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결혼·출산 인생의 전환점…캐릭터 이해하는 힘 얻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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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뮤지컬 <드라큘라> ‘미나’로 돌아온 정선아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미나 역을 맡은 정선아 배우 / 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미나 역을 맡은 정선아 배우 / 오디컴퍼니㈜ 제공

20년차 뮤지컬 배우 정선아는 국면 전환을 통해 새로운 목소리를 드러낸 좋은 본보기다. 고교 시절 뮤지컬 <렌트>로 데뷔해 <아이다>의 암네리스, <위키드>의 글린다 등 화려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전담했다. 단단한 고음으로 20년간 뮤지컬 분야의 블루칩이었던 그가 10년 만에 <드라큘라> 미나 역으로 돌아왔다. 결혼과 출산을 겪고, 2022년 하반기 복귀작으로 선택한 국내 초연 라이선스 뮤지컬 <이프덴>을 통해 1인2역을 열연했던 그는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얻으며 최근 열린 제8회 뮤지컬 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배우 정선아를 만나 인생의 ‘국면 전환’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원숙하고 결단력 있는 미나가 인상적이다. 10년 전 미나를 할 때와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이해되지 않던 많은 것이 이해됐다. 전생 이야기도, 미나와 엘리자베스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았는데 나이를 먹어서인지 이제는 모든 것이 다 이해된다. 10년 전에는 기술적인 면이 더 좋았겠지만, 지금의 미나가 훨씬 좋다. 2막에서 드라큘라를 사랑하고 원하는 모습을 진심으로 드러낼 수 있어서 넘버 ‘If I Had Wings’가 더 강하게 나올 수 있었다. 과거에는 고음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연기에 더 집중한다.”

10년 전에는 기술적인 면이 더 좋았겠지만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된 지금의 미나가 훨씬 좋아요. 드라큘라를 사랑하고 원하는 진심을 드러낼 수 있어서 넘버 ‘If I Had Wings’가 더 강하게 나올 수 있었죠.


-10년 전과 <드라큘라> 무대예술이 많이 달라졌다. 어떤 차이가 있는가.

“초연 때 마지막 무대의 엘리자베스로 온전히 각성하는 장면에서 천을 뜯으면 조각상이 나왔는데 지금은 배우들의 초상화로 바뀌었다. 캐스트마다 다른 얼굴이라 관객들도 배우들도 이입이 잘 된다. 4중 회전무대도 놀라운데 그 멋진 무대들을 위해서 백스테이지는 훨씬 더 좁아졌다. 마치 백조처럼 무대 앞에서는 화려하고 웅장하지만 무대 뒤는 난리다. 무대 메커니즘을 살려 관객들에게 더 실감나는 체험을 전하기 위해 스태프와 배우들은 좁고 불편한 동선을 감내한다.”

-복귀 작품인 <이프덴>과 <멤피스>가 모두 한국 초연 작품으로 여성주의 시선이 강한 명작이다. <드라큘라>의 미나 역시 여성주의 캐릭터라고 평가받는다. 출산 이후 작품들이 모두 강한 목소리를 내는 캐릭터인 이유가 있을까.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됐다(웃음). 복귀 후 매 순간이 도전이었다. 너무 작품들이 좋았고 놓치기 싫었다. 신체의 변화도 있고 출산 후 걱정도 많아진 상태임에도 <이프덴>이라는 작품을 골랐던 이유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다. 내가 지금 이 역에 최적화돼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나의 힘든 것들을 작품에 녹여내고 싶었다. 임신과 출산을 택하고 일적으로도 성공한 서른아홉 살의 두 여성(베스와 리즈)의 삶을 동시에 사는 일은 서른아홉 살의 나에게 최고의 경험이다. 이 작품을 통해 복귀했고, 또 배우로서 성장한 모습을 관객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어서 감개무량했다.”

-후배들의 롤모델로 꼽힌다. 복귀 후 행보를 통해 전하고 싶은 의미는 무엇인가.

“인생 1막에서 많은 팬과 후배들이 나를 롤모델로 삼았다면 이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싶다. 안주하지 않으려고 도전을 했고, 아이를 낳은 뒤 더 노력하는 배우가 돼야겠다는 각오가 있었다. 라이선스 초연인 <멤피스>도 극악무도하다는 표현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고음이 많은 작품이다. 음악의 힘이 너무 컸고, 같이 캐스팅된 배우들이 많이 도와줬다. 저마다 그 캐릭터에 적역인 배우들이다. 이들을 만나면 너무 좋다. 좋은 점을 흡수할 수 있었고, 덕분에 많이 늘었다.”

뮤지컬 <드라큘라>의 정선아 배우 / 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드라큘라>의 정선아 배우 / 오디컴퍼니㈜ 제공

-배우로서 성장하면서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이전에는 연출이나 제작 쪽에서 더 잘 알 거라 생각해 작품이나 캐릭터 분석을 따르는 편이었는데 <이프덴>을 하면서 바뀌었다. 내가 더 많이 찾고, 사람에 대한 연구도 더 많이 하고, 그 캐릭터 시점으로 작품을 고르고 생각하고 대하는 등 자세가 많이 달라졌다. 마침 성종완·김태형 연출가는 배우의 말을 잘 들어주는 분들이어서 좋았다. 이전에는 내 캐릭터의 노래가 어떤지, 아리아가 어떤지 등을 더 많이 생각했다면, 지금은 음악 못지않게 그 캐릭터의 이야기를 잘 전달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미나처럼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본 적이 있나.

“복귀작으로 <이프덴>을 선택한 것? 모든 작품과의 인연이 그러했다. 나의 촉을 믿는 편이다. 작품을 보고 이 작품이 나를 빛내줄 것인가 고민도 하지만 음악적으로 역량과 기량을 키워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한다. <멤피스> 같은 경우 체력도, 기량도 늘었다. 지나고 나면 그 어느 것 하나 후회할 일이 없다.”

-일찍 데뷔한 편이다. 의심하거나 되짚어보는 순간들이 있는지.

“그저 행복하다는 생각뿐이었다. ‘꿈의 직업’을 갖고 살아왔으니까. 28세 때 매너리즘이 왔다. 정선아로 사는 건지, 캐릭터 속에 갇혀 사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왜 우울할까? 왜 행복하지 않을까? 스스로 묻고 또 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감사함이 없던 시기였다. 봉사를 시작했다. 가끔이라도. 봉사활동을 하는 건 난데, 오히려 내가 봉사를 받는 기분이더라. 내 인생 평생에 이 일은 꼭 갖고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장애우 시설에 가서 한 달에 한 번은 노래도 하고 그들과 같이 놀고 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주영 문화칼럼니스트·영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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