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전남 진도 관매도 해송숲-섬에서 받은 숲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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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72) 전남 진도 관매도 해송숲-섬에서 받은 숲의 선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배를 탄다. 거리로는 24㎞. 한 시간 반 정도, 바다를 가르며 유유히 나아가던 배가 관매도에 뱃머리를 이었다. 관매도는 진도의 관할 아래 독거도, 청승도, 신의도, 죽항도, 개의도, 슬도와 함께 독거군도를 이루는 섬이다. 오래전 선비 조씨가 귀양 가던 중 백사장을 따라 무성하게 핀 매화를 보고 관매도라 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제는 매화가 보이지 않는다. 멸종한 것으로 추정할 따름이다. 대신 지금 이 섬의 주인공은 곰솔(해송)이다. 세찬 바닷바람을 막아선 소나무가 해안가를 따라 길게 늘어섰다. 수백 그루가 폭 200m로 2㎞에 걸쳐 이어진다. 면적만 9만9000㎡(약 3만평)에 달한다.

언젠가부터는 ‘백패킹’을 좋아하는 캠퍼들이 하나둘 관매도의 이 숲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해보니 알 것 같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 가지의 소리. 텐트를 치고 곁에 의자를 펼쳐 앉는 순간부터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이곳에 앉았을 뿐인데, 섬의 풍광 속으로 들어와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를 받는 것만 같았다. 섬과 숲이 안겨준 이틀간의 선물이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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