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 “박 대통령 성향상 침묵할 때로 여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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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기간 중에 국회의원을 만나는 것은 매우 힘들고, 어떻게 생각하면 실례이기도 하다. 재·보궐선거 운동 기간 중이라 곳곳에서 면담 요청이나 회의가 많은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인터뷰하기는 더더욱 쉽지 않을 터였다.

그래도 홍문종 사무총장을 만나야 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갈등이 거의 남북전쟁 수준인데, 친박 중에서도 핵심이라는 그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도 듣고 싶었다. 노련한 홍 사무총장은 기꺼이 시간을 내주었고, 민감한 사안도 쉽게 설명했다.  

국정원 댓글 의혹이 트위터로까지 번지고, 검찰은 수사 외압을 둘러싸고 내분이 일어나고 있다. 정국이 어지러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계속 침묵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도 입장 표명을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몽준 의원을 비롯해 일부 의원들이 우려를 피력했다. 내가 대통령을 직접 만나 의중을 들은 건 아니지만 그분 성향상 지금은 침묵할 때라고 보는 듯싶다. 과거 정부에서 일어난 일,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일일이 말하면 오히려 검찰 수사 등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 또 민주당은 사초사건의 국면전환으로 댓글 의혹을 확대하고 있다.”

[유인경이 만난 사람]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 “박 대통령 성향상 침묵할 때로 여길 것”

너무 안이한 태도 아닌가. 댓글이나 트위터 자체보다 국정원 직원이 계속 리트윗하면 파급력이 얼마나 큰가.
“아직 수사 중이지 않나. 또 전체 댓글에 비하면 아주 극소수이고, 우리 지지층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지 않는다.”

핵심 친박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은 언제부터인가.
“2007년 대선 때 경기도당 위원장을 맡고 있어 볼 기회가 많았다. 주변에서 ‘훌륭한 분이니 대통령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라’고 했지만 속으로 비웃었다. 당시에 나는 우리나라 정서로는 2050년은 돼야 여성 대통령 탄생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번 만나보니 이분이라면 대한민국 정치가 깨끗해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돈으로부터 자유롭고 정의로운 분이기 때문이다. 또 독서와 사색을 많이 하는 분이어서 더욱 매력적이었다. 나도 국회의원 직무를 하다보면 책을 읽거나 사색을 할 여유가 없다. 그런데 대통령은 항상 손에서 책을 놓지 않더라.”

비방인지, 우스갯소리인지 모르지만 박 대통령의 단순하고 짧은 단답형 화법이 무협소설만 읽어서라는 말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미국에서 책(영어 원서)을 사서 읽고 감명받아 선물한 적이 있는데, 이미 그 책을 읽었다면서 오히려 그 책의 내용에 대해 질문을 해서 놀랐다. 대통령은 대부분 저녁식사 약속을 하지 않고 책이나 자료 검토, 명상을 한다. 소용돌이치는 정치풍토에서는 혼자 사색해서 얻는 혜안이 필요하다.

밥이나 술 사주고 적절히 봉투도 내미는 과거의 보스 리더십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약긴 성직자스러운 리더십이라고나 할까. 우리가 신부나 목사가 밥 사준다고 그들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답답하니 만나고 싶은 것과 같다. 어떤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절대 욕을 하거나 나쁜 표현을 쓰지 않는 것도 존경스러운 점이다.”

그런데 왜 박 대통령은 불통의 이미지로 보이나.
“우향우·좌향좌에 익숙한 이들, 군대식의 절대적인 명령과 복종에 길들여진 이들에게는 그분의 태도가 그렇게 비칠 수 있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무조건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생각할 여지와 여백을 둔다. 나 역시 가끔 그분과 생각이 다르기도 했고, 내 판단이 틀린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나와 생각이 일치했다. 그래서 대통령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즐겁게 했다.

겉으로는 매우 까다로워 보이지만 속은 매우 따뜻하신 분이다. 경기도당 위원장 시절에 누군가 내가 돈 받고 공천했다는 음해를 했다. 그분은 주변의 음해성 발언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음해를 한 사람에게 ‘정확한 증거를 갖고 오라’고 하고, 만약 증거가 드러나면 당사자를 직접 불러 확인한다. 그러니 음해나 가십에 휘둘린 당사자들이 피해를 보거나, 그분 마음이 변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없다.”

박 대통령에 대해 실망한 적이 없나.
“당연히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해 빨리빨리 답을 해주지 않아 답답할 때가 있다. 그리고 나를 비롯해 누구에게도 ‘어떤 자리를 주겠다’ ‘책임지겠다’란 공언을 하지 않고, 감사나 애정어린 표현에도 인색한 편이니 서운할 때도 있다.”

