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주 무대였던 1인 스트리머(인터넷 방송인)들이 안방극장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위기감을 느낀 방송사는 미디어 간 경계를 허물기 시작했고, 무너진 틈을 타고 랜선 스트리머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5월 31일 방송된 SBS 예능 <런닝맨>에서는 ‘집에서 운동 좀 해볼까’라고 생각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보았을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의 ‘김계란’이 깜짝 등장했다. 김계란은 ‘빡빡이’ 가발을 쓰고 집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운동법을 전파하는 헬스, 운동 스트리머다. 구독자 182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시청자들만큼이나 <런닝맨>의 출연 연예인들은 ‘김계란’의 등장을 신기한 듯 바라봤다. 특히 ‘피지컬 능력자’ 가수 김종국은 ‘김계란의 팬’이라고 밝히며 “그의 유튜브 채널은 믿고 보는 운동계의 교과서”라며 그를 반겼다.
일명 ‘연예인의 연예인’은 김계란뿐만 아니다. 구독자 243만 명을 보유한 인기 먹방 스트리머 ‘쯔양’은 수많은 방송과 연예인의 컬래버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23일 쯔양은 래퍼 지코와 함께 <아무요리챌린지>라는 타이틀로 떡볶이·김치전을 만들고 시식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지코는 “유튜브 화면 안에 내가 들어간 느낌”이라며 “저희 같은 사람들한테 유명 유튜버들은 느낌이 다르다”며 감격을 전했다. 두 사람의 컬래버 영상은 240만 뷰(6월 3일 기준)를 돌파했다.
앞서 쯔양은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닭터유 프로젝트’에도 등장해 유재석과 박명수가 직접 만든 치킨을 시식하며 맛 평가단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온라인을 넘어 안방극장에서 활약하는 유튜버는 대도서관·이사배·도티·영국남자 등이 있다.
해당 스트리머들의 공통점은 평소 방송 수준이 ‘방송심의규정’에 준한다는 점이다. 구독자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TV 입성은 불가능하다. 스포츠중계 스트리머 감스트는 MBC 축구해설가로 파격 발탁됐다가 상대팀 해설진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부적절한 언행과 과거 성희롱 논란으로 ‘지상파에 적절하지 않다’는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고 하차했다. ‘아프리카TV의 대통령’ BJ철구 역시 지상파 입성은 불가능할 것 같다.
일부 논란의 스트리머를 제외하고는 구독자 100만 명을 넘게 보유하는 ‘대형 스트리머’들은 연예인을 제치고 신흥 엔터테이너로 떠오르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가 된 방송사는 1인 방송에 화제성이 밀리고 광고시장에서도 밀리다 보니 이들을 배척하기보다는 받아들이기를 선택했다.
스트리머들은 안방극장 진출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그들은 TV를 통해 좀 더 광범위한 대중성과 영향력을 얻고 싶어한다. ‘날것의 스트리머’란 한계에서 벗어나 ‘지상파가 검증한 인물’이라는 이미지도 얻을 수 있으니 손해 볼 것 없는 선택지다.
대중의 ‘좋아요’로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는 시대, 철옹성 같던 미디어의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이들의 확장성이 가속화되고 있다.
SBS <런닝맨>
<이유진 스포츠경향 기자 882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