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페이스북 이용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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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잘못된 페이스북 이용 방식

페이스북 심리학
수재나 E. 플로레스 지음·안진희 옮김·책세상·1만4800원

오늘날 페이스북은 더 이상 가상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을 대체하는 공간이 됐다. 임상심리학자인 지은이는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페이스북에 중독돼 있으며, 그로 인한 심리적인 갈등과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심리상담소에서는 페이스북으로 인해 내상을 입은 환자들의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

첫째가 정체성 혼란이다. 페이스북에서 그려지는 자신의 모습과 현실의 자신의 모습의 괴리다. 사람들은 페이스북에 올리기 위해 글과 사진을 편집한다. 페이스북에 자신을 전시하기 위한 일종의 검열 과정이다. 검열은 자신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검열하면서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의 페이스북을 들여다보고 질투하거나 괴로워하기도 한다. 지은이는 이러한 과정이 되풀이되면 자기수용감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한다. 온라인에서 자기 자신을 편집하는 행위가 인생의 특정한 면들을 인식하는 방식을 바꿔 놓고, 역으로 페이스북에 올릴 만한 사진들을 통해서만 나 자신을 표현하고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가 불필요한 갈등이다. 예컨대 정치적 견해가 다른 두 친구가 있다. 오프라인에서의 관계였으면 문제되지 않았을 터이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폭발적 자기 표출’로 인해 불필요한 논쟁과 갈등이 반복된다. 페이스북에서 부정적인 교류가 계속되면 사람들은 ‘친구 끊기’를 통해 관계를 정리한다. ‘친구 끊기’는 간단하다. 만약 현실에서였다면 갈등 당사자들이 만나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문제를 해결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페이스북에서는 아무런 논의 없이 누군가를 숨기거나 친구 끊기를 하거나 차단을 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남긴다.

지은이는 문제는 페이스북이 아니라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내기 위해 페이스북을 이용하면서 자신이 스스로의 삶에 대해 느끼는 감정들을 검토해 보라고 말한다. 숨어 있는 문제를 자각했다면 다이어트를 하듯 페이스북을 조절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현재 페이스북에는 200개가 넘는 페이스북 중독자들을 위한 모임이 있다고 한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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