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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는 ‘범법자 양성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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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선거비용으로 비리 양산… 직선제 이후 관련자 13명이나 유죄 확정

교육감직을 잃은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2009년 3월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뒤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김문석 기자>

교육감직을 잃은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2009년 3월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뒤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김문석 기자>

"교육감 선거는 거짓 선거다. 교육감 선거는 당락과 관계없이 교육자를 파산으로 몰아넣을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처장)

오는 6월 2일 사상 처음으로 ‘교육대통령’이라 불리는 교육감 선거가 지방선거(시·도시자 )와 동시에 실시된다. 이에 따라 현행 교육감 선거제도의 대폭적인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7년 이후 시행된 교육감 직선에서 범법자를 양산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제도를 개선해야 할 정치권은 손을 놓고 있다. 교육감 선거제도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서 ‘교육감 선거는 공직선거법의 시·도지사 선거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교육감 선거제도 개선은 국회의 관련 상임위인 교육과학기술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에서 동시에 추진할 사항이다.

선거 때 끌어다 쓴 돈 ‘후유증’
교육감 선거가 왜 비리로 얼룩질까. 첫 번째 교육감 선거의 경우 후보가 감내할 수 없을 정도의 선거비용이 든다. 교육감이 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법정 선거비용 상한액은 서울 35억원, 경기도 36억원이다. 다른 지역도 평균 10억~15억원에 이르고 있다. 교육감직을 상실한 공정택 전 교육감은 지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선거비용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34억4085만원, 2위를 차지한 주경복 후보는 30억4621만원을 신고했다. 2006년 6월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들보다 적은 27억9182만원을 썼다. 교육계에서는 교육감 선거의 경우 선관위에 공식적으로 신고한 비용의 2, 3배는 써야 당선될 수 있다는 말이 암암리에 전해지고 있다. 후보들이 실제 신고액보다 훨씬 더 많이 쓴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비용을 후보자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교육감 후보자는 특정 정당에 속하지 않는 무소속으로 돼 있다. 이에 따라 각 정당으로부터 선거비용을 빌릴 수도 없고, 지방선거 후보자들처럼 후원회를 둘 수도 없다. 시·도시자 후보자의 경우 소속 정당으로부터 당 차원의 선거홍보물 등을 지원받고 있으며, 후보자 후원회를 둬 선거비용을 모금할 수 있다.

또 교육감 후보자가 난립하기 때문에 선거에서 15% 이상 득표하면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선거비용도 상위 1, 2위 정도만 돌려받고 나머지는 전혀 보전 받을 길이 없다. 지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6명이 출마했으나 공정택·주경복 후보만이 각각 40.09%, 38.31%를 득표해 선거비용을 되돌려 받았다. 경기교육감 선거에서는 5명이 출마해 김상곤(40.8%)·김진춘(33.6%) 후보만이 비용을 보전 받았다. 더 큰 문제는 교육감 선거 후 선거비용과 관련한 각종 비리문제로 대부분이 고소·고발되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7년 교육감 직선제 이후 유죄가 확정된 경우는 2007년 4건, 2008년 4건, 2009년 5건으로 후보와 후보 관련자들이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정치]교육감 선거는 ‘범법자 양성 선거’

이는 평생을 교육계에서 몸담은 교육자가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35억원이라는 거액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결과다. 타고난 재력가가 아닌 후보자들은 선거자금을 주위로부터 빌려서 충당한다. 

그러나 교육감 후보에게 돈을 빌려 주는 사람은 학원 관계자, 급식업자, 건설업자 등으로 이권을 노리고 빌려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선거 후에도 후유증이 나오는 것이다. 이 같은 폐단을 없애는 방법으로 교육계 일각에서는 교육감 러닝메이트제와 미디어에 의한 선거공영제 도입을 주장한다. 

교육감 러닝메이트제는 각 정당의 시·도지사 후보와 교육감이 한 팀으로 선거에 나와 주민들의 심판을 받자는 것. 이는 기존의 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으로, 교육감이 당적을 가져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김진성 서울시 의원은 “러닝메이트제는 정치력이 강한 시·도지사의 적극적 협력을 기대할 수 있고, 막대한 선거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후보 난립 방지와 노조나 교직단체 주도의 선거를 막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 거론
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일부 국회 의원들은 헌법에 명시돼 있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교육감이 정당의 공천을 받으면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면서 “교육자를 공무원으로 두는 이유는 특정 이념과 상관없이 교육에만 충실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진성 의원은 “헌법상 교육의 중립성은 모든 정치체제로부터 교육을 배제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일방적인 이념 교육 내용이나 방법을 배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실은 법 취지와 달리 각 정당은 교육감 후보를 사실상 공천하고 있으며, 후보도 정당 조직의 지원을 받고 있다. 비록 교육감이 무소속을 표방하고 출마하지만 사실상 여야의 후보로서 선거운동을 벌이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후보를 지지한 것이나 민주당 등 야당이 경기교육감 선거에서 김상곤 후보를 도왔다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특히 오는 6월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민주당 등에서는 벌써부터 내천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철학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인물을 찾고 있으며, 민주당은 모 대학 총장 출신인 한 인사에게 서울시교육감 출마를 타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법과 현실이 따로 노는 관행을 아예 양성화시키고,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선거비용도 줄여 보자는 것이 교육감 러닝메이트제의 핵심이다.

미디어에 의한 선거공영제 실시는 현행 고비용 저효율의 교육감 선거운동 방식을 바꿔 보자는 것. 서울의 경우 교육감 후보는 25개 구에 플래카드를 걸고, 선거홍보물을 배달하는 것이 선거운동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시민들은 각 후보에 대한 관심도 낮고, 더욱이 후보의 정책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디어 선거공영제는 이 같은 선거운동 방법을 지양하고, 라디오와 TV를 통한 정견발표와 후보 토론회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현재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에서는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놓고 심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회 정개특위도 시한을 2월 말로 연장,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논의할 여지를 남겨 뒀다. 교육감 후보는 선거 3개월 전인 3월 3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을 할 수 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월 중순까지는 국회에서 통과돼야 고비용 저효율의 교육감 선거구조를 막을 수 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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