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판 <살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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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스크린]스페인판 <살인의 추억>

제목 살인의 늪 (La isla minima)

제작연도 2014년

제작국 스페인

러닝타임 105분

장르 범죄, 미스터리

감독 알베르토 로드리게즈

출연 라울 아레발로, 하비에르 구티에레즈, 네레아 바로스

개봉 2016년 2월 11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1980년 스페인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자매인 10대 소녀 두 명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형사 ‘페트로(라울 아레발로 분)’와 ‘후안(하비에르 구티에레즈 분)’이 파견돼 온다. 말이 파견이지 각자 연루된 사건으로 좌천되다시피 떠밀려와 팀을 이룬 두 사람은 어서 사건을 마무리하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마을 전체를 둘러싼 냉랭한 기운과 실종자의 부모조차 뭔가 숨기고 있는 듯한 미심쩍은 모습은 두 남자의 잠자고 있던 수사본능을 자극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잔인하게 훼손된 두 소녀의 시신이 발견되고 두 사람은 이전과 다른 사명감으로 사건에 적극적으로 다가서지만 이내 또 다른 희생자들의 흔적이 드러난다. 설상가상으로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두 사람의 골은 점점 깊어만 간다.

한국과 닮은 국가를 꼽을 때 자주 언급되는 나라 중 하나가 스페인이다. 외형적으로는 둘 다 반도 상에 위치해 있고, 국토의 넓이, 경제규모도 비슷하다. 또 오랜 군부독재를 겪은 뒤 힘겹게 민주화를 이룬 모양새나 난국적 경제위기를 겪어낸 역사도 유사하다. 그래서 꽤나 잔잔하고 섬세하게 전개되는 이 작품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이국적 풍경이나 인물들의 낯선 갈등에도 불구하고 정서적으로 적잖은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수입사는 ‘스페인판 <살인의 추억>’이란 문구를 메인카피로 내세웠다. 상이한 성격의 형사 두 명이 합심해 시골마을에서 일어난 엽기적 살인사건을 뒤쫓는 형태도 그렇지만 작품 전반에 흐르는 축축하고 나른한 기운에도 불구하고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탄탄한 전개가 닮아 있다.

영화는 범죄 스릴러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작품을 지탱하는 갈등은 단순히 연쇄살인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소극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는 1980년대 스페인의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에서 파생된 사회적 분위기는 자못 심란하고, 어두운 과거사를 지닌 채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두 형사의 인간적 고뇌도 가볍지만은 않다. 이 모든 요소들은 어느 것 하나 이질적으로 도드라지지 않으면서도 극 전체에 균등하게 용해되어 이전의 형태와는 다른 새롭고 독특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런 작지만 끊임없는 공명은 결말 부분에 난데없이 등장하는 가벼운 반전의 여운을 증폭시켜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국내에는 낯선 두 배우 라울 아레발로와 하비에르 구티에레즈의 깊이 있고 절제된 연기가 큰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부감으로 촬영되어 영화의 오프닝과 사이사이 인서트로 사용된 장면들은 꽤나 인상적이다. 마치 전지전능한 절대자의 시선을 대변하듯 까마득한 허공에서 수직으로 내려다보는 지상의 풍경 자체는 평온하고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땅 위에서 펼쳐지는 습하고 답답한 사건과 대비를 이루어 몽환적이고 서늘한 기운을 극대화한다.

연출을 맡은 알베르토 로드리게즈 감독은 2000년 <순례자(El factor Pilgrim)>란 작품으로 데뷔한 이후 범작 이상의 평가를 받는 작품들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7 총각(7 virgenes)>이나 <애프터(After)>와 국내에도 개봉했던 <유닛 7> 등 대부분의 작품들이 범죄 스릴러 경향을 띠고 있다는 특색도 흥미롭다. <살인의 늪>은 스페인의 아카데미 상이라 불리는 고야 영화제에서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을 비롯해 10개 부문을 수상하고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는 이슈를 낳으며 세계 관객들의 꾸준한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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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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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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