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송신탑이 암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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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기지국 근처 근로자들 뇌종양 발병 잇따르자 연관성 의심

휴대전화 송신탑이 설치된 RMIT 대학 건물. 교직원의 뇌종양 판정으로 사용이 금지된 건물 내부의 썰렁한 모습.

휴대전화 송신탑이 설치된 RMIT 대학 건물. 교직원의 뇌종양 판정으로 사용이 금지된 건물 내부의 썰렁한 모습.

최근 호주에서는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논란이 새삼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호주 최대의 국영 통신회사 텔스트라의 휴대전화 기지국이 설치돼 있는 멜버른 RMIT 대학 건물 꼭대기 2개 층에 근무한 교직원 중 7명이 뇌종양 진단을 잇달아 받은 사실이 최근 호주 언론들을 통해 밝혀지면서다.

교직원들의 뇌종양 발병 원인이 건물 옥상의 휴대전화 기지국에서 방출되는 전자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일부 방사선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이들을 진단한 ‘서던 메디컬 서비스’ 대표인 존 갈 박사는 “뇌종양에 걸린 교직원 7명 가운데 3명의 종양 상태가 과다한 방사선 노출로 발생되는 뇌종양들과 일치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히며 휴대전화 기지국과 뇌종양 사이에 연관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에 뇌종양 진단을 받은 교직원 7명 가운데 5명은 문제가 되는 RMIT 대학 건물 17층에서, 나머지 2명은 16층에서 최소 10년 동안 일해왔다. 1999년과 2001년에 이미 2명의 교직원이 뇌종양 진단을 받은 데 이어 최근 4주 동안 추가로 5명이 뇌종양 진단을 받자 대학측은 꼭대기 층인 16~17층의 사용을 금지했다. 이들 사무실에서 근무해온 100여 명의 교직원들에게 앞으로 2주간 자택이나 다른 사무실에서 근무하도록 지침을 전달한 상태다.

의학적으로는 “연관성 증거 없다”

이번 사건 보도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문제가 된 건물을 사용해온 교직원들과 학생들이다. 이들은 아직까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건물 10층에서 경영대학원 수업을 받고 있는 대학원생 뎁 퍼거슨 양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수업을 받기 위해 이 건물을 사용해왔다”며 “뇌종양에 걸리지 않았는지 걱정된다”고 했다.

학과 사무실이 문제가 된 건물 17층에 위치한 경영정보학장인 빌 마틴 역시 “이번 일로 큰 충격을 받았다”며 “그나마 학교측이 문제되는 층을 사건 발생 직후 폐쇄해 다행”이라며 “앞으로 2주 동안 집에서 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충격이 호주 전역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호주의료협회는 “휴대전화 기지국에서 나오는 방산선 양과 교직원들의 뇌종양 사이에는 그 어떤 연관도 있지 않다”고 밝혔다. 멜버른 대학 병리학 책임 교수인 콜린 마스터는 “개인적으로 휴대전화 송신탑에서 나오는 전자파와 뇌종양 사이의 연관성에 관해 오랫동안 연구했지만 아직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성급하게 이 둘을 연관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울릉공 공과대학에서 전자파학을 가르치는 돈 마취 교수 역시 “혹시 휴대전화 송신탑에서 인체에 유해한 방사선이 다량 방출됐다 하더라도 그 영향을 제일 먼저 받는 쪽은 건물 안이 아니라 밖의 사람들”이라며 직원들의 뇌종양 발생 원인과 휴대전화 전자파 사이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많은 의학 전문가은 “휴대전화 송신탑에서 나오는 전자파 방사선을 지속적으로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한다. 이번 사건처럼 최소 10~15년 동안 사람의 인체가 전자파에 영향을 받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실증적으로 연구할 기관이 하루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드니/김경옥 통신원 kelsy03122022@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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