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편견 버리고 독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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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선입견·편견 버리고 독서하라

책 먹는 법 - 든든한 내면을 만드는 독서 레시피
김이경 지음·유유·1만원

독서는 세계의 확장이다. 세계의 확장에는 자극과 충격, 때로는 고통이 동반된다. 카프카는 말했다. “만일 우리가 읽는 책이 주먹질로 두개골을 때려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는다는 말인가?… 책이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만 한다.” 이를 위해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읽느냐’다. 1년에 100권 읽기식으로 결과에만 초점을 두는 독서가 아니다. 비평이라는 미명 아래 글쓴이의 수준만을 평가하는 독서도 아니다.

‘어떻게 읽느냐’의 첫 단계로 지은이는 ‘질문 잡기’를 말한다. 자신의 삶이 던지고 있는 질문을 붙들고 책을 읽을 때, 가장 열심히 가장 정직하게 읽을 수 있고, 가장 큰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마르크스의 책을 읽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특정한 시대적 상황에서 사회적 모순을 바로잡기 위해 마르크스의 책을 읽었다.

지은이는 “어떻게 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라는 자신만의 절박한 질문을 잡고 마르크스의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며 “나라는 아상에서 벗어나 내가 우리로 넓어질 수 있을 때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답을 찾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그 ‘우리’가 나를 가두는 ‘우리’가 될 수 있다”는,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삶이 던지는 질문을 매개로 책을 만나고, 독서를 통해 그 질문의 답을 진지하고 섬세하게 탐색할 때 삶은 변화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선입견을 배제하는 것이다. 선입견이 개입한 독서는 그 선입견을 끊임없이 재확인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모든 독서는 오독이라는 말이 있지만, 독자에게는 오독하지 않을 책임이 있다는 것이 지은이의 생각이다.

필자에 대해, 주제에 대해, 출판매체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을 배경으로 어떤 결론을 전제하는 독서는 오염될 수밖에 없다. 지은이는 독서가 완고한 자아의 성을 더 높이 쌓는 과정이 아니라 자아를 흔드는 경험이 될 수 있기 위해서는 선입견과 편견을 배제하고 최대한 투명한 눈으로 자신과 세계를 보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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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