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 식탁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아이들에게 지구의를 나눠 준 적 있지
지구라도 되는 듯 좋아하던 딸아이 탄성 때문에
진작 사 주지 돌리고 놀게, 원성이 오래 남아
지구의 함께 돌리다보면 하느님이 된 것 같았지
푸른 바닷물이 출러덩, 물고기들도 펄떡
튀어 나오는 것 같았지
빙빙 돌리면 둥글게 넘치는 잔칫상 같았지
지구의를 돌려라 중국집 회전 식탁처럼
지구의를 돌려라 팔 짧은 아이도 음식이 닿게
지구가 도는 까닭은
누구도 굶지 않는 회전 밥상이 되기 위해서다
아이들아, 지구의를 돌려라 새 지구를
저기, 푸른 식탁이 돌고 있다

우리는 돌지 않는 밥상의 지정석에서 그저 주는 대로 먹을 때가 많다. 팔 뻗어서 먹지 않으려면 자리를 바꿔야 한다. 초라하더라도 공평한 한 끼를 위한 회전 밥상이 필요하다. 날 위해 남겨주는 저 편 음식이 스르륵 내 앞으로 오려면.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

<김해자(1961~ )>

시로 여는 한 주바로가기

이미지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