친박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반박, 돌박(돌아온 반박), 도박(도망간 친박) 등도 있지 않나. 왜 곁을 떠나나.
“아마 큰 틀에서 배신감, 혹은 서운함을 느껴서일 것이다. 나름 당과 대통령에게 헌신을 했는데 대통령 얼굴 한 번 보기 어렵고, 전화 한 통 받은 적 없고, 만나달라고 해도 답이 없으면 그럴 만도 하다. 커뮤니케이션이나 스킨십이 부족해 보이지만, 자신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일하라고 하니….”

재·보궐선거도 관심이 뜨겁다. 새누리당에 어떤 변화를 기대하고 서청원 후보를 공천했는가. 
“서청원 후보가 이번에 당선되면 7선이다. 우리당은 7선인 정몽준 의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초·재선이다. 서 후보 같은 연륜과 중량감 있는 분이 필요하다. 서 후보는 민주당 박지원 의원 등 다른 당 의원들과도 친분이 두터워 여야가 상생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 그분은 정치력만큼이나 가슴이 따뜻한 분으로 알려지지 않았나.”

[유인경이 만난 사람]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 “박 대통령 성향상 침묵할 때로 여길 것”

서 후보를 청와대에서 강력하게 추천했다는 소문이다. 또 차기 대선후보인 김무성 의원 견제용이라는 소문도 무성하다
“호사가들의 입방아다. 이제 대통령 취임한 지 8개월째인데 무슨 견제가 필요한가. 서 후보와 김 의원은 서로 친한 사이다. 물론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사안이 있을 때 김 의원에게 다른 의원들보다는 서 후보가 말하는 것이 임팩트가 있기는 할 것이다. 당의 화합이나 당의 이정표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에도 하향식 공천이 논란이 됐는데, 내년 기초선거의 공천이나 인재영입 계획은 무엇인가. 정몽준 의원의 서울시장 차출설도 들린다. 공천제 문제는 어찌 되나.
“공천제 문제에 대해 당에서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국정감사 후에 공청회·세미나도 할 거다. 특별히 지방당원들에게 ‘공천제와 관계없이 당이 여러분들과 함께 선거를 치른다. 열심히 당과 국가를 위해서 노력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공천제를 유지하면서 부작용을 없애고 보완하는 쪽으로 나갈 것인지, 아니면 폐지할 때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세워서 일단 폐지할 것인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다만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갈 능력과 생각을 가진 분들을 접촉하고 있다. 선거는 승리가 목적이어서 대중들과 소통하고 대중적 인기를 갖고 있는 분들을 찾느라 당에서도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정몽준 의원만이 아니라 김황식 전 총리, 남경필 의원, 나경원·원희룡 전 의원들까지 다양한 후보군을 두고 논의 중이다. 꼭 당선될 인물을 찾아야 한다. 지금은 후보자가 당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당이 후보자들의 눈치를 보는 중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송영길 인천시장 등 현역들이 민주당이고,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선거 불출마를 밝혔는데 자신 있나.
“박원순 시장은 정책 홍보나 선거운동의 귀재이고, 송영길 시장도 보통분이 아니다. 하지만 그 두 분이 서울이나 인천을 위해서 실제로 한 게 뭐 있나라는 얘기가 점점 나오고 있다. 우리 후보군이 조금씩 가시화되고 좋은 후보를 뽑으면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얼마 전 ‘민주당이 하는 꼴을 보니 새누리당이 20년은 더 집권해야 한다’는 발언이 화제가 됐다.
“남의 당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데…. 그러나 누가 보기에도 민주당은 구심점이 없지 않은가. 친노와 반노로 나뉘어 각자의 이익과 관심이 다르니 코디네이션이 안 된다. 또 어쨌건 안철수 의원과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많다. 민주당은 이미 진 선거에 대해 사로잡힐 때가 아니라 다음 선거를 위해 당력을 모아야 할 때다.

대선 불복이 아니라면서도 대선 불복을 강조하는데, 과거 총풍·병풍 사건이 나 겨우 50만표 차이로 졌을 때도 우리는 아무 소리도 안 했다.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까지 불법선거 운운하는데 참 안타깝다. 민주당 지도부부터 협력이 안 되고 오합지졸의 모습을 보이는데, 어느 국민이 오합지졸당에 나라 운영을 맡기겠나.”

