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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원내대표 선거 ‘물과 불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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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 수 의원과 정의 화 의원 간의 팽팽한 양강구도

안상수, 정의화, 황우여 의원(왼쪽부터).

안상수, 정의화, 황우여 의원(왼쪽부터).

"물불을 가린다.”
5월 한나라당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당내에서 나오는 말이다. 물은 안상수 의원의 ‘수’를, 불은 정의화 의원의 ‘화’를 뜻한다. 두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에서 ‘물불을 가릴 것’이라는 이야기다. 두 의원의 한자 이름은 ‘물 수’와 ‘불 화’가 아니라 ‘지킬 수’(守)와 ‘온화할 화’(和)다. 실제 캐릭터도 한자 뜻에 가깝다. 안 의원은 다소 강성적인 이미지를, 정 의원은 다소 온화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 의원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두 의원의 서로 다른 캐릭터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강점이자 약점이 되고 있다. 미디어 관련법 통과로 여야가 격돌하는 6월 국회가 눈앞에 있어 안 의원이 유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는 반면, 두 의원 모두 친이지만 안 의원의 강성적인 이미지가 친박 또는 중도 성향 의원들에게 거부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거꾸로 정 의원은 6월 국회를 앞두고 원내대표로서 역량을 걱정하는 부류가 있으며, 친박 또는 중도 성향 의원들에게는 오히려 호감으로 비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황우여 의원 후발주자로 참여
두 의원이 오래 전부터 격돌을 예고한 가운데 ‘후발주자’로 황우여 의원이 원내대표 경쟁에 끼어 들었다. 황우여 의원 측은 “이름의 마지막 한자인 ‘법칙 여’(呂)가 입(口)과 입(口)를 연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황 의원이 당내 갈등을 없애는 국면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황 의원의 등장은 새로운 원내대표 선거 구도를 만들었다. 안 의원은 지역구가 과천이기 때문에 수도권 후보의 등장이 반갑지만은 않다. 정 의원 역시 또 다른 중도·온건 성향의 후보인 황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가 그렇게 좋지 않다. 일각에서는 황 의원이 ‘중도에 사퇴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왔다. 황 의원 측은 “처음 원내대표 출마를 결심할 때는 조심스러웠으나 최근 1 대 1로 의원들을 접촉하면서 호응을 얻었다”며 “끝까지 완주해 뜻밖의 결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5월 21일로 결정된 원내대표 선거는 4·29 재·보선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불붙는다. 가장 큰 관심사는 러닝메이트인 정책위 의장으로 어떤 의원을 선택할 것인지다. 안 의원은 여의도연구소장인 김성조 의원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 의원은 “김 의원으로 거의 압축됐다”면서 “3선 의원으로 정책통인 김 의원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또 “당직에서 대구·경북 쪽 의원들이 소외돼 있어 배려할 수 있을 뿐더러, 친박인 김 의원이 정책위 의장을 맡으면 친이와 친박을 아우르는 적절한 조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 측은 “안 의원에게서 제의가 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당초 안 의원과 정 의원, 양쪽에서 러닝메이트로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던 최경환 의원에 대해 안 의원은 “본인이 재선 의원이기 때문에 부담된다고 고사했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최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할 경우 PK가 원내대표, TK가 정책위 의장이라는 구도가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현 정책위 의장인 임태희 의원과 진영 의원을 염두에 뒀다. 정 의원은 “이미 두 의원에게 제의했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며 “5월 3일 전에는 누구로 할 것인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당 대표를 비롯하여 사무총장이 PK인데, 원내대표도 PK가 차지한다는 여론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때문에 수도권 지역 의원이 정책위 의장으로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두 의원의 정책위 의장 제의를 보면 서로 다르면서도 같은 입지를 알 수 있다. 수도권 지역의 안 의원은 영남권 러닝메이트를, PK 지역의 정 의원은 수도권 러닝메이트를 선호한다. 두 의원 모두 친이기 때문에 친박 또는 중도적 성향 의원들의 표를 얻기 위해 성향이 다른 쪽 의원을 우선 선택한 점은 비슷하다. 문제는 양측에서 제의받은 의원이 기꺼이 받아들이겠느냐 하는 점이다. 또 다른 후보인 황우여 의원 측은 “여러 의원을 정책위 의장 후보로 물색하고 있어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 가능성 낮아 경선까지 갈 듯
안 의원과 정 의원의 경쟁이 두드러지면서 친이 내부에서는 조정 가능성이 흘러나왔다. 한 친이 의원은 “친이 두 의원이 격돌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면서 “중진 그룹에서 조정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의원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정 의원은 “안 의원이 원내대표를 이미 한 번 지냈기 때문에 두 후보 간에 조정한다는 것은 원칙에 맞게 안 의원이 재선을 포기하고 양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이 양보하지 않는 한 조정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과거의 경험으로 보면 이런 상황에서 단일화는 힘들다”면서 “경선을 해서 의원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친이의 한 인사는 “두 의원이 조정하기에는 이미 너무 나간 측면이 있다”면서 “결국 경선으로 승부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원내대표 선거와 관련해 가장 민감하게 작용하는 것은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이상득 의원, 친박을 둘러싼 신경전이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친하다는 점이 친박 또는 중도 성향 의원들에게는 거부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선뜻 이 전 최고위원과 관계를 이야기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안 의원 측은 “이재오계가 아니라 이 전 최고위원과 친할 뿐”이라면서 “친이·친박을 따질 것이 아니라 누가 원내대표에 적합한지 따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강성이라는 것은 내가 소수 야당 시절 원내대표로 일할 때 이야기”라면서 “다수 여당 원내대표가 된다면 유연하면서도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시 친이로 분류되는 정 의원 측은 이 전 최고위원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는 점을 은연중 강조했다. 친박 쪽 한 의원 측은 “정 의원과 한 번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친박 쪽에서는 당연히 손을 내미는 쪽에 호감을 갖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황 의원 측은 친박·중도 성향이 황 의원을 지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대선 과정에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립을 지킨 만큼 친이·친박을 가리지 않고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황 의원이 한때 친박으로 분류됐다가 중립을 지켰다면서 오히려 이런 점이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후보 측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상득 의원이 뒤에서 누구를 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난무했다. 친이직계·친이재오계·친이상득계·친박계 등 당내 계파 구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서로 많은 의원을 확보하기 위해 세 후보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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