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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 신축, 성남 민심 성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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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항 활주로 변경시 고도제한 강화 가능성

성남시 중원구 성지아파트 입구. 진입로의 폭이 좁아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어 화재가 날 경우 무방비 상태다. <김태완 제공>

성남시 중원구 성지아파트 입구. 진입로의 폭이 좁아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어 화재가 날 경우 무방비 상태다. <김태완 제공>

성남 민심이 술렁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 18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차 투자활성화 및 일자리 확대를 위한 민관합동회의’에서 연말까지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을 허가해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부터다.

지역 내 21개 주택 재건축 조합으로 구성된 성남시 재건축·재개발연합은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비행안전구역으로 인한 성남시 건축 고도제한 피해는 표현하기 힘든 정도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만들어냈다”면서 “최근 정부와 군당국의 제2롯데월드 건축에 대한 허가 움직임에 우리 성남 시민은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연합회 이춘섭 부회장은 이를 두고 ‘성남 시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성남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은 성남시 지역에 대한 고도제한 문제 때문이다. 현재 성남시는 서울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의 비행 안전 문제 군용항공기지법상 고도제한(45m)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전체 면적 141.8㎢ 중 83.1㎢(58.6%)에서는 15층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없다. 구시가지인 중원구와 수정구 26개 동 중 24개 동, 가구 수로는 37만 가구 중 21만 가구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2롯데월드 신축을 허용한다면 가뜩이나 제약을 받는 지역 개발에 더 큰 장애물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게 성남 주민들의 주장이다.

롯데 측은 1994년부터 제2롯데월드 건축을 추진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는 연면적 60만7849㎡에 지하 5층, 지상 112층 건물로 높이만 555m에 달한다. 국방부는 그동안 이 정도 높이의 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경우 서울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항공기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제2롯데월드 신축을 반대했다. 그러나 4월 28일 열린 1차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확대를 위한 민관합동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제2롯데월드 신축 방안을 모색하라고 지시한 뒤 태도가 바뀌었다.

현재 성남시 58.6% 규제받아

성남시 중원구 성지아파트. 동 사이 연결 통로의 높이가 낮아 쓰레기 차가 통과할 수 없다. <김태완 제공>

성남시 중원구 성지아파트. 동 사이 연결 통로의 높이가 낮아 쓰레기 차가 통과할 수 없다. <김태완 제공>

제2롯데월드 신축이 허용될 경우 서울공항과 관련하여 나올 수 있는 대안은 세 가지다. 먼저 서울공항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이 방안은 수도 서울과 지리적 인접성이라는 서울공항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할 때 공군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택이다. 다른 대안은 서울공항을 그대로 두고 활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서울공항 활주로를 잠실 방향에서 성남 방향으로 틀면 제2롯데월드 건립 예정 부지는 비행안전구역에서 제외되어 고도제한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성남에 대한 고도제한 규제가 구시가지 재개발 구역 대부분으로 확장되는 문제가 생긴다. 성남 주민들이 이를 ‘제2의 고도제한’이라고 받아들이며 반발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또 하나는 서울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를 선회 공간이 좁은 소형으로 제한하고 선회 공간이 큰 군용기는 인근 수원, 원주, 서산 등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이 방안 또한 서울공항 내에 주둔 중인 군부대를 이전하고 주변 공항으로 이동하는 데 따른 물류비용 발생이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어떤 대안을 선택하든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군 측과 협상을 맡고 있는 성남시청 건축과 김형석 팀장은 “현재 공군은 아직까지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어 시에서도 공개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밝혔다.

성남 주민들은 서울공항이 1972년 여의도에서 성남으로 이전한 이후 30년 이상 재산권 행사에 불이익을 받아온 만큼 롯데월드 신축으로 인해 고도제한이 강화되는 사태가 생길 경우 이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1999년부터 ‘성남시 고도제한 완화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고도제한 완화를 요구해왔다. 결국 2002년 비행안전 5구역의 고도제한 높이를 12m에서 45m로 완화했지만, 재산권 침해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서울공항 이전은 공군이 반대
성남시 재건축·재개발연합 이춘섭 부회장은 “우리는 서울공항이 갖고 있는 안보적 가치를 인정하고 제2롯데월드 신축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성남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그냥 내버려두고 느닷없이 롯데월드 신축부터 허용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성토했다. 이 부회장은 또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성남시의 한 재개발 현장에서 바라본 성남시 구시가 전경. <정원식 기자>

