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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비서관! 잘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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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중재 실패 이후 표면적 위축… 임삼진 “지금은 냉각기간”

“참 답답한 노릇이다. 시민사회비서관실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도 시민단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신문 보고서야 안다더라. 시민사회 관련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사전에 체크해서 미리 상부에 ‘정보’를 보고하는 것이 통상업무인데, 그러다 보니 청와대 내에서 소통도 막히고, 시민사회 비서관의 입지나 영향력도 줄이는 결과가 된다.”

참여정부 시절, 시민단체 출신으로 정부 고위기관에서 일했던 한 인사의 말이다. 이 인사는 청와대의 시민사회에 대한 인식 자체가 낮은 것이 출발선 상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밖에서 보면 청와대는 시민사회 혹은 시민단체를 이른바 관변단체처럼 컨트롤할 수 있는 것으로 사고하거나 아니면 뉴라이트처럼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않으면 필요없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라며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그 정도까지의 인식이라고 생각하진 않고 주변 인사들의 인식이 반영돼 만들어진 기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서 임삼진 시민사회비서관의 역할은? 그가 보기엔 별로 없다.

보수 진영도 ‘임 비서관 사퇴’ 목소리
임 비서관이 시민사회비서관으로 내정된 것은 지난 6월 25일. 벌써 100일이 넘었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청와대가 들어야 할 목소리가 있는 곳은 어디든 달려가겠다”는 임 비서관의 지명 후 일성은 그러나 곧 현실에 부딪혔다. 취임 직후, 그가 ‘물밑 메신저’로 중재한 광우병대책회의(대책회의)와 청와대의 면담은 실패했다. “촛불을 끄는 것을 전제로 마련된 자리였다”는 이동관 대변인의 발언을 두고 날선 공방이 대책회의와 청와대 사이에서 오갔다.

그 후. 언론에 비친 임 비서관의 모습은 안쓰럽기만 하다. 보수 진영은 국가 정체성을 거론하며 ‘임 비서관 사퇴’ 목소리를 높였다. 무이스코 국제엠네스티 조사관을 만나 정부 입장을 변명한 것이 언론에 비친 시민단체와 관련한 그의 마지막 역할이다. 그후 순직한 소방관에 훈장을 추서하거나(7월 31일) 종교 지도자에 인사를 가는 것 등으로 그의 표면적인 행적은 줄어들었다. 임 비서관은 지난 9월 11일 추석 선물 ‘수삼’을 들고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했다. 그러나 그는 이날 총무원장을 끝내 만나지 못했다. 그로선 굴욕적인 장면이다. 내정 후 첫 국무회의 자리에서 그는 “95년까지 통치(統治)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정부·시장·시민사회가 협력하는 협치(協治·거버넌스)의 시대”라며 “이명박 정부가 거버넌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당당히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아직까지 그 ‘협치’는 실현되지 않고 있다.

“거버넌스는 거의 폐기된 것이 아닌가요?”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이렇게 반문했다. 2001년 창립, 전국 448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국민의정부·참여정부 기간 동안 명실상부한 정부의 대(對) 시민사회 거버넌스 파트너이자 ‘창구’였다. 하 위원장에 따르면 지금은 ‘청와대와 핫라인’은커녕 정부 기관의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시민단체 인사들도 교체되는 형국이다. 그는 임 비서관의 ‘역할‘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촛불시위 정국 때, 하 위원장은 인사 겸 해서 찾아온 임 비서관과 비공식적인 자리를 함께 한 적이 있다. 그는 그러나 “임 비서관은 계속 폭력시위는 안 된다는 것만 강조했다”라며 “시민사회비서관이 ‘소통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부 입장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것 같아 화가 나서 자리를 떴다”고 회고했다.

소위 ‘우파단체’도 각도는 다르지만 불만은 가득했다. 변철환 뉴라이트전국연합 대변인은 “임삼진은 우리를 한 번도 찾아온 적이 없다”라며 “열심히 활동하는 보수단체 사람들, 예를 들어 국민행동본부의 서정갑 같은 분을 그가 만나본 적 있냐”고 반문했다. 그는 “시민사회비서관이라는 작명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종교단체까지 만나면서 굳이 시민단체를 연상하게 하는 ‘시민사회’라고 작명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가 대안으로 내놓은 ‘작명’은 ‘국민통합비서관’이다.

그렇다고 넓게 봤을 때 정부와 시민사회의 채널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이형용 민간협력포럼 공동대표는 정부 기관에서 일하다 현재는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예기치 못했던 촛불 정국을 거치면서 정부와 시민사회 사이에 골이 깊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촛불정국 후 거버넌스 패러다임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더 넓어졌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거버넌스21클럽(공동대표 윤진식·이학영·이웅렬·장대환) 같은 민관 ‘협치’ 연구모임에는 지금도 현직 장·차관 등 정부 관료와 시민사회 대표인사들의 참여가 활발하다는 것이다. 임 비서관이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평가와 관련해 그는 “100일은 평가하기에는 짧은 기간”이라며 “시민사회를 잘 이해하고 시민운동 출신으로 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시간을 더 줄 필요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비서관 “시민사회 업무 정상 수행 중”
임삼진 비서관은 협치가 실종된 것이 아니냐는 ‘Weekly경향’의 지적에 대해 “특정 시민단체 혹은 개인이 자신들을 안 만났다고 시민단체와 교류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면 곤란하다”라며 “촛불시위도 아직 종료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냉각기’가 지속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비공식적인 채널로 안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촛불시위 중재 실패’ 지적에 대해 그는 “우리가 요구한 것도 아니고 그쪽에서 먼저 ‘촛불을 끄고 오겠다’고 말해 그것을 전제로 청와대 내부에서 논의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공연히 종교계를 자극하는 결과가 돼서 상황이 어려워졌다”라며 “결국 대화가 무산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비서관은 최근 최열 환경재단 대표와관련한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는 “아직 중간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검찰이 여러 정치인을 조사하면서 중간에 흘린 것이 나중에 없던 사실로 되는 경우가 있었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 사건 이전에는 최 대표를 만난 적 있지만 사건이 불거지면서 최 대표를 만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지금 만나면 오히려 봐준다 혹은 탄압한다는 이야기만 무성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뿐 아니라 비서관실 직원들이 여러 단체 사람들을 만나고 있으며 만남은 일주일 동안 수십 건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표면에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시민사회비서관실의 업무 수행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그간 자신이 만난 단체로 희망제작소, 환경연합, YMCA, 독도 관련 단체, 행정개혁시민연합 등을 거론했다.

임삼진 비서관을 만났던 서영복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임 비서관을 “애정과 연민 속에 각별한 기대를 갖고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애정이란 운동과 시민사회 선후배로서 개인적인 평가다. 연민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명박 정부가 시민사회와 거리를 두기 위해 시민사회수석을 폐지했다가 정무수석 아래에 시민사회비서관을 다시 신설했는데, “이명박 정부의 그런 대시민사회관을 비집고 시민사회 출신으로 ‘좁은 입지’ 속에서 뭔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전태일의 매제로서, 청계천 복원 논란부터 어찌 됐든 친이명박으로 분류되면서 주류 시민단체로부터 따돌림받았을 것이고, 그들로부터 ‘변절’로 평가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다. 서 총장은 “현재 그의 행보는 ‘정중동(靜中動)’일 수밖에 없지만 일부 정부 핵심 인사들의 라이트 턴(right turn, 우회전)을 조절해야 하는 조종간을 잡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그의 역할은 각별한 기대의 대상”이라고 평가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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