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무상버스

“버스비 1100원 드는 서울시민보다 1800원 드는 경기도민 이동에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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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후보 정책 총괄하는 강남훈 교수… “선 단계적 무상버스·후 공영제가 더 바람직”

강남훈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57)는 대표적인 기본소득론자다. 모든 사람에게 일정 소득을 무조건 보장해야 한다는 기본소득은 김상곤 새정치연합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의 무상버스 공약과 궤를 같이한다. 강 교수는 “무상버스도 현물로 주는 기본소득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강 교수는 김상곤 캠프에서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2009년 교육감 선거에서도 강 교수는 김상곤 캠프의 선거대책본부장, 취임준비팀장을 지낸 바 있다. 김 후보가 경기교육감과 경기도지사 출마를 저울질하던 때부터 김 후보를 도와온 강 교수는 3월 20일 무상버스 공약이 발표되는 자리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강 교수는 교통 전문가인 유정훈 아주대 교수와 함께 무상버스 등 대중교통 정책을 구체화하는 데 일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월 26일 강 교수를 만나 무상버스를 둘러싼 여러 가지 궁금증을 직접 물어봤다.

강남훈 교수가 기자에게 무상버스 공약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 백철 기자

강남훈 교수가 기자에게 무상버스 공약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 백철 기자

무상버스 정책을 내세우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경기도민이 서울시민에 비해 버스비 지출이 많다. 서울시민은 버스비 1100원으로 대부분이 해결되지만 경기도민은 1800원 하는 광역버스를 탈 일이 많다. 서울 집값이 높아지면서 경기도로 이사오는 분들이 많은데, 교통 시간도 더 걸리고, 버스비도 높아지고, 서울시민에 비해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왜 소득별이 아니라 연령별·시간대별 무상버스인가.
“일단 무상대중교통은 돈이 많이 들어가는 정책이기에 일부 계층과 시간대에 한정할 수밖에 없다. 정책개발 과정에서 차상위 계층부터 무상버스를 시행하는 방안도 고민했지만 선별과정이 너무 복잡하다. 그래서 연령별로 단계적 무상버스를 말한 것이다. 또한 비혼잡시간(오전 10시~오후 2시)에는 버스가 텅텅 비기 때문에 사람을 몇 명 더 태운다고 해도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거의 없다.”

김상곤 캠프의 주장과 달리 무상버스 비용으로 연간 2조원까지 들어간다는 말도 있다.
“각 후보별로 무상버스, 공영제, 준공영제로 방점이 다르다. 우리는 단계적 무상버스 정책이다, 그런데 ‘단계적’이란 말을 빼고 공격이 들어올 것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유정훈 교수와 내가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비용을 추계해 봤다. 너무 결과가 작게 나오면 또 그걸로 공격받을 수 있으니까 가장 돈이 많이 드는 시나리오로 계산한 게 지금 결과다. 실제는 우리가 발표한 것보다 예산이 적게 들어갈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 경기도민이 대중교통에서 원하는 것이 ‘무상버스’냐는 의문이 있다. 실제 최근 도민 여론조사에서 무상버스 공약에는 반대 목소리가 더 높게 나왔다.
“정책을 내기 전에 여론조사를 해봤으면 좋았겠지만 사실 해보진 못했다. 하지만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는 질문에 문제가 있다. ‘경기도에 사는 어르신들이 무료로 버스를 타게 한다면 찬성하겠느냐’는 식으로 물어보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리고 아직 예선이다. 경선을 통과하고 본선에 들어가면 여론은 달라질 수 있다.”