민주당에서는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나 무상급식 등 자신들이 먼저 내세운 전략을 빼앗아갔다고 한다.
“그건 민주당이 세계적인 트렌드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경제민주화나 복지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나. 자신들만의 화두가 아니라 경제가 어려우면 가장 시급한 화두가 그런 문제들이다. 앞으로 우리도 당의 핵심 공약인 경제민주화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다만 어떤 방법으로 달성할 것인가, 조세 문제나 지하경제 활성화 등을 고민 중이다.”

요즘 국회의원들은 막장 드라마보다 더 거친 독설을 한다. 개인적으로는 다 양식 있는 분들이 왜 국회에서는 막말을 하고 대변인들의 논평도 거칠기만 한가.
“선명성 경쟁이 심한 정치구조 때문인 듯싶다. 색깔이 드러나는 이들에게 눈길이 가고, 유명도도 높아진다. 일본 아베 총리를 보라. 정말 한심한 언행을 하는데도 광신적 믿음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 

초·재선 의원들은 언론에 자신의 언행이 소개되는 것이 일종의 매직, 혹은 마약 같은 효과를 주는 것 같다. 그래서 누가 더 세게, 누가 더 섹시하게 발언하나 경쟁을 한다. 하지만 정치인의 수준은 결국 국민의 수준이다. 우리 국민들이 제대로 간파를 하고 판단력을 키우면 그런 막말 정치인이나 쇼맨십만 강한 정치인은 퇴출될 것이다.”

이 난국에 사무총장 역할을 맡아 책임이 막중하겠다.
“사무총장 임기는 1년이다. 1년 동안 얼마나 큰일을 하겠나. 과거엔 사무총장이 당 대표 다음 서열이었지만 지금은 총무과장 정도 수준이고 당의 하수구가 새는 것을 막는 정도 역할이다. 그래도 당의 역량을 강화하고 새누리당적인 가치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당원들과 더불어 시대적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국민과 국가를 책임지는 정당으로서 내실을 튼튼하게 하려고 치어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도 사무총장은 당의 살림살이를 도맡아 돈줄을 쥐고 있고,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하면 당연직 위원장을 맡는 등 막강한 권력이 아닌가.
“얼마 전 당의 최고위에서 이런 말을 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천벌이 남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남들이 보기엔 화려한 자리인지 모르지만 참 어렵다. 매일 천벌 받는 느낌이다.”

보수정당을 이끄는데 보수의 가치는 뭔가.
“21세기는 진보의 시대다. 그런데 진보정당인 민주당이나 다른 당들이 자기 밥그릇을 차고 있는 덕분에 우리가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진보의 시대여서 보수당도 진보적 아이디어를 받아들여야 한다. 경제민주화, 창조경제 등이 모두 새롭게 나가자는 진보의 개념 아닌가. 

우리 진보는 개혁만 강조하느라 정작 진보 자체, 혹은 보수의 가치에 대해 폄하하는 것 같다. 보수란 골동품 같아 먹고 살기 힘들 때는 전혀 가치가 없다. 밥 걱정 안 하고 기꺼이 줄도 서고 체면도 차릴 때 보수의 가치가 드러난다. 70~80년대엔 보수가 통제하고 억압하는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보수가 품격 있는 사회, 정신적으로도 풍족한 사회의 가치를 드러내는 터닝포인트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당은 구시대적인 유물이지만 분명히 가치 있는 보수를 좀 팬시하게 다듬어 보여주려고 고민하고 있다.”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정치 신인 시절엔 ‘후세’란 말이 전혀 와닿지 않고 공허하게 느껴졌다. 요즘은 자주 ‘나중에 홍문종을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할까’란 생각도 하고 두려움도 느낀다. 정치적으로만 이야기하자면 이 작은 나라에서 동서갈등, 지역갈등을 타파하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 

남북관계도 지금 아프고 힘들어도 정상적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본다. 그런 지역갈등이나 남북문제에 사력을 다한 정치인으로 기록되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또 정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축구나 야구 같은 팀플레이다. 스타 플레이어가 되기보다는 최고의 팀을 만드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물론 골을 던져줘도 안 받는 팀원을 보면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새누리당 사무총장 집무실에는 근엄한 표정의 박근혜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다.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를 지켜보는 것 같아 좀 뜨끔했다. 이곳 외에도 모든 공공기관에는 대통령 초상화나 사진이 걸려 있다. 대통령이 내려다보고 있는데도 제대로 업무를 처리하지 않고 비리를 일삼는 공직자들은 담대한 걸까, 아니면 양심불량일까란 엉뚱한 생각을 했다.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사진·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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