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으로 길러진 청소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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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여성으로 길러진 청소년 생존기

걸 페미니즘?
호야·한낱 등 지음·교육공동체벗·1만5000원

청소년 인권과 페미니즘 관점에서 들여다본 청소년들의 삶을 말한다.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페미니즘 책이다. 청소년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여성·남성으로 성별에 따라 다른 몸가짐과 태도를 요구 받는다. 가족 안에서는 폭력과 위계에 노출되고, 생리와 자신의 몸을 부끄러워 하라고 배운다. 학교에서도 ‘여자다운’, ‘남자다운’ 복장과 외모를 요구 받는다.

특히 여성 청소년은 성적 대상화와 외모주의, ‘순결함’ 등을 요구하는 상황 속에서 자신을 부정하며 살아간다. 취직을 준비할 때도 외모를 관리해야 하고, 일터에서는 성희롱을 견뎌야 한다. 임신을 하거나 임신중절을 택하면 손가락질을 받는다. 청소년의 삶 속에서 성차별과 억압은 함께 작동한다.

이 책은 여성으로 길러지고 청소년으로 살아온 이들의 다양한 증언이며, 여성이고 소수자이고 페미니스트인 청소년들의 생존기이다. 과거부터 청소년 인권을 이야기하고 행동으로 옮겨온 활동가들, 2016년 출범한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등을 비롯해 새롭게 청소년 페미니스트로 나선 이들이 글을 썼다. 세상이 정하는 모습으로 살지 않고 ‘나’로, 페미니스트로 살고자 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묵직하게 채워진다.

청소년 당사자의 입장에서 쓰인 경험과 느낌은 생생하고 구체적이다. 비슷한 경험과 기억을 가진 독자들에게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책을 통해 청소년 인권과 페미니즘의 언어를 익히고 독자들의 경험을 재해석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걸 페미니즘’은 한국 사회를 뒤흔든 페미니즘의 물결 속에서 태어난 새로운 시도이며, 여전히 세상이 귀 기울이지 않고 있는 청소년들의 말이기도 하다. 책에 실린 31편의 글들은 소녀다움, 가정폭력, 부실한 성교육 등 청소년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겪는 문제뿐만아니라 성폭력 경험, 낙태죄 등 사회적 문제들도 다룬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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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