 능하다. 게다가 즐긴다. 파이터 기질이 있다. 메시지나 주요정책을 본인이 직접 결정·관리한다. 캠프에서도 후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이재명의 정치내공은 상당하다. 정무감각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탁월하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도 능수능란하다. 후보 선출 뒤 도지사 사퇴계획을 국정감사 뒤로 미룬 것은 국정감사장을 활용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파상공격을 직접 맞받아칠 계획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선이라는 것이다. 추진력은 있어도 인간미는 없어보일 수 있다. 너무 뛰어나 스텝이 꼬인다면 플랜B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컨벤션 효과가 없는 것은 아무래도 대장동 타격 탓이 가장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민주당 지지층 안에서도 분열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지층이면서 이재명 비토층이 제법 있는데 이낙연의 승복으로 표면적으로 봉합은 됐지만 지지층의 화학적 결합은 쉬운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그는 대장동 이슈와 관련 검경이 수사를 하겠지만 미흡하다는 여론이 높을 경우 현재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특검 이야기도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내년 3월 대선 성격은 반대투표?
“검찰이 드러난 것을 덮진 못하겠지만 드러나지 않은 것을 파헤치는 식의 수사까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단적으로 아직까지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 배임 혐의 여부를 확인하려면 대단히 중요한 장소인데 아무리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해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는 ‘대장동은 국민의힘 게이트’라는 이재명 후보의 주장을 끝까지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미 그런 논리를 펴다 민주당 3차 국민선거인단 선거에서 참패하지 않았나. 이제까지 대응 방침이 중도층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반증”이라며 “경선과 본선 전략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기도 국감 정도에서 사과하는 모습으로 기조를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대선은 누구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서 투표한다기보다 누가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투표장으로 가는 ‘반대투표’가 압도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결국 이재명이냐 윤석열 또는 홍준표냐와 같은 인물변수가 아니라 정권연장이냐, 정권교체냐는 것이 투표의 기준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명 지사가 일하는 스타일을 가까이서 보면 매사 철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늘 큰 그림을 그리면서도 오점을 남기지 않으려고 신중하고 철저하다는 인상이었다. 대장동 의혹은 오히려 부동산 개혁 이슈를 전면화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다.” 이재명캠프에서 부동산 정책팀에 참여하고 있는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그는 이재명표 부동산정책의 양대 축인 기본주택과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중 후자의 정책설계를 맡고 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대장동 사건의 핵심이 공공의 필요 때문에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하면서 개발하는 것인데 결국 엉뚱한 사람들이 돈을 벌었다는 것이 아닌가. 공공이 땅을 보유하고 임대하면 공공수요를 계속 충족할 수 있다고 본다. 아직 구체적인 정책개발은 논의되지 않고 있지만 대장동 사건이 오히려 근본적인 개혁, 부동산 대개혁에 나서도록 등을 떠미는 느낌이 든다.”
유튜버·팟캐스트 등 이른바 장외의 이재명 지지자 그룹이 오히려 ‘원팀’에 방해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재명캠프 총괄자문단장을 맡았던 안민석 의원은 “물론 유튜브 등에서 일부러 부풀려 이야기하는 가짜뉴스나 추측성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면서도 “제도권 의정활동에 함몰돼 있는 정치권과 알권리 차원에서 역할을 해주는 빅마우스·스피커들의 역할은 서로 보완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그는 “대장동 이슈의 경우도 여의도보다는 좀더 자유로운 공간인 유튜브에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라며 “진보·보수를 떠나 대장동게이트의 실체를 밝히는 데 그분들이 오히려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