가구당 교통비 통계를 놓고 보면 실제 한 가구에 돌아가는 혜택은 매달 몇만원 수준에 그치는 것 아닌가.
“비용만 갖고 말하면 무상버스의 효과를 과소평가한 것이다. 돈이 아까워 일주일에 한 번만 버스를 타는 노인이 있다고 해보자. 무상버스가 돼서 이 노인이 일주일에 5일을 타면 편익(재화와 용역의 사용으로부터 얻는 만족도나 효용)도 5배가 증가됐다고 봐야 한다. 부수적인 경제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비혼잡시간까지 무상버스가 확장되면 그 시간에 더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이동하게 된다. 주부, 대학생, 구직자 등의 버스 이용이 10%만 늘어났다고 해도 백화점이나 음식점 등의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와 고용률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도지사 임기 중에는 비혼잡시간 무상버스의 경제활성화 효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또 무상버스가 정착되면 백화점·학원 등 민간 차원에서 무상버스를 운행할 수 있게 되니 그만큼 공공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지금은 민간의 무상버스가 버스업자들의 이윤을 침해하기 때문에 운영이 거의 안 되고 있지만, 무상버스가 되면 민간이 알아서 무상버스를 늘릴 것이다.”

현재의 무상버스 공약에는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소할 방안이 들어 있지 않다.
“출퇴근시간에 대한 방안은 다음 교통정책 발표(3월 31일) 때 말씀드릴 생각이었다. 특히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가장 고통을 받는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경기이동자유공사를 통해 출퇴근시간에 공영버스를 투입해 고통을 해결하겠다는 생각이다.”

무상버스 예산이 연간 1000억~3000억원인 데 비해 버스공영제(경기이동자유공사) 예산은 연간 최고 100억원에 불과하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100만명이 넘는데 지금 예산으로 가능한가.
“경기도 버스 한 대당 들어가는 지원금이 약 3000만원이다. 100억원이면 버스 300대는 확보할 수 있다. 기초단체와 예산부담을 절반씩 나누면 600대를 확보할 수 있고, 도가 30%, 기초단체가 70%를 부담하는 일반적인 방식을 따르면 더 많은 공영버스를 확보할 수 있다. 출퇴근시간에 서울로 가는 광역버스에서 서서 가는 분들이 많은데, 서서 가는 현상이 없어질 때까지 투입할 규모는 된다. 2년 정도 운영해본 뒤에 더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는 2층버스를 도입할지 여부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김상곤 캠프에서도 버스 공영제를 이야기하지만 예산 배치는 무상버스에 훨씬 기울어져 있다.
“공영제를 하면 예산이 지금보다 더 많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버스업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무상버스와 공영버스를 타보니까 좋더라, 돈이 들지만 한 번 바꿔보자는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적 합의만 있다면 버스 면허가 사유재산이라는 과거 판결을 바꿀 수도 있지 않겠나. 도민들이 공영버스의 맛이 뭔지 알게 된다면 시민적 합의를 통해 일거에 버스 공영제로 바꾸자는 생각이다.”

무상버스를 먼저 하면 버스회사들의 보조금이 늘어나 공영제에 더욱 더 저항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버스 공영제를 우선 추진하고 나서 무상버스를 하면 안 되는가.
“그런 말도 일리가 있지만 무상버스를 먼저 실시하는 우리 경로가 오히려 더 빨리 공영제를 달성하는 길이다. 서울시도 준공영제를 도입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한 걸음도 못나가고 있지 않나. 공영제를 먼저 추구하려면 조 단위의 예산이 필요한데 그건 지금 재정규모로는 불가능하다.”

김상곤 후보가 도지사에 당선되더라도 기초단체장이 도와주지 않으면 위에 말한 무상버스와 공영버스는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새정치연합의 기초단체 무공천으로 새누리당 기초단체장이 많이 당선될 가능성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사견을 전제로 말씀드리자면 기초단체에서 무상버스 협조가 잘 안 된다면 도 부담만으로 할 수 있는 광역버스를 먼저 무상으로 할 수도 있다. 협조가 잘 안 되는 기초단체의 경우 무상버스가 아니라 반값버스를 하면서 협상을 통해 설득을 해나가는 방법도 가능하다.”

김문수 도지사가 여러 인터뷰에서 무상버스는 ‘공짜 바이러스 폭탄’이라고 비판하고 있는데.
“이동권은 기본권이다. 기본권은 누구나 부담없이 누릴 수 있도록 공공영역이 의무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사람도 만나고 직업도 구할 수 있다. ‘공짜 바이러스’가 아니라 기본권의 입장에서 봐야 한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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