성남시의 한 재개발 현장에서 바라본 성남시 구시가 전경. <정원식 기자>

서울공항의 활주로 변경 시 고도제한 강화가 예상되는 중원구 및 수정구 일대 아파트의 노후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1987년 준공한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1동 성지 아파트는 현재 8개동 441가구가 거주하고 있는데, 각종 불량 시공과 주차장 문제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파트 두 동을 시공할 당시 불법 증축으로 도로 폭이 좁아진 탓에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하고 음식물 쓰레기 수거용 차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상수도 문제는 더욱 심각해서 위층에서는 샤워도 제대로 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 아파트 김태완 관리소장은 “수도에서 녹물이 나오고 6층에서 세탁기를 돌리는 데 5~6시간이 걸릴 정도로 상수배관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곳이 아파트 중에서는 최악의 조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성남시 일반 주택보다 사정이 나은 편이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정구 태평2동 건우 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 안경옥 조합장은 “이곳 사람들은 평균 33㎡ 미만에 사는 서민들”이라면서 “1개 사기업을 위해 성남시 구시가지의 생존권을 짓밟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성남 주민들은 현재 고도제한 철폐를 위한 서명운동본부를 꾸리고 ‘성남시 고도제한 철폐를 위한 10만인 서명운동’을 추진 중이다. 성남시와 공군의 협상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을 경우 정부를 상대로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가겠다는 뜻이다.

인터뷰 | 성남시 재건축·재개발연합 이재경 회장
“성남 고도제한 하루 빨리 풀려야”

성남시 재건축·재개발연합 이재경 회장(오른쪽)과 이춘섭 부회장. <정원식 기자>

성남시 재건축·재개발연합 이재경 회장(오른쪽)과 이춘섭 부회장. <정원식 기자>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 방침이 전해지면서 성남은 벌집을 쑤신 듯한 분위기다. 2002년 성남 구시가지 21개 재건축 조합으로 구성된 성남시 재건축·재개발연합 이재경 회장은 고도제한으로 인해 성남 주민들이 오랫동안 막대한 재산상 손실을 입고 있어 하루 빨리 고도제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성남시 분위기는 어떤가.
“우리는 서울공항의 국가안보적 중요성을 인정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여러 어려움을 감내해온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어려움을 겪어온 만큼 그에 따른 마땅한 보상이 있어야 하지 않나. 롯데월드 신축 허용 이야기를 언론에서 처음 보도했을 때만 해도 내부적으로는 참자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나 신축 허용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것을 보면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22일에 기자회견도 했다. 지금 성남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다.”

재건축과 관련하여 겪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성남에는 낡은 집이 많아 재건축과 재개발이 시급한데, 45m로 묶여 있어 어려운 점이 많다. 현재 용적률이 250%로 잡혀 있어 이론적으로는 15층까지 지을 수 있지만 여러 가지 규제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13층까지밖에 지을 수 없다. 이럴 경우 200가구를 재건축하더라도 160가구밖에 지을 수 없기 때문에 나머지 60가구는 입주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 서울 송파구 잠실 같은 경우에는 재개발을 하면 43㎡(13평) 아파트 소유자가 재건축 이후에 99㎡(30평형) 아파트에 입주하는 게 어렵지 않다. 그러나 성남의 경우에는 개인 분담금만 2억 원이 넘는다. 시의 조례상으로는 용적률을 250%로 규정하고 있지만 고도제한 때문에 실제로는 200~220%밖에 안 된다. 원주민 재정착률을 높이려면 고도제한을 풀어야 한다.”

이번에 정부가 제2롯데월드 건물을 허용한 배경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친구 게이트’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그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 다만 몇십 년간 누적돼온 성남 주민들의 고통을 먼저 헤아려달라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는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시청 쪽에서 국방부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시는 10월 초까지 협상을 마무리짓겠다고 한다. 협상 상황을 지켜보고 민관공동위를 꾸려 성남 시민들이 집단시위를 벌이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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