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성과 위험성 사이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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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사용자들은 해시태그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게시물을 노출한다. 이는 더 많은 ‘좋아요’와 팔로워를 얻기 위한 행동이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정보가 널리 퍼질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행동이기도 하다. 해시태그를 통해 누구나(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도) 해당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 중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실시간으로 게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만일 사용자가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이는 집이 비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주거지 정보를 아는 누군가가 집에 침입할 위험이 있다.

이들 사례는 사람들이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개인정보를 기꺼이 제공하는 모순적인 행동을 가리키는 ‘프라이버시 패러독스(Privacy Paradox)’ 현상의 일종이다. 이는 현대 디지털 사회에서 많은 사람의 행동과 인식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적인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프라이버시 패러독스가 발생하는 주된 이유로 다음과 같은 요소를 꼽을 수 있다.

첫째, 편의성이다. 사람들은 온라인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의 편리함을 누리기 위해 개인정보 제공을 감수한다. 예를 들어, 위치 기반 서비스는 사용자가 현재 위치를 공유해야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둘째, 사회적 보상이다. 소셜미디어에서의 활동은 사회적 인정과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사회적 보상은 사람들이 개인정보를 공유하도록 유도한다. 메타, 구글(유튜브), 카카오 등의 기업들은 사실상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셋째, 정보 비대칭이다. 사용자들은 자신이 제공한 개인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충분히 알지 못한다. 기업들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하지만, 그 모든 과정은 대부분 불투명하게 이루어진다.

넷째, 심리적 거리감이다. 디지털 공간에서의 활동은 현실과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온라인에서의 행동이 실제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현금이 아닌 신용카드를 쓸 때 더 많은 지출을 하게 되는 심리적 메커니즘과 유사하다.

이제 AI 기술을 통해 사용자의 모든 콘텐츠에서 개인정보만을 빠르게 추출할 수 있고, 여러 단편적인 정보를 조합해 민감한 개인정보를 찾아낼 수 있게 됐다. 첨단 기술의 발전에 발맞춰 프라이버시 침해의 위험성과 이를 악용하려는 이들의 노력 또한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태다.

그에 따라 디지털 공간에서의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인식 제고, 소셜미디어와 AI 서비스에서의 개인정보 설정 관리, 그리고 무엇보다 개개인의 지속적인 자기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용자는 주기적으로 자신의 온라인 활동을 점검하고, 공유한 정보가 적절한지 평가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정보 공유를 줄이고, 상황에 따라 삭제하거나 수정해야 한다. 예를 들면, 매달 또는 분기마다 자신의 소셜미디어 프로필과 게시물을 검토하고, 공개 범위를 조정하거나 불필요한 게시물을 삭제하는 식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인의 주의 깊은 행동이 디지털 시대의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류한석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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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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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