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사퇴가 던진 파장… 안철수 단일화 주도할 듯
3월 4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결과가 발표됐다. 오세훈 후보 확정. 그러나 이날 오후 발표된 더 큰 이슈로 묻혔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 이로써 서울시장 후보 야권단일화 후 정계개편은 불가피해졌다. 적어도 범야권은 서울시장 선거와 연동되면서 대권프로그램이 앞당겨진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제3지대의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사이의 야권단일화 쟁점은 크게 둘로 요약된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단일화 경선 룰로 ‘시민참여토론평가와 여론조사 혼합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100% 여론조사 방식이 관철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설문 문항에서 적합도냐 대여경쟁력이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온다. 길게는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여론조사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 쟁점이다. 그러나 설문 문항을 두고 샅바싸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측 선거여론조사 전문가인 김장수 제3시대 연구소 소장은 “만약 쟁점이 된다면 샘플링할 때 질문 문항에 적합도 또는 경쟁력을 각각 50%씩 무작위로 묻는 방법도 가능하다”라며 이 사안은 쟁점이 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두 번째는 만약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가 됐을 경우 2번 후보로 출마할 것이냐 아니면 4번 후보로 출마할 것이냐는 것이다. 만약 안 후보가 단일화에 승리한 후 2번으로 출마한다면 국민의힘에 입당하거나 당 대 당 통합을 선거 전에 한다는 뜻이 된다. 김 소장은 “당장 양측 다 이번 주말부터 어느 기호로 나가는 것이 유리한가를 두고 내부 여론조사를 해 그 결과를 가지고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이미 안철수를 지지하는 사람 중 상당 부분을 국민의힘 지지자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안철수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찌 됐든 2번으로 출마하는 것이 안철수 입장에서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윤석열 사퇴로 앞당겨진 국민의힘 ‘해체’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도 “최종 야권 단일후보는 안철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어찌 됐든 후보등록시한인 3월 18일 이전에 단일화 과정은 마무리돼야 하며 만약 이 시점을 넘기게 된다면 양측 모두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그에 따르면 서울시장 선거 이후 야권재편은 변수에서 상수가 됐다. “물론 야권 서울시장이 전면에 나서서 대선운동을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여론에는 영향을 주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에 야권 재편과정에 역할은 할 수 있다. 만약 안철수가 서울시장이 되면 이후 대선과정에서는 ‘중도 제3지대’가 비게 된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이 대선에 뛰어들게 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안철수는 그 자리를 윤 전 총장이 채워주길 선호할 것이다. ‘안철수·윤석열 연합’과 비슷한 형태의 제3지대가 국민의힘을 흡수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존재감이 강하지 않지만, 제3지대 경선에서 패한 금태섭도 그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사실 선거처럼 단순한 게임은 없다. 막상 투표하기 전에는 다양한 이슈를 두고 설왕설래를 하겠지만, 투표용지는 1번을 찍을까 2번을 찍을까와 같은 단순한 게임이다. 1948년 보통선거 도입 이후 기호 프레임이 차지하는 역할은 생각 외로 크다. 1번을 찍는 사람은 박영선이 마음에 들어 찍는 사람도 있겠지만 문재인 정권의 재창출에 무게중심을 두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문제는 정부여당 심판을 내세울 야권인데 2번이 아닌 4번을 선택할 것인가는 안철수에게 주어질 딜레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의 말이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우리 데이터를 기준으로 정당지지도에서 국민의힘은 20% 박스권을 못 벗어나고 있다. 정부여당에서 이탈해 중간을 부유하는 유권자들은 여전히 무당파 제3지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조건으로 기호 2번, 국민의힘 당적으로 출마를 한다면 그런 사람들은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도 높다.” 그 역시 서울시장 선거 이후 야권 정계개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만약 국민의힘 후보가 야권단일화 경선에서 진다면 2011년 민주당처럼 자당 후보를 못 내는, 보수정당으로서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게 된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복기해보면 당시 후보를 못 낸 민주당은 이후 시민사회단체 등과 힘을 합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다시 통합정당을 만드는 길을 갔다. 국민의힘의 가장 큰 문제는 정당지지도뿐만 아니라 당내 유력 대권주자도 없는 지리멸렬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번 재·보궐에서 안철수를 꺾지 못하면 야권은 공중분해되고 재창당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안철수, 서울시장 찍고 대선으로?
장성철 공감과 소통정책센터 소장도 “야권 정계개편은 당연하다”고 봤다. “국민의힘은 제대로 된 대선후보가 없다. 외부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합종연횡은 불가피하다. 당 대 당 통합일 수도 있고, 각각 별도의 플랫폼을 만들어 헤쳐 모여 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상당한 수준의 야권재편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핵심 재편 축은 윤석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 과정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다. 김 위원장의 비상대책위원장 임기는 6월 전에 끝난다. 바깥에 나가서 대선후보 감별사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본인의 의지도 강하고.” 장 소장은 안철수가 설령 서울시장이 되더라도 여전히 대선후보군의 하나로 거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철수가 서울시장이 됐다고 생각해보자. 윤석열 출마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언론에서 차기 대선후보 주자에서 이름을 뺄까. 안 뺄 것이다. 서울시장 탄력을 받아 대선후보로 두 자릿수 지지로 올라설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안철수도 정계개편의 중요한 축이 된다고 본다. 만약 야권 단일후보가 안 된다면 이후 대선에서는 고만고만한 5%짜리 잠룡이 되겠지만….” 그는 안철수가 4번 후보로 나간다면 국민의힘이 도울 수 있는 것은 말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현실적으로 다른 당 후보를 조직이나 자금을 투여해 도와줄 방법이 없다. 여차하면 선거법에 걸린다. 안철수도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룰 협상 과정에서 숙고할 것이다.”
“서울시장 야권단일화는 결국은 다음 대권의 이니셔티브를 누가 쥘 것인가의 싸움이다. 호불호를 떠나 안철수가 굉장히 계산에 밝은 사람인 것은 사실이다. 실패한 정치인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많지만, 안철수는 단기간에 굉장히 성장한 정치인이다. 안철수로서는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전략이 될 수밖에 없지만, (야권단일화에 관한) 그런 전략은 안철수 쪽에서 나올 것이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사실 지금 가장 절박한 것은 국민의힘이다. 전임 박근혜 정권 때부터 선거에서 연거푸 패했다. 정당 구성원 절대다수가 무력감에 빠져 있다. 일각에서는 보수혁신을 말하지만 이미 물 건너간 프레임이다. 여기에 윤석열이 출마를 선택하면 더더욱 국민의힘으로서는 해산이 불가피하다. 일단 서울시장 단일화는 안철수가 주도하게 될 것 같다.” 서울시장 단일화는 이미 차기대선을 앞둔 야권 정계개편의 첫 이정표가 됐다는 설명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