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정치’와 가까이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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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삶의 정치’와 가까이 있는 사람들

숨통이 트인다
황윤 외 지음·포도밭·1만원

2012년 3월에 창당한 녹색당은 19대 총선에서 0.4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10만표를 조금 넘는 득표였다. 이 책은 20대 총선을 준비하는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5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감독 황윤(1번), 밀양765kV 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 이계삼(2번),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운영위원 김주온(3번), 부산시민햇빛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 구자상(4번), 오늘공작소 대표 신지예(5번)가 그들이다. 황윤 감독은 문명사회에서 고통받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아 왔다.

공장식 축산 돼지들의 이야기를 담은 <잡식가족의 딜레마>가 대표작이다. 황 감독은 “인간이 동물을 폭력적으로 대하는 세상은 인간이 인간에게도 폭력적이고 잔인하게 대하는 세상”이라며 “생명이 생명으로 존중받는, 그래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출마의 변으로 내세웠다.

한국 사회에서 ‘밀양’은 곧 ‘정치의 부재’를 보여주고 있다는 이계삼 사무국장은 기존 정치가 조정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와 자신은 무관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그가 정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건 지인으로부터 밀양에 배치된 경찰병력들의 이야기를 전해듣고서다. “반대위 사무국장 하는 이아무개(이계삼), 그 아(애)는 (경과지) 주민도 아니면서 와 그렇게 설쳐 쌌노. 글마도 나중에 정치할라고 그라겠제?” “정치 안 할라믄 뭣 땜에 그렇게 사서 고생하겄노.” 경찰들의 이야기는 한국 사회에서 정치란 ‘잘난 사람들의 자기 성취의 장이자, 사적 이익의 각축장’이라는 편견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정치란 이런 것이다’라는 한국 사회의 오래된 편견을 재구성하고 ‘너의 말’ ‘너희들의 정치’가 아니라 ‘우리의 말’ ‘우리들의 정치’를 하겠다는 게 이 사무국장의 출마 이유다.

이들의 이야기는 기존의 관점에서 보면 ‘가장 정치와 멀리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권력정치가 아닌 ‘삶의 정치’의 프레임으로 본다면 가장 정치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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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