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경계지대 역사의 질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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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분단 경계지대 역사의 질곡

한국전쟁과 수복지구
한모니까 지음·푸른역사 펴냄·3만5000원

한반도를 두 동강 낸 선은 1945년 해방 당시 38선에서 한국전쟁 이후엔 휴전선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 ‘38선 이북이면서 휴전선 남쪽’인 지역이 생겼다. 분단과 한국전쟁이 낳은 매우 독특한 지역, 바로 ‘수복지구’다.

책은 1945년부터 1960년 사이, 수복지구 거주민들이 겪은 남·북한 체제를 다뤘다. 수복지구 주민들은 1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일제, 북한, 유엔군사령부, 남한의 통치를 차례로 받았다. 주민들도 그때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해방 전엔 일제의 ‘신민’이었고, 해방 이후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인민’이 되었으며, 이후 유엔 군정의 ‘주민’을 거쳐,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 분단의 경계지대였던 수복지구 주민들의 삶에 우리 근·현대사의 질곡과 모순이 고스란히 응축돼 있는 것이다. 이곳 주민들의 삶도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남·북한 두 체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한국전쟁 전후 현대사를 연구해온 저자는 강원도 인제군의 사례 연구를 통해 한국전쟁 전후 수복지구의 체제 변동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방대한 문헌자료를 수집해 분석하는 한편 수년간의 현지 조사로 주민들의 구술을 채록했다.

저자는 수복지구의 역사가 미래의 통일과정과 통일 이후에 대해 많은 교훈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남한과 북한, 복수의 역사 경험이 축적된 수복지구가 분단 극복의 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수복지구의 경험은 남·북한의 통일이 전쟁과 점령이라는 방식을 통해 어느 한쪽 체제에 일방적으로 ‘편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때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매우 실질적으로 보여주며, 상호 존중의 체제 통합 및 그에 대한 준비의 중요성을 일깨운다”고 강조한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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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