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북극 스피츠베르겐섬-사라지는 빙하, 북극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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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바닷속 풍경](56) 북극 스피츠베르겐섬-사라지는 빙하, 북극의 비명

올해 9월 북극을 찾았을 때다.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 스피츠베르겐섬에서 스피드보트를 타고 빙하지대로 향했다. 까마득하게 보이는 빙하지대를 향해 바다를 가르는데 북극해의 찬 기운이 끊임없이 보트 위로 날아든다. 얼마나 나아갔을까? 멀게만 보이던 빙하지대가 눈 앞에 펼쳐지자 빙하 끝자락 빙벽에 가로막힌 파도가 잠시 숨을 죽인다. 보트 주위로는 크고 작은 얼음덩어리가 둥둥 떠다닌다. 잠시 후 빙벽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보이고 이어서 천둥 치는 듯한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소리가 전달되는 속도가 초속 330m이다 보니 빙벽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었던 내겐 시각 정보와 청각 정보가 엇갈려 인식된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북극은 해빙과 빙하의 급격한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왔던 물범류는 얼음이 녹지 않은 더 먼 북쪽으로 이동했고, 그들을 따라가지 못한 북극곰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려 멸종위기를 맞고 말았다.

빙벽이 무너질 때 얼음덩어리와 함께 북극해로 흘러들어온 흙덩이는 바다를 흙탕물로 만들고, 무너진 빙벽 곳곳에는 순백의 피부에 난 찢긴 상처처럼 암벽과 지반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트를 운전한 현지 탐험가는 해가 갈수록 빙하의 높이가 낮아지고 빙벽이 후퇴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랜 세월 북극해에서 보트를 운항한 베테랑이지만 바다를 가득 메운 얼음덩어리를 헤쳐나갈 때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신중한 조종에도 이따금 얼음덩어리들이 보트에 부닥치며 내는 파열음이 상처받은 북극의 비명처럼 가슴을 울렸다.

<박수현 수중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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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